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안형준 MBC 사장이 공영방송 지배구조와 방송 프로그램 심의에 정치 권력이 개입하는 것은 민주주의 시스템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사장은 공영방송 사장 임기가 한 국가의 민주주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라고 했다.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 임기는 오는 8월이다. 방문진 이사 임기 종료 후 여권의 MBC 사장 교체 시도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안형준 MBC 사장 (사진=MBC)
안형준 MBC 사장 (사진=MBC)

14일 안 사장은 출입기자단과 오찬에서 방문진 이사 교체 후 사장 해임에 나설 시 대응전략이 있느냐는 질문에 "저희가 학회를 다녀보면 '그 나라의 민주주의 척도는 공영방송 사장이 임기를 채우느냐 못 채우느냐' 이런 말씀하시는 교수님들이 계시다"며 "영국의 BBC도 오래 전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장을 갈아치우고 했었다고 한다. 그런 게 반복되다 시스템이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안 사장은 "작년에 이미 사법부가 (공영방송 지배구조 교체에)제동을 걸었다고 생각하고,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컨센서스(총의)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며 "상황에 변수는 많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해임된다면)법적 대응도 다양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를 해임했지만 법원은 해임 효력을 정지시켰다.

안 사장은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방송정상화 3+1법'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고 이용마 기자가 'MBC를 국민의 품으로'라고 얘기했다. 진정한 국민의 방송으로 MBC가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방송3법은 공영방송 이사 수를 21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 주체를 학회·시청자위원회·방송직능단체 등으로 다양화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공포 즉시 시행' 부칙 조항과 공영방송 사장 임기보장, 해임 요건 강화 조항이 포함됐다. 또 공영방송 사장 선출은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가 추천한 복수의 사장 후보자 중 1인을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했다.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은 방통위의 의결 정족수를 '위원 4인 이상'으로 규정하는 내용이다. 윤석열 정부 방통위는 현행 방통위설치법에서 회의 개의에 필요한 출석위원 수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2인 의결'을 강행해왔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안 사장은 여권이 방송직능단체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을 이유로 '민주당·언론노조 공영방송 영구장악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는 데 대해 "그 단체들이 그렇게 편향되거나 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청자위원회나 학회를 중심으로 구성하자는 법안도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정치권에서 추천하는 사람의 숫자를 줄이고, 시민을 대표하는 그룹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사장은 "제가 MBC 사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시민평가단이라는 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기관을 통해 전국에서 시민평가단을 구성했고, 그분들 앞에서 발표를 했다"며 "시민의 평가는 정치적 후견주의를 끊어내는 데 있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대선에 관여했던 분들이 공영방송에 들어오는 것, 이제 그만둬야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다만 안 사장은 경영진 입장에서 이사수가 21명인 것은 다소 많은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안 사장은 여권이 사장 해임 사유로 들 수 있는 보도 공정성, 스테이션 신뢰도, 경영성과 등에 대한 대내외적 평가를 묻는 질문에 각 부문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답했다. 안 사장은 MBC가 올해 1분기 지상파 방송사 중 유일하게 20억 원대 흑자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조사에서 국내 언론 신뢰도 1위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흑자를 냈는데, 올해는 좀 더 큰 규모의 흑자를 내어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했다. 

이어 안 사장은 "지난 총선 개표방송에서 신뢰도는 어느 정도 판가름이 난 게 아닌가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저희 시청률이 경쟁사(KBS·SBS)시청률을 합친 것보다 높았던 것으로 안다"며 "저희가 개표방송 평균 시청률에서 KBS를 16년 만에 이겼다"고 했다. 안 사장은 "유튜브 정치·사회·시사 조회수는 한국에서 1위이고, 가끔 글로벌 1위를 할 때가 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11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왼쪽)이 백선기 선거방송심의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는 모습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난해 12월 11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왼쪽)이 백선기 선거방송심의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는 모습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안 사장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의 제재가 MBC에 집중된 것과 관련해 미국의 '페어니스 독트린'(fairness doctrine·공정보도원칙) 폐기 사례를 거론했다. '페어니스 독트린'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1949년부터 1987년까지 지켜온 방송 심의 준칙으로 방송사 재허가 심사에 영향력을 미쳤다. 

안 사장은 "심의 시스템 자체를 돌아봐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지금 방통심의위와 선방심의위 위원을 뽑는 과정도 정교해져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학자분들은 '유럽국가에서 방송심의를 정부 측면에서 하는 데가 거의 없더라, 다 스스로 하더라' 말씀하신다. 언론협회들에서 스스로 하지 이것을 정부가 주체가 되어 하는 것들은 없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콘텐츠에 대한 심의는 민간, 자율로 넘겨야지 이것을 정부가 주도권을 잡겠다고 하는 것은 굉장히 낡은 봉건적 의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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