[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내란 중요임무종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12.3 내란’ 당시 성향 파악을 지시한 군판사 4인이 ‘박정훈 대령’ 사건 재판을 담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여 전 사령관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계엄 선포 후 설치되는 계엄군사법원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2시간짜리 계엄이 어딨나’라는 윤 대통령의 주장과 반대로 계엄 상황을 지속하기 위한 준비라고 지적했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4일 국회 ‘내란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나승민 방첩사 신원보안실장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정께 여 전 사령관이 군판사 4인에 대한 성향을 확인해보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나 실장은 이 같은 사실을 수사기관에도 진술했다. 

나 실장은 “여 전 사령관이 대령 1명, 중령 2명, 소령 1명 총 4명에 대한 인적사항을 불러줬고, 사무실에 복귀한 후 확인해보니 모두 군판사였다”면서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판사들의 성향을 파악했을 때 나중에 인사 조치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복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 실장은 “지시를 받고 TV를 켰는데 국회에 계엄군이 들어가 있는 상태였고,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중단했다”고 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계엄이 지속됐다면 군사법원에서 재판부를 구성해야 하는데, 재판부 구성을 위해 미리 그런 지시를 내린 것 아니겠냐”면서 “포고령 위반자 처분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윤석열 내란 수괴’는 ‘2시간짜리 계엄이 어딨나’라고 둘러대지만, 오히려 반대로 계엄 상황 지속을 위한 향후 준비였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JTBC [단독] 보도에 따르면 여 전 사령관이 성향 파악을 지시한 군판사 4명 모두 과거 ‘박정훈 대령 항명 혐의' 재판을 담당했다. 이중 서 모 대령은 박 대령의 재판을 담당하던 중앙지역군사법원 법원장이다. 김 모 중령과 김 모 소령은 각각 해당 재판의 주심과 부심이었다. 윤 모 중령은 지난 2022년 9월 군검찰이 청구한 박 대령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군사법원에서 열린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나서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군사법원에서 열린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나서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같은 날 윤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국회 탄핵소추 대리인단 김정민 변호사는 증인으로 출석한 여 전 사령관에게 “나 실장에게 4명의 군인 명단을 불러줬다는데 기억하나”라고 물었다. 여 전 사령관은 “그런 일이 있긴 있었던 거 같은데, 상당한 설명을 필요로 한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김 변호사가 “국방장관으로부터 받은 지시냐”는 질문에 여 전 사령관은 “그런 지시를 저에게 한 적 없다”면서 “계엄군사법원이 설치되는 문제와 관련해 담당 실장에게 물어봤을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 전 사령관은 “기억이 불분명하다. 형사재판에서 정확히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가 “윤 모 대령은 박정훈 대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떠난 판사이고, 김 모 중령과 김 모 소령은 올해 1월 박 대령의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다. 이들에 대해 누군지 알아보라고 했던 것은 이상하지 않나”라면서 “방첩사는 그동안 박정훈 대령 사건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던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여 전 사령관은 “이번 탄핵 사건과 전혀 무관하다. 더이상 증언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여 전 사령관은 ’형사재판에서 다툴 것‘이라며 증언 거부로 일관했다. 여 전 사령관은 ’김용현 전 장관에게 체포명단을 받은 사실이 있냐‘는 질문에 “장관으로부터 지시받은 사항을 부하들에게 얘기한 것이고, 전파과정에서 서로 이해한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며 “형사재판 관련 내용이라 자세히 진술할 수 없다”고 했다. 

2월 4일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2월 4일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다만 여 전 사령관은 12.3 내란 당시 조지호 경찰청장에 특정 인물 명단을 전달하고, 이들에 대한 위치정보를 요청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여 전 사령관은 "조 청장에게 두 가지를 협조 요청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첫 번째는 법령과 작전 계획에 따라 합동수사본부가 구성돼야 하니 경찰 인력을 보내달라는 것, 두 번째는 특정 명단에 대한 위치 파악이었다"고 말했다.

여 전 사령관은 “명단에 대한 구술이 있었지만 조 청장의 기억과 제 기억이 다르다”며 “형사재판에서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여 전 사령관은 또 내란 당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통화한 사실은 있지만,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홍 전 차장은 ’12.3 내란 사태‘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싹 다 잡아들여” “국정원에 대공수사권 줄 테니 방첩사 지원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또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의 지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여 전 사령관이 (체포 대상)명단을 불러 주머니 속 메모지에 적었다. 적다 보니 ‘이게 뭐지?’라고 생각해 뒷부분은 적지 않았고 나중에 기억을 회복해 다시 적어보니 14명, 16명 정도가 됐다고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홍 전 차장은 ‘여 전 사령관이 검거를 위한 위치추적이라는 취지로 말했냐’는 질문에 “그렇게 이해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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