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심영섭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칼럼] 스카이데일리가 지난 2023년 5월 18일자 종이신문과 인터넷신문에서 5.18민주화운동에 관한 폄훼 기사 게재를 시작으로 수많은 허위정보를 쏟아냈고, 이를 기반으로 유튜브를 비롯한 SNS에서 활동하는 전직 언론인과 인플루언서들이 일제히 조회 수를 늘리며, 극우 정치세력을 규합하였다. 스카이데일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윤석열 정권이 일으킨 내란 국면에서는 ‘중앙선거연수원에 중국인 간첩 99명이 모여있다가, 미군에 의해 체포되어 압송되었다’는 허위기사를 만들어냈다. 이 기사는 내란을 옹호하는 극우세력에게 기름을 붓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허위정보를 걸러내는 자율규제기구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강제이행수단이 작동하지 않았고,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사회적 혼란을 유발하는 허위정보를 적극적으로 차단·조치해야 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방관으로 일관했다. 방심위의 태업은 윤석열 정권 옹위를 위해 온갖 편법과 권한 남용을 서슴지 않는 선택일 수 있지만, 동시에 규정 미비도 한몫했다.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정상화와 미디어기구 개편 방안' 토론회 (사진=미디어스)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정상화와 미디어기구 개편 방안' 토론회 (사진=미디어스)

이러한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국회에서 방송통신위원회설치법(이하 방통위설치법)을 시청각미디어통신위원회설치법(이하 시청각위설치법)으로 대체하려는 입법을 추진중이다. 이 법안은 시청각미디어통신심의위(이하 시청각심의위)가 방송과 통신은 물론 디지털 영역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사업자를 모두 포괄하는 대통령 소속의 중앙행정기관으로 위상을 격상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여기에는 그동안 형식적이지만 민간독립기구로 운영한 방심위를 대통령 소속의 장관급 중앙행정기관으로 명시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맞는 정책 추진 체계를 정비하고, 방송 및 시청각미디어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면서도 규제와 진흥이 조화를 이루는 통합적이고 일관된 정책 집행 기반을 마련하고자’라는 취지는 공감한다. 필요한 절차이고 입법이다. 그러나, 법안에 담긴 세부 사항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 많다.

첫째, 시청각심의위의 직무 확대이다. 신설 시청각위설치법에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대한 심의 권한을 시청각심의위에 부여하는 조항이 들어간다. 현행 방통위설치법 제21조(심의위원회의 직무)에는 OTT에 대한 심의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새로운 시청각위설치법에 OTT에 대한 심의 업무를 새롭게 설치되는 시청각심의위에 부여하려면, OTT에 대한 법적 정의와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의 권리와 의무를 먼저 규정해야 한다. 그래야 시청각심의위가 심의할 구체적인 대상(실체)이 지정된다.

현재 방통위설치법 제21조에서 나열하고 있는 심의위의 직무는 관련 방송법에서 해당 사업자에 대해 내린 정의와 권리와 의무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절차와 방법을 규정하고 있다. 이를 법리적으로는 권리와 의무의 실제 내용을 규정하는 실체법(방송법)에 따라 규정된 권리나 의무를 실현하기 위한 절차와 방법을 규정하는 형식법(방통위설치법)을 제정한 것이다. 예컨대 민법과 형법, 방송법이 실체법이라면,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방통위설치법은 형식법에 해당한다.

그러나 시청각위설치법에 OTT심의에 대한 규정을 넣으려면, 현재 제정 논의 중인 통합미디어법이나 정보통신망법 제2조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가질 수 있는 권리와 수행해야 할 의무를 정의하여야 한다. 만일 실체법에 따른 새로운 사업자의 정의와 권리와 의무에 대한 정의 없이 시청각위설치법에 시청각심의위의 직무만 추가하면, 이는 작동할 수 없다.

