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은 지난해 12월 25일 MBC와 뉴스타파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보도 이후 류희림 위원장은 자신의 민원사주 의혹을 ‘민원인 정보 유출’ 사건으로 규정하고 공익신고자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신고자들은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 공익신고자 보호를 요청했으나 그사이 경찰로부터 두 차례 압수수색을 당했다.

지난 9월 25일 '민원사주 의혹' 공익신고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신분을 공개했다. 공익신고자는 지경규 지상파방송팀 차장과 탁동삼 명예훼손분쟁조정팀 연구위원, 김준희 언론노조 방심위지부 지부장이다. 신원을 보호받아야 할 공익신고자들이 공개석상에서 얼굴을 드러낸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5일 지경규 지상파방송팀 차장과 전화 연결해 류희림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 공익신고 과정과 이후 대응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지경규 차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9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류희림 방심위원장 민원사주 공익신고자 공개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12월 류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을 국민권익위원회에 부패 신고한 방심위 직원이 발언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9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류희림 방심위원장 민원사주 공익신고자 공개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12월 류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을 국민권익위원회에 부패 신고한 방심위 직원이 발언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에 대해 공익신고하고 신분 공개한 지 40여 일 지났어요. 공개 전과 차이가 있을까요?

“민원사주 진상에 대한 규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도 공익신고가 진행 중이고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걸로 보입니다.”

주변에서는 뭐라고 하나요?

“기자회견 당일 저녁뉴스 시간대 얼굴과 목소리가 나갔고 다음 날에 경향과 한겨레 1면에 얼굴이 나왔거든요. 그래서 저희 본가에서 무슨 일이 있냐고 전화가 왔고, 지인들도 걱정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방심위 내부 직원들은 알고 있었나요?

“제가 작년 9월 27일에 방심위 내부 게시판에 류희림 위원장의 ‘뉴스타파 안건’ 심의 회피 관련 게시글을 올린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아마 제가 했을 거라고 짐작은 했겠지만 명확하게는 몰랐을 것 같습니다.”

지경규 방심위 지상파방송팀 차장
지경규 방심위 지상파방송팀 차장

신분 공개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류희림 씨가 뉴스타파 인용 보도 ‘민원 제기한 사람’을 공익신고자로 둔갑시켰어요. 적반하장식 태도죠. 거기에 경찰의 불공정 수사가 이루어졌고요. 저희 같은 경우 압수수색도 했지만 류희림 씨에 대해서는 전혀 수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다음에 권익위 조사도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경찰에 이첩했지만, 류희림 씨의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방심위로 다시 송부를 결정해서 현재 셀프조사가 진행 중이에요. 이런 상황이라 수사의 불공정성과 권익위 조사의 불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왜 신분을 밝히지 않았나요?

“제가 작년 9월 내부 게시판에 올린 건 방심위 내부의 자정 조치를 기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류희림 씨가 심의를 회피한다거나, 저희 감사실에 이해충돌 방지 담당관이 있기 때문에 그 담당관을 통해서 문제가 해결되리라고 기대한 거죠.

하지만 방심위 내부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작년 12월에 공익신고를 하게 됐어요. 권익위가 이해충돌 방지법 주무기관이니까 해당 기관을 통해서 합리적으로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기대했죠. 권익위라는, 이해충돌에 관련된 공적기관을 통한 문제 해결을 기대했기 때문에 신분을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오래갈 거라고 생각 못 했겠네요.

“그렇죠. 12월에 뉴스타파와 MBC 보도를 통해서 민원사주 의혹이 공론화됐고 그다음에 권익위를 통해서 조사가 이루어져서 곧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기대했어요. 하지만 그런 부분이 전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류희림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이 2023년 12월 말에 공론화돼서 10개월이 지났는데 수사 상황은 어떤가요?

“수사가 정말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앞서 말씀드렸지만, 불공정합니다. 류희림 씨의 작년 8~9월 통화내역이 현재 민원사주 의혹을 풀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거든요. 근데 경찰은 지금 이걸 확보하지 못한 상태예요. 지금이라도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 통해 이 민원사주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례없는 과징금, 그 뒤엔 위원장 가족·측근 민원이? (MBC 뉴스데스크 12월 25일 자 보도화면 갈무리)
유례없는 과징금, 그 뒤엔 위원장 가족·측근 민원이? (MBC 뉴스데스크 12월 25일 자 보도화면 갈무리)

공익신고 후 10개월을 돌아보면 어때요?

