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를 통과한 방송3법에 대해  법적 안정성이 결여된 '과도적 입법'이라는 전문가 비판이 제기됐다. 

정당 공영방송 이사 추천 양성화, 선택적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적용, 공영방송 이사·사장 자격요건 강화방안 부재, 공영방송 사장 교체,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 전 방송법 개정 등 여러 논란과 추가 입법 과제를 양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디어 진흥·규제 체계와 거버넌스 전반을 정비한 이후 그에 맞은 방송3법 입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30일 서울 종로구 관훈클럽정신영기금회관에서 열린  언론인권센터 '방송3법은 개혁의 출발인가' 포럼에서 박성우 우송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30일 서울 종로구 관훈클럽정신영기금회관에서 열린 언론인권센터 '방송3법은 개혁의 출발인가' 포럼에서 박성우 우송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방송3법은 공영방송 이사 수를 KBS 이사회 15명, 방송문화진흥회·EBS 이사회 13명으로 확대하고 정치권 추천 몫을 40% 보장하는 내용이다. 나머지 이사는 공영방송 시청자위원회와 임직원, 방송통신위원회 규칙으로 정하는 3개 미디어학회와 2개 변호사단체가 추천하도록 규정했다. 그동안 여야는 법적 근거 없이 공영방송 이사회를 7대4(KBS), 6대3(방송문화진흥회, EBS) 구도로 나눠먹기했다. 민주당은 오는 8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3법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30일 언론인권센터는 관훈클럽정신영기금회관에서 <방송3법은 개혁의 출발인가>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박성우 우송대 교수는 "이번 방송3법은 공영방송 시스템 정비 전 과도적 입법이라는 점에서 법치, 법적 안정성을 가지기 힘들고 이 자체로 언론개혁 방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박 교수는 "급변하는 국내외 미디어 환경을 감안하면 공영방송에 대한 법적 지위 규정,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 체계 마련, 이사회·집행기관의 공적 책무와 이행 등 시스템 전반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며 "재정비 없이 이사회 재구성과 사장 추천 방식의 변경에 그친다면 공영방송에 관한 본질적 내용을 규정하는 '실체법'이 아닌 행사, 이행, 강제 절차만 조정하는 '절차법' 정도에 그치게 된다. 이런 한계는 방송3법 이후 가시화돼 미디어 규제·진흥 체제의 재구성을 염두에 두지 않는 단발성 법안들의 지속적 등장이 예상된다"고 했다. 

박 교수는 방송3법에 대해 ▲암묵적 정당 추천 시스템을 양성화한다 ▲차별과 배제를 구조화시킨다(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민영지역방송 적용 배제, 공영방송 서열화, 지역공영방송 책임 방관) ▲법 부칙을 통한 공영방송 사장 교체 시 위헌·가처분 소송이 우려된다 ▲법적 혼란을 학계·시민사회·시청자위원회로 전가시킨다고 했다. 

공영방송 3사 사옥
공영방송 3사 사옥

특히 박 교수는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을 명문화하는 내용에 대해 "한국 국가교육위원회, 영국 오프콤 등 국내외 주요 합의제 국가위원회 구성에서도 어떻게 정치적 영향력·연계·배경을 줄이는지가 핵심 화두인데 유독 우리 방송법은 반대로 간다"며 "(정부)합의제 거버넌스에 대한 얘기도 아니고, 개별 공영방송 이사회 구조에 어떻게 정당이 직접 추천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박 교수는 국회 본회의 처리가 임박한 상황에서 최소한의 방송3법 요건으로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 수를 대폭 줄일 것 ▲공영방송 임원진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임기 보장 요건을 명기할 것 ▲공영방송 이사회에 지역 대표성을 반영할 것 ▲공영방송 이사회에 일정비율 이상 성별 할당을 복원할 것 ▲편성위원회·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를 의무화할 것 ▲EBS 사장은 대통령이 임명할 것 ▲교육부의 EBS 이사 추천권을 폐지할 것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국민주권정부에서 유독 미디어분야만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제도 개편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의문을 나타냈다. 박 교수는 "윤석열 탄핵 광장 혁명의 국민적 지향인 '새로운 체계와 시스템'은 정작 언론개혁의 중심에서는 제대로 자리하지 못한다"며 "사회대개혁의 여타 아젠다들의 공통적 방향성인 '더 센 법'과 거의 유일하게 정반대 방향으로 치닫는 '서서히 죽어가는 공영방송·언론개혁'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 공약인 '미디어혁신범국민협의체'를 통해 미디어법체계 전반에 대한 사회적 숙의와 공론화 작업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미디어혁신범국민협의체에 대한 실질적 준비를 다수 주체의 참여와 함께 본격 시작해야 한다"며 "지금부터 3~4개월 정도 집중해 미디어사회대개혁을 논의·실천하는 과정에서 달성할 법적·사회적 이득은 불완전한 방송3법이 부득이하게 야기하는 법적·사회적 손해보다 현격히 클 것"이라고 했다.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위원들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방송3법'에 대해 찬성 표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위원들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방송3법'에 대해 찬성 표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선욱 KBS 박사(전 KBS 전략기획실장)는 공영방송에 '정치적 후견주의'보다는 '정당 후견주의'가 작동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박사는 "정치의 영향을 공영방송이 안 받을 수는 없다. 문제는 정당이 '네 편 내 편' 영향을 주려고 하는 것"이라며 "'정당 후견주의'이지 '정치적 후견주의'는 아니다"라고 했다. 최 박사는 "방송3법도 (공영방송 이사 추천 주체를)국회라고 얘기할 것이면 본회의 의결을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교섭단체가 숫자 넣어서 하겠다는 것이지 않나"라며 "그냥 정당이 추천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최 박사는 공영방송 제도 개선과 관련해 입법부를 평가하고 원칙부터 세우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박사는 "통합방송법(2000년 제정) 이후 공영방송 이사회 구조와 사장 임명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관련된 법률안이 52개 나왔다. 민주당에서 36건, 국민의힘 9건, 소수정당 3건, 상임위원장 대안 4건"이라며 "공포된 법안은 딱 1건이다. 25년 동안 1건인데 (입법부는)뭘 한 걸까. 그리고 왜 갑자기 급해진 것일까"라고 의문을 던졌다.  

