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동생이 민원을 넣은 사실을 보고 받았다는 방통심의위 직원의 증언이 나왔다. 해당 직원은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거짓 진술을 하자, 류 위원장이 ‘고맙다’ ‘잘 챙겨주겠다’ ‘미안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방통심의위 구성원들은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의 스모킹건일 뿐 아니라, 청부민원을 통한 업무방해죄 수사의 핵심 단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경식 전 종편보도채널 팀장(현 강원사무소장)은 본인이 직접 류 위원장에게 ‘동생의 민원 신청’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보고했다고 밝혔다. 장 전 팀장은 이전까지 류 위원장에게 친인척 민원과 관련한 보고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경식 전 종편채널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갈무리)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경식 전 종편채널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갈무리)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증인이 당시 다른 사람들에게 '류 위원장이 잘 찾았다고 극찬했다'고 말한 적이 있나“라고 묻자 장 전 팀장은 “예, 맞다"라고 답했다. 장 전 팀장은 ‘류 위원장에게 동생의 민원 보고 내용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증언을 바꾼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지적에 ”지난해 총 다섯 차례 국회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진술하면서 양심의 가책과 심적 고통을 많이 겪었다”며 “수사기관(출석) 이전에 제가 잘못된 진술을 했기 때문에 여기에서 번복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이 “장 전 팀장이 권익위 조사에서 ‘(동생 민원을)류희림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뒤, 류 위원장이 장 단장에게 ‘고맙다’ ‘잘 챙겨주겠다’고 두 차례 말한 일이 있나”라고 묻자 장 전 팀장은 “네, '미안하다' 이런 말도 했다”고 전했다. 

‘민원사주 의혹’과 관련해 류 위원장의 이해충돌 여부를 판단할 핵심 증언으로 판단된다. 류 위원장은 지난 2023년 9월 본인의 가족과 지인이 신청한 뉴스타파의 ‘윤석열 수사무마 의혹’ 인용 보도 민원을 회피하지 않고 심의에 참여, 중징계 의견을 냈다. 친인척이 민원을 제기한 것을 몰랐다는 류 위원장은 오히려 ‘민원인 정보가 유출됐다'며 고발에 나섰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방통심의위 직원 A 씨 카톡 내용(사진=노종면 의원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방통심의위 직원 A 씨 카톡 내용(사진=노종면 의원실)

이날 전국언론노동조합 방통심의위지부는 성명을 내어 “류희림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사실이 새로운 증언을 통해 명명백백 밝혀졌다”면서 “범죄를 모의하고 사주하는 것을 넘어, 이를 은폐하기 위해 직원에게 위증을 강요한 범죄 수괴의 진상이 낱낱이 드러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통심의위지부는 “경찰, 권익위, 방심위의 조사가 모두 류희림의 면죄부 발행을 위한 엉터리 조사였음이 분명해졌다”면서 “경찰은 장 전 팀장을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권익위와 방심위는 주요 관계자들의 진술이 엇갈린다는 핑계로 조사를 무마했다”고 지적했다.

권익위는 지난해 7월 류 위원장과 참고인들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민원사주 의혹’ 사건을 방통심의위에 송부했다. 방통심의위 감사실은 지난달 7일 권익위에 류 위원장의 이해충돌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회신했고 결국 사건은 종결 처리됐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결과에 반발한 방통심의위 구성원이 권익위에 이의신청을 접수한 상황이다. 이에 더해 ‘민원사주 의혹 사건’ 셀프감사를 주도한 방통심의위 감사실장은 1급으로, 위원장 부속실장이 3급으로 승진해 방통심의위 내부에서 “부역자에 대한 포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방통심의위지부는 “장 전 팀장의 증언은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의 스모킹건일 뿐 아니라, 청부민원을 통한 업무방해죄 수사의 핵심 단서”라며 “경찰은 범죄 사실을 엄정 수사하고, 다른 가족과 지인들에 대한 수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만약 이대로 사건을 종결한다면 국가기관들이 류희림의 범죄를 은폐하는 데 앞장섰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방통심의위지부는 “장 전 팀장의 양심선언으로 권익위의 즉각적인 재조사가 불가피해졌다”며 “권익위와 방심위 조사에서 했던 거짓 진술을 바로잡고, 청부민원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자신이 보고 들은 모든 것을 고해야 한다. 이제라도 거짓의 배에서 탈출하여 진실을 고하는 것만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류희림 민원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양천경찰서는 류 위원장과 주요 참고인 1인에 대해 조사했으며 조만간 수사를 종결할 예정이다. 

한편 최 위원장은 “류 위원장에게 오후 5시까지 출석하라고 했는데, 연락이 안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방통심의위 부속실장은 “(류 위원장에게)문자도 보내놨고 통화를 시도했는데 연락이 안 되고 있다”며 “출근은 했다가, 지금 사무실에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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