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연설이 '민주당 탓'으로 채워지면서 국가 위기를 수습할 의지가 있느냐는 비판이 보수언론에서 이어지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재명'을 18번, '민주당'을 44번 입에 올렸다.

국민의힘은 추가경정예산(추경), 연금개혁 등 처리해야 할 현안도 민주당 탓을 하며 논의에 나서지 않고 있다. 여당으로서 야당과 협의해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경제지에서 나온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마친 뒤 퇴장하며 여당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마친 뒤 퇴장하며 여당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1일 권성동 원내대표는 44분 동안 이어진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재명 때리기'에 올인했다. 권 원내대표는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고 말하면서도 "그런데 왜 비상조치가 내려졌는지 한 번쯤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국정 혼란의 주범, 국가 위기 유발자, 헌정 질서 파괴자는 민주당 이재명 세력"이라며 "민주당이 의회주의·삼권분립·법치주의를 모두 무너뜨려 국정이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고 말했다. '내란 우두머리' 피고인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의 국회 독재 때문에 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29번의 연쇄 탄핵, 23번의 특검법 발의, 38번의 재의요구권(거부권) 유도, 셀 수도 없는 갑질 청문회 강행, 삭감 예산안 통과, 이 모두가 대한민국 건국 이후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일"이라며 "의회 독재의 기록이자, 입법 폭력의 증거이며, 헌정 파괴의 실록"이라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국정 혼란의 목적은 오직 하나, 민주당의 아버지 이재명 대표의 방탄"이라며 "민생도, 경제도 팽개치고 대표 한 사람 방탄을 위해 입법 권력을 휘두르는 개인 숭배 세력, 탄핵·특검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불안 조장 세력, 정치를 끝없는 갈등과 대립으로 몰아가는 국민 분열 세력이 바로 민주당의 본모습"이라고 했다. 게다가 권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의 대표적 실책인 의정 갈등, 추경 무산을 민주당 탓으로 돌렸다. 지난 10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윤석열'은 0번, '국민의힘'은 2번(연금개혁 논의 촉구) 언급됐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도·보수 성향 언론에서 '이재명 비판' 일색의 연설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12일 국민일보는 사설 <40분 내내 ‘이재명은 안 된다’만 외친 여당 대표 연설>에서 "사안마다 이 대표 비판으로 귀결하는 ‘기·승·전·이(이재명)’의 논리"라며 "보수 결집용 진영 대결 메시지만 가득할 뿐, 첨예한 갈등을 풀어갈 통합의 메시지는 찾을 수 없었다. 매우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국민일보는 "국민의힘이 여전히 강성 지지층과 반이재명 정서에만 매달리고 있음을 말해준다"며 "권 원내대표 연설은 '이재명은 안 된다'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다.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이 대표에 대한 반감으로 넘어서려는 전략은 혐오의 정치판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했다. 

같은 날 세계일보는 사설 <비상계엄 발동 책임을 민주당에 돌린 與 원내대표>에서 "국민의힘의 최근 행보를 보면 말 따로 행동 따로다. 국민의힘 전현직 지도부가 수감 중인 윤석열 대통령을 잇달아 면회하고 윤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가 일부 친윤(친윤석열) 의원들을 통해 전파되고 있다. 몇몇 의원은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강성 지지자들과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이런 게 '책임을 통감한다'는 당의 모습인가"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위기 수습 비전 없이 ‘남 탓’만 한 權 대표 연설… 집권여당 맞나>에서 "윤 대통령의 시대착오적 계엄으로 빚어진 경제 안보 위기 상황에 대한 진지한 성찰, 집권 여당으로서 이 사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대한 비전은 없이 ‘남 탓’으로 일관한 것"이라며 "이것도 야당 탓, 저것도 야당 탓, 매사가 야당 탓, 이런 식으로는 여당의 수권 능력만 불신받을 뿐"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권 원내대표가 분권형 개헌을 주장하며 이재명 대표가 개헌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한 데 대해 "4대 개혁을 위한 입법 어느 하나도 성과를 못 내는 정치력으로 개헌을 할 수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동아일보는 "이 대표가 개헌에 소극적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당이 대통령 방어에만 급급했을 뿐 야당을 협치의 상대로 보고 설득하려는 노력은 부족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여당의 개헌 제안, 국회 논의 물꼬 트는 계기로>에서 "권 원내대표의 어제 연설이 이 대표 비판에 치중한 건 적절치 않았다. 적지 않은 여당 과오에 대한 자성 없이 모든 책임을 상대 탓으로 돌리는 것은 공감받기 힘들다"며 "더구나 개헌에 대해 이 대표 도움이 필수적이라면 그의 협조를 얻어낼 수 있는 포용적 언어를 구사하는 게 현명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 도중 의원들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 도중 의원들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지에서는 국민의힘이 추경·연금개혁 등 처리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비판을 내놓고 있다. 12일 매일경제는 사설 <연금개혁·추경에 토다는 與, 국정에 책임감 보여야>에서 권 원내대표가 추경·연금개혁에 조건을 달고 있다며 "이럴수록 여당은 야당에 협조를 구하면서 국정 운영의 묘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개혁 과제에 토를 달지 말고 국정을 책임지는 자세로 흔들림 없이 추진해가야 한다"고 했다. 