최 박사는 헌법상 언론의 자유와 방송법상 방송의 자유를 언급하며 공영방송 제도 개선은 '독립성'과 '다원성'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최 박사는 "방송의 자유를 보장하고 공적 의견을 자유롭게 형성할 수 있도록 다원적 구성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공영미디어의 이사회 구성을 다양한 사회 주체들로 만들어야 한다"며 "대부분의 나라는 그 집단의 민주적 체계를 가지고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집단에 이사추천권을 준다. 우리나라를 예로 들면 노사정위원회쯤 되는 것"이라고 했다. 

최 박사는 "후견주의 완화의 기준은 연방헌법재판소(독일)에서 형성된 내용을 보면 '국가와의 거리'이다. 국가를 형성하는 이들과의 거리를 어떻게 할 것이냐다"라며 "지배적이지 않으면 된다. 국가가 추천한 사람이 1명일 때 이에 대응하려면 2명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정치권 비중은)3분의1 이하라고 판결문에 나와 있다"고 했다. 

정슬아 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장은 방송3법에서 특정 성별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대다수를 차지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빠졌다고 지적했다. 정 팀장은 "탄핵 국면 응원봉 빛의 광장에서 차별·혐오를 중단하고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는 흐름이 있었다. 그곳에서 함께 움직인 다수의 사람들로 여성들이 분명 존재했다"며 "방송3법의 경우 특정 성별이 과도한 숫자를 넘지 않도록 하는 기준 비율이 사라진 것이 가장 아쉽다.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 사라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어디선가 '지역·성별·연령 고려하니까 괜찮을 것이다'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지금 정치 뉴스를 보면 마이크 쥐는 사람은 특정 연령대 남성"이라며 "그런 상황이 여기저기서 반복되는데 성별 할당제라는 논의가 후퇴한 것에 대해 굉장히 문제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정 팀장은 또 "시청자 운동을 하는 조직의 일원으로서 방송3법이 어떻게 시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사실 시민들은 관심이 없다"며 "하지만 한 가지 아주 명확한 점이 있다. 정치인들에게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 팀장은 공영방송이 사회 문제에 대한 기초적 판단 근거를 제공하고 공론장을 형성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정치적 독립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정 팀장은 "중심을 잡는 축을 잘 만들어가기 위해 정치권의 영향력을 줄여내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것"이라며 "정치권 추천을 양성화하는 상황에 안타까움과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김준현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장(변호사)은 "공영방송 정치적 후견주의 배제는 언론개혁의 가장 큰 목적 아니었나. 그런 면에서 이번 방송3법은 실패했다고 본다"며 "공영방송 이사 수를 늘리고 추천주체를 다변화했지만 결국 음성적 관행을 양성화시킨 것이다. 그로 인한 새로운 폐해가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공영방송이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방송3법을 조금 꼬아서 보면, (정권이)언론을 또 자기 편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지난 정권 이상으로 빨리 우리 쪽으로 시스템을 개편할 것인가라는 생각만 한 게 아닌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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