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안현우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한 방송3법은 공영방송 사장의 임기 보장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이에 더해 기존 공영방송 사장을 교체하도록 강제한다.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구성을 바꿔 기존 사장을 해임했던 공영방송 장악이 국회 입법 행태로 옷을 갈아입은 모양새다. 과방위 민주당의 방송3법 '속도전'을 되짚어봐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관련 기사▶방송3법 개정으로 공영방송 사장 교체, 정말 문제 없나)

과방위 등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방송3법 부칙은 시행 시 이사회, 사장 등 공영방송 집행기관을 교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송법 개정안 부칙 제2조에 따르면 ▲KBS 이사회는 이 법 시행 후 3개월 이내에 이 법 개정 규정에 따라 구성되어야 하고 ▲이 법 시행 당시 KBS 이사·사장·부사장·감사는 이 법 개정 규정에 따른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그 직무를 행한다.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위원들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방송3법'에 대해 찬성 표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위원들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방송3법'에 대해 찬성 표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BS 이사회,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EBS 이사회·사장의 경우, 이미 임기가 만료돼 부칙 시행에 따른 임기 보장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법원이 이진숙·김태규 2인 방통위의 후임자 제청·임명에 제동을 걸어 이들은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자리를 지키게 됐다. 결국 방송3법 부칙이 KBS·YTN 사장 교체를 정조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송법 부칙은 YTN·연합뉴스TV 등 보도전문채널에도 적용된다. 

박장범 사장은 방송법에 근거한 KBS 정관에 의해 3년 임기를 보장 받아야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4년 12월 박 사장을 임명했다. 박 사장의 남은 임기는 2년 7개월로 2027년 12월까지다. 김백 사장은 2024년 3월 YTN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선출됐다. 

또한 MBC 안형준 사장이 방송3법 부칙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권 시절 법원으로부터 3년 임기를 보장받은 안 사장의 임기는 2026년 2월까지로 앞으로 7개월 남았다. 윤석열 정부의 방통위는 방문진 검사·감독을 통해 야권 이사진 해임을 시도했다. 그러나 법원은 방문진을 여권 우위로 재편해 안형준 사장을 강제 해임하고 정권 입맛에 맞는 새 사장을 선출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했다. 

안형준 사장의 임기 보장을 고려한 대목이 없는 게 아니다. YTN의 경우 법 시행 3개월 이내에 사장을 교체하라고 강제한 반면, 공영방송 집행기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교체 시기를 못 박지 않았다. 새 이사회 출범에 대해서만 3개월 이내 조건을 달았을 뿐이다. 이후 이사추천단체 등을 구체화하는 시행령·규칙 마련에 상당한 논란과 시간이 동반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안형준 사장의 잔여 임기는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법 개정으로 임기 보장을 형해화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누가 보고 배울까 무섭다. 상법이 적용되는 주식회사 MBC, YTN에 대해 방송법으로 사장 교체를 강제한다는 논란은 차치하기로 한다.   

공영방송 3사 사옥
공영방송 3사 사옥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정점인 이진숙 방통위원장 1인 체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이진숙 위원장이 버티고 있는 한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방통위가 KBS 이사를 임명 제청하고 방문진·EBS 이사를 임명하는 것은 변함 없다. 방송3법 시행령·규칙을 담당하는 곳도 방통위다.

경우의 수로 이진숙 위원장 파면을 상상할 수 있다. 이 역시도 쉽지 않은 문제다. 이 대통령이 이진숙 위원장을 파면하고 새 방통위 구성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야당 협조 없이 5인 합의제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방통위는 대통령이 2인을 지명하고 여당이 1인을, 야당이 2인을 추천해 총 5인으로 구성된다. 임명권자는 대통령이다.

정부여당이 추천한 방통위원 3인 체제 의결이 불법이 아닐 수 있으나 그렇다고 5인 합의제 취지에 맞는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대목에서 야당 신세가 된 국민의힘의 방통위원 추천을 강제할 방법이 있는지 묻게 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야권 추천 방통위원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고 방통위를 2인의 여권 추천 위원으로 운영했다. 방통위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지금의 방통위를 고쳐쓰기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과방위 민주당의 속도전이 답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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