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주요 일간지와 언론시민사회단체가 군사작전을 연상시키는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연임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야당은 류희림 위원장의 호선 과정이 위법하다며 법적대응을 시사했다. 

한국일보는 25일 사설 <[사설] 기습 작전하듯 방심위원장 연임... 최소한의 원칙도 없나>에서 “도대체 뭐가 그리 급하고 떳떳하지 못해서 007 작전하듯 ‘도둑 의결’까지 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류 위원장은 가로막는 노조원들을 피해 차도로 뛰어들어 택시를 잡아타고 떠나는 촌극까지 연출했는데, 기습에 밀실, 합의제 원칙 훼손, 규정 위반 등 편법이란 편법은 총동원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23일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추천 몫을 행사해 류희림 전 위원장, 김정수 국민대 교양대학 교수(전 KBS PD), 강경필 변호사를 방통심의위원으로 위촉했다. 대통령이 위촉한 위원 3인과 임기가 남은 허연회·김우석 위원 등 5인은 곧바로 전체회의장 문을 걸어 잠그고 류희림 위원을 위원장으로 호선해 ‘밀실 호선’ 논란이 일고 있다.

새 방통심의위가 출범할 때 위원 9인 구성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위원장 호선이 이뤄진 것은 전례가 없다. 다만 지난해 9월 8일 류희림 보궐위원장 호선이 이광복 부위원장·정민영 위원 해촉으로 7인의 표결로 결정된 바 있다.  

류 위원장은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원장이 없어 심의 업무가 중단되면 112 범죄 신고와 119 화재 신고가 멈추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문을 걸어 잠근 것에 대해서는 “회의를 방해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서 위원장 직무대행이 문을 잠갔다”고 말했다. 

이에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5기 위원들이 6기 위원장을 뽑는 희대의 코미디가 발생한 것"이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법적 절차를 밟을 생각”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민원사주 의혹’, ‘정부 비판 보도 무더기 징계’ 등을 거론하며 “이런 인사를 방통심의위원장에 다시 앉히는 건 더 집요하게 방송장악을 하겠다는 선전포고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류 위원장은 기습 의결 이유에 대해 ’방통심의위는 단 하루도 비울 수 없어서‘라고 했는데, 정부 비판 보도는 하루도 용납할 수 없다는 얘기로 들리는 건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며 “방통위에 이어 민간독립기구인 방통심의위마저 정권의 하청기구로 고착화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했다.

23일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에게 호선 과정을 따져 묻고 있다. (사진 출처=최민희 위원장 페이스북)
23일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에게 호선 과정을 따져 묻고 있다. (사진 출처=최민희 위원장 페이스북)

한겨레는 류 위원장의 ’졸속 연임‘ 과정이 야당이 추진하는 방송개혁 법안의 필요성을 강화시켰다고 진단했다. 한겨레는 같은 날 사설 <류희림 ‘날치기 연임’, 방송장악 막을 입법 시급하다>에서 ‘류 위원장 연임’에 대해 “방통심의위 위원 구성과 운영 취지를 거스른 독단적 행태”라며 “이유는 충분히 짐작된다. 현 정부 들어 방통심의위는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논란을 보도한 방송사들에 법정 제재를 내리는 등 노골적으로 ‘정권 친위부대’와 ‘방송 장악 교두보’ 역할을 자임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처럼 원칙과 상식을 한참 벗어난 방통심의위 운영은 방송을 ‘정권의 시녀’로 만들겠다는 노골적 시도로 공정한 방송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을 반증하는 사례”라며 “우원식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여당이 거부한데다 류 위원장 편법 연임까지 밀어붙인 마당에 방송4법을 더 미룰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경향신문도 사설 <부적격 사유 넘치는 이진숙, ‘방송장악위원장’ 임명 말라>에서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몰상식적이고 비이성적인 인사는 이진숙 후보자뿐이 아니다”며 류 위원장을 지목했다. 

경향신문은 “그동안 MBC에 대한 무더기 징계와 청부 민원 논란을 빚은 인물”이라며 “그런 그를 임기 종료 다음날 군사작전처럼 연임시킨 것은 또 한 번 편파·졸속 파행으로 점철된 방통심의위를 예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윤석열 정부는 방송 장악을 위한 폭주를 멈춰야 한다. 그 폭주를 멈추지 않는다면, 국회가 국민의 눈높이에서 책임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통심의위 구성원들이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류희림 사퇴 촉구'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방통심의위 구성원들이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류희림 사퇴 촉구'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언론현업·시민단체의 비판도 이어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4일 성명을 내어 “류희림 씨는 정권의 언론장악 첨병으로 활약하며 역대 최악의 방통심의위원장으로 평가받아왔다”면서 “류희림 연임은 반헌법적 언론장악 기도 덕분에 침몰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마지막 발버둥이다. 윤석열 정권 언론장악 난동의 결말은 정권의 처참한 몰락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기존 5기 위원이 6기 위원장을 호선한 것은 당연히 정상적이지 않고 위법적”이라며 “자격도 절차도 명분도 실종된 류 위원장 호선은 코미디이자, 방송 공공성과 공정성 파괴 자체”라며 “국회는 류희림 방통심의위의 불법 실태를 모조리 밝혀내 책임을 묻는 국정조사를 조속히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류희림 체제 5기 방통심의위’에서 발생한 ▲가짜뉴스 센터 설립 ▲정부비판 보도 신속 심의 및 중징계 남발 ▲인터넷 언론사 심의 시도 등의 사건을 나열하며 “류희림 위원장이 연임됐다는 건,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엄호 이외에서는 찾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의 ‘언론 장악’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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