같은 날 서울경제는 사설 <“야당 탓” 與, 계엄 비호 멈추고 경제 회복·연금 개혁 나서라>에서 "국민의힘은 야당 탓만 하지 말고 집권당답게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분명히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서울경제는 "야당과의 협의를 통해 신성장 동력 육성과 취약계층 핀셋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적정 규모로 추경을 편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속 가능한 국민연금이 될 수 있도록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여야가 잠정 합의한 13%보다 더 올려 ‘더 내는’ 개혁을 추진하되 자동조정장치 도입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여당이 재집권을 바란다면 ‘실용’과 ‘민생’을 외치는 야당을 뒤따라갈 게 아니라 선도적으로 경제 살리기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1일 조선일보는 사설 <국힘 릴레이 尹 면회, 추경·연금개혁은 또 어깃장>에서 "정책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 비판 외에 연금개혁, 추경 등에서 민주당에 주도권을 빼앗기는 모습만 보여줬다"며 "내수 경기 진작을 위해 추경 투입이 필요하다는 데에 전문가는 물론 여야에 큰 이견은 없다. 연금 개혁을 포함한 현안 처리를 위해 여야정 협의체를 가동하는 듯했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일방적 입장을 발표했다면서 뚜렷한 이유 없이 여야정 협의체를 연기하자는 입장을 밝혔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이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이재명 띄우기’로 분위기를 몰아가는 데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연금 개혁과 추경은 현실적으로 당장 필요한 국정 사안"이라며 "국민의힘이 어깃장만 놓으면 그에 따른 손해가 클 수 있다. 국민의힘은 지지층 목소리에만 반응하다 총선에서 세 번 연속 참패했다"고 했다. 

지난 10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면회를 마친 뒤 츨구로 나오고있다. 앞부터 김기현 전 대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이철규, 정점식, 박성민 의원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면회를 마친 뒤 츨구로 나오고있다. 앞부터 김기현 전 대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이철규, 정점식, 박성민 의원 (사진=연합뉴스)

12일 경향신문은 사설 <계엄 사과하며 남 탓, 국정은 자화자찬, 권성동의 후안무치>에서 "내란으로 나라와 민생을 구렁텅이에 빠뜨린 윤석열을 감싸는 것도 모자라, 그 책임을 야당에 떠넘긴다니 이런 철면피가 있나. 영락없는 '그 대통령에 그 정당'"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윤석열 정부 3년 성과’라며 자화자찬을 늘어놓은 것도 가관"이라며 "부자감세 등으로 지난해에만 30조 8000억원의 세수 펑크가 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전보다 0.4%포인트 내린 1.6%로 전망했다"고 짚었다. 

한겨레는 사설 <‘국정위기 민주당 탓’, 내란 정당화 반복한 권성동>에서 "야당을 ‘12·3 비상계엄 유발자’로 지목하면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보는 건가"라며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은 소략한 채 모든 화살을 야당으로 돌리는 건 사실 호도이자 국민 무시"라고 했다. 한겨레는 국민의힘이 지난해 4월 총선 참패 뒤에도 윤 대통령과 야당 사이에서 정치력을 발휘한 일이 없다며 "오히려 김건희·명태균 의혹 등에 윤 대통령 방어만 하다가 내란 사태까지 맞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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