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주요인사 체포' 의혹을 뒷받침하는 물증과 정황이 검찰 수사를 통해 추가됐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비상계엄 이후 방첩사의 가장 큰 리스크는 신병 확보를 위한 명단 작성"이라고 말했다는 방첩사 간부의 메모가 등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헌재에서 부인한 비상계엄 당일 '여인형 통화'도 사실로 드러났다. '윤석열-여인형 통화' 시점은 윤석열 대통령이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에게 전화로 "싹 다 잡아들여"라고 지시하고 몇 분 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일 KBS <뉴스9>은 지난해 12월 군검찰이 방첩사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한 방첩사 간부의 메모를 [단독] 보도했다. 메모에는 'RISK'(위험), '명단 : 신병확보'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해당 간부는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이다.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비상계엄 이후 방첩사의 가장 큰 리스크는 신병 확보를 위한 명단 작성"이라고 말해 이 같은 메모를 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메모에는 '4개소 장관님 지시'라는 문구가 있다. 이에 대해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은 검찰에 "여인형 전 사령관이 '선관위 등 4개소 투입은 국방부 장관(김용현)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하면 된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KBS는 "김대우 전 방첩사 수사단장도 검찰 조사에서 여인형 전 사령관이 자신에게 '명단만 감추고 나머지 사안은 공개하는 1안과 모두 공개하는 2안 중에 뭐가 낫겠냐고 물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방첩사가 정치인 체포 명단을 작성해 운용했고, 계엄 해제 뒤에는 체포 명단의 위헌·위법성을 인지해 수사에 대비했다는 것이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시 정치인 등 주요인사 체포 의혹의 핵심 인물이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지난해 12월 3일 밤 10시 53분경 윤석열 대통령이 전화로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정원에도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 우선 방첩사를 도와 지원해",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와"라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었고, 체포 명단을 들었다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 정청래 민주당 의원(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방송인 김어준 씨,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전 선거관리위원장), 김민웅 촛불행동 대표(김민석 최고위원 친형) 등의 이름이 나열되자 메모를 하던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미친 X이로구나' 생각하고 이후부터 메모를 하지 않았다.

최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검거 계획이 없었다' '체포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는 말하고 있다. 지난 6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측 법률대리인들은 입장문에서 "여인형은 홍장원에게 체포라는 말을 사용한 기억이 없고, 위치확인 정도만 부탁했었다"며 "홍장원은 여인형이 '1차, 2차 검거 순차적으로 하는데'라고 말했다는데,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당시 1차, 2차 순차 검거 계획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신병 확보 명단을 방첩사의 '최대 리스크'로 인식했다는 물증·진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다.
또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일 윤석열 대통령과 두 차례 통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여인형' 통화 시점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싹 다 잡아들여" 전화를 받은 직후다.
17일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해 12월 3일 밤 11시쯤 윤석열 대통령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2차례 전화를 건 사실을 검찰이 확인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시각은 밤 10시 53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전화한 시각은 밤 11시 6분이다. 이 사이에 윤석열 대통령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간 통화가 2차례 이뤄졌다는 것이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서 "제가 여인형 사령관한테 '내가 조금 전에 (국정원)1차장하고 통화했으니 애로사항 있으면 1차장한테 연락하라'고 전화를 했어야 됐는데, 대통령이 방첩사령관한테 그런 전화한다는 것 자체도 굉장히 비상식적인 얘기"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에게 전화를 건 데 대해서도 "방첩사를 도우라는 취지였지 계엄과는 무관한 얘기였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원에 방첩사 도와주라는 얘기는 늘 하던 얘기라며 "예산지원을 좀 해주라는 이야기, 또 사관학교 후배니까 좀 도와주라, 계엄사무와 관계없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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