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3법 중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영방송 거버넌스의 일대 재편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방송3법 개정안 부칙은 법 시행 3개월 이내에 공영방송 이사회를 새로 구성하고, 새로운 이사회가 사장을 선출하면 기존 사장은 임기가 종료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장범 KBS 사장의 교체 시기까지 거론된다. 

하지만 이진숙 위원장 1인 방송통신위원회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방송3법은 방통위에 공영방송 이사 추천과 임명제청 권한을 부여했다. 방통위가 먼저 재편되지 않는 한 방송3법으로 공영방송 거버넌스 재편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미디어 거버넌스 재편 또는 이진숙 위원장 사퇴·해임이 방송3법 시행의 선결 과제인 셈이다.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이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이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일 방송법 개정안이 국민의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끝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자정 7월 임시국회가 종료되기 때문에 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은 오는 21일부터 순차적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확실시된다. 

방송3법은 공영방송 이사 수를 KBS 이사회 15명, 방송문화진흥회·EBS 이사회 13명으로 확대하고 이사 추천 주체를 정당(교섭단체), 공영방송 시청자위원회와 임직원, 미디어학회, 변호사단체로 다변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당 추천 비율은 40%다. 그동안 여야는 법적 근거 없이 공영방송 이사회를 7대4(KBS), 6대3(방송문화진흥회, EBS) 구도로 나눠먹기해왔다.

방송법 개정안에 따르면 KBS 이사 15명은 국회 교섭단체 추천 6명(민주당 4명-국민의힘 2명), KBS 시청자위원회 추천 2명, KBS 임직원 추천 3명, 방통위 규칙으로 정하는 3개 미디어학회 추천 2명, 방통위 규칙으로 정하는 2개 변호사단체 추천 2명으로 구성된다.  

공영방송 사장 선임 방식으로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사추위) 제도가 도입된다. 사추위 규모는 100명 이상이다. 사추위가 추천하는 사장 후보는 '3명 이하 복수'다. 사추위가 추천한 사장 후보는 이사회가 특별다수제(5분의 3이상 찬성)와 결선투표제를 통해 선출한다. 

방송3법 부칙은 법 시행 시 공영방송 이사회와 사장을 교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송법 개정안 부칙 제2조는 ▲KBS 이사회는 이 법 시행 후 3개월 이내에 이 법 개정규정에 따라 구성되어야 한다 ▲이 법 시행 당시 KBS 이사·사장·부사장·감사는 이 법 개정규정에 따른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그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종합하면 법 시행 후 3개월 이내에 공영방송 이사회가 새로 구성되고 이후 사추위가 구성돼 새로운 사장이 선임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방송3법에 따르면 공영방송 3사 이사에 대한 임명·제청권은 모두 방통위가 갖는다. KBS 이사는 방통위가 임명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는 방통위가 임명한다. EBS 이사·사장은 방통위가 임명한다. 

현재 방통위는 이진숙 위원장 1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5인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는 최소 3인이 있어야 의결이 가능하다. 현행 방통위설치법에 따르면 공영방송 이사 후보를 임명·제청하기 위해서는 의결이 필요하다. 방통위가 재편되기 전까지 방송3법에 따른 이사회 구성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재명 대통령과 국회가 방통위를 5인 위원으로 정상화한다고 하더라도 공영방송 이사 후보 임명·제청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방통위원 5인은 대통령 2인 지명, 여당 1인·야당 2인 추천으로 구성된다. 이진숙 위원장이 대통령 지명 몫이기 때문에 이재명 대통령이 1인을 지명하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1인·2인을 추천했을 때 여야 구도는 2 대 3이 된다. 이진숙 위원장과 국민의힘은 방송3법을 '민주당 공영방송 장악법'으로 규정한다. 방송3법에 따른 이사 후보 추천이 이뤄졌을 때 임명·제청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박장범 KBS 사장 (사진=KBS)
박장범 KBS 사장 (사진=KBS)

미디어학회·변호사단체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도 1인 체제 방통위에 가로막힐 가능성이 높다. 방송3법은 활동기간·활동내역·회원 수를 '고려'하여 방통위 규칙으로 정하는 학회·변호사단체가 이사를 추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학회·변호사단체 이사 추천을 위한 방통위 규칙이 먼저 만들어져야 하는데, 방통위설치법상 규칙 제정·개정은 의결 사항이다. 1인 체제에서는 의결이 불가하다.

방통위 재편 없이는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이 어렵기 때문에 '법 시행 후 3개월 이내 새 이사회를 구성한다'는 방송3법 부칙 조항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사장 선임 절차가 시작되지 않으면 부칙에 따라 기존 사장, 부사장, 감사는 계속해서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방송3법에 따라 이사회가 구성되더라도 부칙 문제는 남는다. 예를 들어 방송법상 KBS 사장을 비롯한 집행기관의 임기는 이사의 임기 규정을 준용, 3년으로 정해져 있다. 공영방송 사장의 임기를 규정한 법·정관과 방송3법 부칙이 충돌해 법적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한 KBS의 경우 방송법 부칙에서 기존 사장·부사장·감사의 임기가 구체화되어 있지 않은 문제가 있다. 이는 방송법 개정안 부칙 제3조 '보도전문채널(YTN·연합뉴스TV) 사장·보도책임자는 이 법 시행 후 3개월 이내에 개정규정에 따라 대표자와 보도 책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그 직무를 수행한다'는 규정과도 차이가 있다.  

4일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본청 앞에서 방송3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4일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본청 앞에서 방송3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언론인권센터 이사장)는 지난달 25일 민들레에 기고한 칼럼 <'KBS 정상화' 이진숙이 버티는 한 사실상 불가능>에서 "방송3법은 국회의 물론 시민사회와 언론계, 학계에서도 오랫동안 논의했던 개혁법안이다. 특히 현업단체에서는 이번 입법으로 내란세력의 수족으로 추락할 뻔한 공영방송이 제 기능을 되찾고, 독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며 "그러나 방송법 개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영방송의 기능 복원은 지체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심 교수는 정부가 방송3법을 시행하려면 시행령 제정 작업이 필요한데 해당 주무부서에 '이진숙이라는 고인 돌'이 있다며 "결론은 방송3법과 더불어 정부조직개편 과정에서 변화한 미디어 환경에 맞는 부서개편이 병행되어야 언론개혁은 가능하다는 점"이라고 했다. 

심 교수는 "내란 정국에서 윤석열의 대국민 담화를 생중계로 준비했다는 의심을 받는 KBS 집행부는 법개정에도 불구하고 교체하기 쉽지 않다. 만일 방송3법이 기대한 것처럼 작동하지 않는다면, 지체된 개혁에 대한 피로에서 분출하는 불만은 결국 이재명 대통령에게 쏟아질 것"이라며 "그때쯤이면 법을 누가 만들었는지에 대해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것이다.(중략)그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가시를 최대한 뽑아낸 치밀하고 정교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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