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헌법재판소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결론을 내렸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의 권한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여기엔 애초에 다른 이견이 있을 수 없었다. 헌법은 국회 몫의 재판관 3인을 국회에서 ‘선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가 특별한 절차적 요건을 위배하지 않았다면, 그 과정에 무슨 곡절이 있었든 국회가 최종 선출한 3인에 대해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할 권한은 없다. 그런데 최상목 권한대행과 그 전임인 한덕수 총리는 ‘여야 합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라는 근거 없는 논리로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권한이 침해됐다고 판단하는 것은 당연하다.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마은혁 임명보류' 권한쟁의 선고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참석해 있다.(연합뉴스)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마은혁 임명보류' 권한쟁의 선고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참석해 있다.(연합뉴스)

다만 권한쟁의심판 청구의 절차에 대하여 별도 쟁점에 대한 판단이 있었는데, 3인의 헌법재판관이 이에 대해서는 별개의견을 제출했다. 별개의견이란 위헌이라는 결론은 같이 하지만 그 결론에 이르는 논리에 있어서는 별개의 의견을 제출한 경우를 말한다. 이들은 권한쟁의심판 청구 과정에 국회의 의결이 없었던 점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다만 이후 국회가 헌법 재판관들의 임명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사후적으로 절차적 정당성이 치유됐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보면 알겠지만 이 대목은 헌법재판소 재판관에 관련한 대통령과 국회 간 권한 침해와는 큰 관계가 없다. 청구 과정 절차에 대한 해석의 문제일 뿐이다. 따라서 이 별개의견을 고려하더라도 최상목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아 국회의 권한을 침해하였다는 결론에 대해서는 헌법재판관들의 판단이 일치했다.

이제 최상목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더 미룰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최상목 권한대행은 이 글을 쓰는 순간까지도 임명을 미루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여당은 대놓고 임명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아직까지 집권 여당이라는 사람들이 위헌적 상태를 지속하라는 주장을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어떻게 이렇게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한덕수 총리의 복귀 가능성을 점치며, 최상목 권한대행이 한덕수 총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시나리오를 여당이 기대하고 있다고 전한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최근 헌법재판소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면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걸로 보도가 됐고, 이전에도 3인의 재판관 중 2명이라도 임명하였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러나 한덕수 총리는 3명 전부를 임명하지 않을 태세여서 여당과의 좀 더 원활한 협조를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일 것이다. 더군다나 한덕수 총리의 복귀는 탄핵 기각을 전제로 한다.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은 탄핵 소추 사유이기도 한데, 기각이 되었다면 여전히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미루고 있다는 이유로 야당이 다시 탄핵을 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판단도 가능하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조선일보의 태도이다. 조선일보의 28일자 보도 태도는 황당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는 “절차적 흠결, 졸속 심리 등 논란에 논란을 더하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충원 등 조직 방어를 위해 무리하게 국회 편을 들어준 것” 등의 멘트를 법조계 의견이라며 인용했다. 또 보수성향 재판관 3명이 별개의견을 낸 것에 대해 “헌재와 야당이 ‘합의 대련’을 했다는 의혹까지 나왔지 않느냐. 재판관 전원이 이 사건을 인용하기 위해 뜻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는 발언도 법조계 인사의 것으로 해 기사에 실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이날 판결으로 마 후보자가 재판관으로 임명되고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참여할 경우, 선고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했다. 이게 무슨 뜻인가? 8인 체제에서는 탄핵 인용에 필요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라 9인 체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전제하고 기사를 쓴 것이다. 실제 조선일보는 다른 기사에서 “탄핵심판은 6명 이상이 찬성해야 인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탄핵 기각을 막기 위해 진보 성향의 마 후보자를 충원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사건에서 찬반 의견이 4대4로 갈렸기 때문에 마 후보자의 재판 참여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썼다.

이런 인식은 윤석열 대통령 측의 그간 변론 전략이 나름대로 말이 된다는 걸 전제하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조선일보는 이날 감사원의 선거관리위원회 감사 결과 보고서를 크게 보도하며 사설에 “이런 ‘가족 회사’가 북한 해킹 공격을 받고 알아차릴 리가 없다”고 썼다.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 측의 부정선거론에 한 발 걸친 것이다. 동시에 1면에는 헌법재판소가 감사원의 직무감찰에 대해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결론 내린 사실을 전하는 기사에 <尹 탄핵심판 앞두고 ‘정치 편향 논란’ 자초한 헌재>란 제목을 달았다.

최상목 권한대행을 비롯한 관료집단과 지금의 집권 여당, 그리고 조선일보와 같은 보수언론은 오랫동안 이 사회의 기득권 행세를 하면서 법과 원칙 운운하며 남들에게 반헌법적이란 딱지를 붙이는 일을 즐겨 해왔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되니 이제는 자신들이 그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헌법기관을 흔들고 헌법을 우스개로 만드는 위헌적 행위를 서슴없이 하고 있다. 이러고도 다시 정권을 맡겨 달라고 하는 것은 양심이 없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이런 만행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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