시청각심의위가 심의대상에 대한 제재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해당 사업자가 누구이고, 이러한 사업자가 갖는 권리와 비교하여 이행하지 않은 의무가 명확해야 한다. 현재는 이를 명시한 실체법이 부재하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통합미디어법을 통해 디지털 영역에 새롭게 등장한 미디어 중개, 미디어 플랫폼, 온라인콘텐츠제공 사업에 대한 개념 정의와 이를 제공하고자 하는 사업자에게 주어진 권리와 의무를 법률화하는 일이다. 그 작업을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하고 있다. 최소한 시청각심의위 직무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선행하는 실체법 제정을 기다릴 필요가 있다.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왼쪽부터) 박애성 위원, 최철호 위원, 심재흔 위원, 손형기 위원, 최창근 부위원장,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백선기 위원장, 권재홍 위원, 임정열 위원, 이미나 위원, 이현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왼쪽부터) 박애성 위원, 최철호 위원, 심재흔 위원, 손형기 위원, 최창근 부위원장,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백선기 위원장, 권재홍 위원, 임정열 위원, 이미나 위원, 이현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둘째, 민간독립기구인 방심위를 사실상 대통령 직속 행정기관으로 지정하는 시청각심의위원장 정무직화(장관)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방심위는 헌법 제21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면서, 사회적 폐해를 줄이기 위해 합의제 민간독립기구로 운영하고 있다. 물론 법원이 일관되게 방심위는 실질적으로 행정규제기관으로 기능한다고 판결하고 있지만, 여전히 합의제 민간독립기관으로 둔 이유는 국기기관이 언론의 취재·보도·편성 행위를 사후적으로라도 직접 개입할 수 없게 하기 위함이고, 사인 간의 의견과 정보교환이라는 표현의 자유 보호를 위해 국가기관이 심의기관을 이용하여 검열할 수 없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방심위원장에 해당하는 시청각심의위원장을 정무직(장관)으로 보임하고, 인사청문회와 더불어 탄핵소추 대상으로 지정하면, 시청각심의위는 대통령의 지휘 감독을 받아야 하고, 시청각심의위의 심의 결정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 정당에서 언제든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여, 심의 결정을 뒤흔들 수 있다. 당연히 심의위는 추천권자의 눈치를 보는 정치적 후견을 넘어, 정치적으로 민감한 심의안건에 대해 국회의 눈치를 살피거나 회피하는 상황에 놓인다. 

문제가 이렇게까지 불거진 것은 류희림 전 방심위원장의 심의안건 민원사주를 비롯하여 숙려 없는 안건상정, 제재 형량에 대한 재량권 남용을 통해 방심위를 윤석열 정권을 옹호하는 정치 조직화했다는 비판을 받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 류희림 위원장을 그렇게 만든 것은 대통령제의 폐해와도 맞닿아 있다. 윤석열 같은 대통령이 나올 수 있는 정치환경, 시행령을 악용한 통치와 같은 제도적 문제가 근본 원인인데, 고작 방심위원장 한 명을 정무직화 한다고 사회적 문제가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류희림 위원장만큼이나 폐해를 유발한 사람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장과 일부 극우적 시각을 가진 심의위원들의 행태가 그렇다. 탄핵소추로 문제를 해소한다면, 이들도 탄핵소추해야 하지 않는가?

국회의 탄핵소추제도는 남발되어서는 안 된다. 현재 국회에서 탄핵소추할 수 있는 대상은 국무위원과 공안기관의 장(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과 검사(검찰청장 이하 검사, 특검 이하 검사, 공수처장 이하 검사)가 있고, 추가로 국가안보와 공공안전에 직접 관련 있는 시설물을 관리 감독하는 역할을 맡은 방통위원장과 원자력안전위원장 정도이다. 독립 행정기관이더라도 탄핵소추에서 제외된 기관의 장이 여럿 있다. 대표적으로 국가인권위원장, 국민권익위원장, 개인정보보호위원장, 방심위원장이다.

이들이 담당하는 행정기구의 역할은 국민이 국가 권력의 공권력 남용으로부터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일이다. 이 가운데 국가인권위원장은 인사청문 대상이다. 국가 권력으로부터 국민의 방어권 행사를 돕는 독립행정기관의 장이라고 하더라도,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을 받는 일은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탄핵소추는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탄핵소추를 통해 도달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한다. 특히 류희림 위원장의 권한 남용의 괘씸죄 처벌을 이재명 정부에서 임명할 후임 위원장에게 부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연합뉴스 자료 사진

셋째,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2025. 5. 27)에서 가고자 하는 나라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이 대통령은 공약에서 방송 미디어 자율의 허위조작정보 심의기능을 강화하고, 사업자의 보도 윤리 지침 준수 및 설명책임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위원회는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는 조직으로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그동안 정치적으로 악용된 ‘공정성’ 부문을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시청각위설치법에는 이러한 내용이 모두 빠져 있다. 제도개혁을 위해서는 방송심의규정 제9조부터 등장하는 공정성과 객관성 심의 원칙과 이 원칙이 적용되는 시사·보도 심의 체계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 지금도 보도를 하는 방송사업자는 매일같이 불공정하고 주관적인 보도를 한다.

하지만 해당 정보가 허위에 기반을 두지 않았다면, 그 정도가 사회적 폐해를 유발하느냐를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행정규제기관에서 승인한 자율규제기관이 자체적인 심의규정을 통해 시사·보도에 대해 사후적으로 심의하는 ‘규율된 자율규제’ 도입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승인된 자율규제는 행정규제보다 더 엄격하고 도덕으로 운영하도록 견인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굳이 ‘규율된 자율규제’를 처음 도입한 독일 사례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게임물과 영화와 비디오물, 웹툰 등은 승인된 자율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시사·보도뿐 아니라 나머지 영역에서도 ‘승인된 자율규제’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법철학자 헬무트 코잉(Helmut Coing)의 말을 빌리자면, 입법은 시작일 뿐, 법률을 작동하고 적용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입법의 가치가 있다. ‘귤이 회수를 넘어 탱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작동하는 법률 제정을 통해 국민의 삶을 억압해 온 방송통신심의제도의 해악을 제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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