“제가 지상파 방송팀에 있고 방심위 지부 사무국장도 같이하고 있거든요. 올해 1월 15일부터 1인 시위를 시작했는데 그날이 저희 ‘1차 압수수색’ 들어온 날이었습니다. 그날부터 류희림 씨 임기가 끝나는 7월 22일까지 내부 직원 그리고 언론노조 각종 본부와 지부 소속 조합원들이 같이 해주셔서 총 550명 정도 참여하셨어요. 그리고 3월엔 방송회관 앞에서 류희림 씨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도 가진 적이 있고요.

하지만 류희림 씨는 연임에 성공했고, 권익위에서는 방심위에 송부 결정을 했지만 사실상 무혐의로 처리했어요. 이런 부분들 봤을 때 많은 자괴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신분을 드러내는 상황까지 벌어졌죠. 저희는 경찰 수사를 지속적으로 촉구할 것이고, 지금까지는 결실이 없지만 향후에는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상황인데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요?

“제가 공익신고자인데 권익위 통해 보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거든요. 그래서 공익신고와 관련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직접 겪어보니, 심리적인 압박감이라든지 경제적인 부담 부분에 대한 국가 차원에서의 지원이 전혀 없더라고요. 이런 부분에 대한 정책적 해결 방안이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권익위에선 아무런 조치사항이 없나요?

“권익위에서는 보호조치와 관련해 지금도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요.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른 실질적인 불이익 조치가 없다는 입장이고요.

그런데 그동안 권익위 조사 방식을 보면 류희림 씨가 거부했다는 이유로 기본적인 서류라고 할 수 있는 류희림 씨의 가족관계증명서조차 확보하지 않았어요. 그 민원인과 류희림 씨의 관계 등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걸로 보여요. 방심위 현장 방문조사 당시에도 일부 참고인만 조사했어요."

MBC 〈뉴스데스크〉 9월 25일 보도화면 갈무리
MBC 〈뉴스데스크〉 9월 25일 보도화면 갈무리

만약에 시간을 그때로 되돌린다면 어떻게 하셨을까요?

“똑같이, 똑같이 했을 것 같습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방심위 내부에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직원들이 많이 있다는 걸 확인했고요. 동료 직원들이나 후배 직원들을 위해서 당연히 했을 거로 생각합니다.”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압수수색도 당했는데 당시 상황은?

“오전 6시 40분쯤에 제가 집에서 나왔는데 그때 1층에서 경찰관 4명이 대기하고 있었고 휴대폰을 만지지 말라면서 바로 가져갔어요. 변호사에게 연락해야 하니까 그것만 가능한 상황이었고요. 경찰차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9시 이후 저희 집으로 들어가서 압수수색이 이루어졌어요.”

많이 당황하셨겠어요.

“통신 이용자 정보를 제공받았다는 경찰 공문을 받기도 해서 압수수색이 나오지 않을까 어렴풋이 예상은 했었는데 막상 나오니까 당황스러웠죠. 더욱이 민원사주 의혹을 제기한 사람에 대한 수사만 하고 류희림 씨 수사는 하지 않는 부분에 대한 억울한 심정도 있었던 것 같아요.”

뉴스타파 취재 결과,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가족과 친인척도 조직적 민원을 제기했다. (자료 출처=뉴스타파)
뉴스타파 취재 결과,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가족과 친인척도 조직적 민원을 제기했다. (자료 출처=뉴스타파)

민원사주 의혹에 대해 처음 알았을 때 어땠어요?

“제가 작년 3월 6일부터 지상파방송팀에서 MBC TV 채널을 담당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작년 9월 5일 오전에 ‘뉴스타파 인용 보도’와 관련된 민원을 민원상담팀에서 지상파방송팀으로 이첩한 걸 확인했어요. 계속 심의가 진행되고 있고 이러면 ‘이해충돌’ 문제로 심의의 공정성이 훼손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문제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제가 9월 27일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렸어요.

그 이후 10월 10일 경향신문에서 제 게시글 내용을 다룬 기사가 보도됐거든요. 그리고 12일 36차 방송소위에서 김유진 위원이 해당 기사 내용을 언급하면서 류희림 씨에게 이해충돌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 회의 석상에서 류희림 씨가 ‘방금 김유진 위원님께서 말씀하신 직원이 저와 사적인 뭐가 있다고 한 그 내용은 자세히 보시면 알겠지만 확정적이 아니고’란 식으로 얘기하거든요.

그런데 현재 류희림 씨는 9월 27일 제가 쓴 게시글을 보지 못했다는 입장인데, 이 회의 내용 보면 제 게시글을 인지하고 있는 걸로 보이거든요. 당시 회의 내용과 그 이후 류희림 씨의 입장에는 상반된 부분이 있어요. 종합적으로 봤을 때, 저희는 류희림 씨가 회의 전 과정에서 가족들 지인들의 민원을 인지하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 명확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류희림 위원장은 민원인이 가족인 줄 몰랐다는 거죠?

“그렇죠. 본인은 민원이 들어왔다는 부분을 전혀 몰랐다는 거예요.”

그게 가능할까요?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9월 27일 게시글 올리기 전에, 9월 14일 당시 종편 보도채널 팀장이 류희림 씨에게 가서 쌍둥이 동생 민원이 들어왔다는 부분도 보고했거든요. 보고자료도 기록이 남아 있고요. 하지만 현재 류희림 씨는 그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고, 종편 보도채널 팀장도 자신은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어서 문제가 있는 상황입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서울=연합뉴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이번 국감에서 민원사주 의혹도 다뤄졌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저희는 이런 문제가 제기되면 상식적으로 부끄러워서 다 시인할 것 같은데 류희림 씨는 여전히 부인하더라고요. 그리고 앞서 종편 보도채널 팀장 말씀도 드렸지만, 방심위 내부에서도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당시 상황을 부인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방심위에 두 번이나 압수수색이 들어왔고 직원들도 경찰에 참고인 조사를 간다거나 집에 압수수색이 들어온다거나 하는, 수사와 관련된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거든요. 현재의 불안정한 상황에 류희림 씨뿐만 아니라 방심위 내부에서 그렇게 부인하는 사람들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원사주 의혹이 공론화되자 류희림 위원장은 개인정보 유출이 문제라고 주장하는데.

“본질을 호도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류희림 씨의 민원사주가 없었다면, 뉴스타파 인용 보도에 대한 신속심의 부분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을 거고, 이런 이해충돌로 인한 심의 공정성 부분도 훼손되지 않았을 겁니다.

현재 류희림 체제 방심위에서 결정된 법정제재 30건이 법원에서 모두 집행정지가 됐어요. 최근 <PD수첩> 처분에 대한 취소 판결도 났죠. 이런 상황을 봤을 때 개인정보 유출 주장은 부분을 들춰내서 자신의 치부를 가리는, 본질을 흐리는 입장이라고 생각합니다.”

1월 1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내부 직원이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 수사관들이 서울시 목동 한국방송회관에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윈회 민원상담팀 등을 압수수색 하는 중에 노조측 관계자가 류희림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1월 1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내부 직원이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 수사관들이 서울시 목동 한국방송회관에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윈회 민원상담팀 등을 압수수색 하는 중에 노조측 관계자가 류희림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지난 7월에 류희림 위원장 연임이 확정됐는데 어땠나요?

“저희 나름대로 열심히 투쟁했는데 7월 23일 18시 50분에 기습적으로, 19층 회의실 문을 잠근 채 위원장의 호선이 이루어졌거든요. 당시엔 이런 상황들이 정말 비현실적으로 다가왔어요.

호선과 관련돼서 한 말씀 드리면, 방통위설치법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9명으로 운영하도록 규정돼 있어요. 내용 심의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교환되는 장치를 만들어 심의와 ‘표현의 자유’가 충돌되지 않고, 표현의 자유를 유지하고 증진시킬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둔 거죠. 이런 9명의 다양한 의견이 위원장 호선 절차에만 예외적으로 배제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호선은 일종의 선거입니다. 선거인데, 특이한 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의 요건이 일치하는 선거이고요. 그런데 7월 23일 있었던 방심위 16차 회의를 보면, 허연회 위원과 김우석 위원이 참석하거든요. 그 사람들은 임기가 8월 5일까지였어요. 그런데 새로 연임되는 류희림 씨를 포함한 3명의 위원은 3년 임기가 남은 위원들이에요. 이들이 임기가 고작 한 달도 안 남은 위원들과 같이 선거를 한다는 건 맞지 않아요. 즉,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불일치하는 위원이 참석해서 호선이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원사주 의혹과 관련해 앞으로 대응 계획은?

“지금 방심위 내부에서 공익신고 관련된 법률 지원 모금이 이루어지고 있고, 언론노조 소속 단체로부터도 지원을 받고 있어요. 이렇게 협조해주시고 응원해주시니 류희림 씨의 민원사주 의혹이 풀릴 때까지 조합원들, 동료 직원들과 함께 진실규명을 위해 부단히 노력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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