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이 대안 없이 야당의 '방송3법'(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안)을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개악안을 제시했기 때문에 방어에 전념하느라 대안을 마련할 틈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지난 십수년 간 이뤄져왔다는 점에서 궁색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이 시민단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개최한 회의에서 제도적 대안으로 '대통령의 공영방송 사장 임명권을 보장하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핵심인 공영방송에 '정권 낙하산' 사장을 명문화하자는 제안이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위원장은 "전적으로 동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작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는 여야가 추천하는 공영방송 이사 수를 비슷하게 조정해 중립적인 사장을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10일 국민의힘 공정언론특위(위원장 박대출 의원)는 국회에서 '방송3법 저지를 위한 연석회의'를 개최했다. 박대출 의원은 "언론을 입법, 사법, 행정에 이은 제4부라고 일컫는 이유는 다름 아니다. 언론은 철저히 권력으로부터 독립돼야 한다"며 "정치권력이든 노조권력이든, 어떤 권력도 언론을 장악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민주당이 22대 국회 개원 협상에서 법사위·운영위와 함께 과방위원장을 일방적으로 갖겠다고 욕심을 내고, 방송장악 3법 강행 의도를 노골화하는 것은 언론 독립성을 침해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박대출 의원은 "방송장악3법은 민주당과 민노총 언론노조의 입맛대로 방송사 이사진을 구성할 수 있는 길을 터는 나쁜 법"이라며 "민주당이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인다면 당연히 대통령 거부권 건의 대상이 될 것임을 경고한다"고 했다. 이어 박대출 의원은 "방송장악 3법의 심각성을 국민께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언론·미디어 시민단체 분들을 모셨다"고 소개했다.
이어진 모두 발언에서 박기완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언총) 정책위원장은 "대통령의 공영방송 사장 임명권을 보장하는 것이 결코 정권의 방송장악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대통령)선거를 통해 정당성을 확보한 정권이 공영방송 수장을 임명하고, 선거를 통해 심판 받는 것이 민주적"이라고 주장했다. 박기완 위원장은 "국민의 선택과 상관 없는 세력이 공영방송 주변을 둘러치고 거버넌스를 틀어쥐는 현재의 시스템은 대단히 반민주적"이라고 했다.
박기완 위원장은 "자유보수진영의 방송법 구상안을 다듬고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며 "핵심은 공영방송 사장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긴 시간 동안 대통령이 임명하면 방송장악이라는 잘못된 단순 논리에 갇혀 있었다"고 했다.
박기완 위원장은 "공영방송 이사진 구성에 관해 이렇게 치열하게 싸우는 이유는 이사회가 사장을 선임하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의 사장 임명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게 한다면 이사회 구성에 관한 위선적인 소모적인 논쟁은 꺼져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어떠한 형태로든 정부의 권한과 책임이 작동한다"며 대통령의 공영방송 사장 임명권을 강조했다.
박 위원장의 주장은 공영방송 '낙하산 사장'을 제도화하자는 것으로, 사실상 '국영방송화'와 다를 바 없다. 현행법상 사장 임명은 정치적 후견주의가 작동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에 달려 있다. 즉 방통위를 통해 관철되는 정치적 후견주의를 뛰어넘는 주장으로 평가된다.

이에 이상휘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위원장은 "박기완 위원장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말했다. 이상휘 위원장은 야당의 '방송3법'에 대해 "방송장악을 위한 음모이자 정치적 선동기구를 만들기 위한 양두구육"이라며 "민주당과 민노총 언론노조는 개혁대상이지 개혁추구 세력은 되지 못한다"고 했다.
이상휘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야당이)우선 개악안을 던져놨다. 우리로서는 이 실체를 규명하는 데 노력할 수밖에 없다"며 "대안을 만들어야하는데 숨쉴 틈을 안 주고 계속 때린다"고 말했다. 이상휘 위원장은 "대안을 연구하고 있다. 충분한 검토와 의견수렴을 거쳐 조만간 대안을 내놓을 방침"이라고 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는 지난 18대 국회 때부터 주요 화두였다.
또 이상휘 위원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방송장악을 한 적 없고 보수정권 시절 KBS·MBC가 편향적으로 방송한 적도 없다며 "사례를 단 하나라도 대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 참석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으로부터 정반대의 주장이 나왔다. 엄태영 비대위원은 "우리 모두 솔직해져야 한다. 현재 공영방송 사장 선임제도는 정부여당 독단으로 결정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이에 따라 공영방송은 오랫동안 친정권 방송을 해왔다. 과거 보수정권 시절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태영 비대위원은 방송3법에 대해 "정권과 상관 없이 계속 민주당·민노총 방송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대하면서도 "특별다수제를 통해 여야 모두가 인정하는 사람이 공영방송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엄태영 비대위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집권 이후 '중립적인 사람이 공영방송 사장이 되는 게 최선인지 의문'이라는 이상한 말을 했다"면서 "정치꾼보다는 양비론적 회색분자가 낫다. 정파성을 배제하고 합리성을 앞세워 여야 모두 견제할 수 있는 방송을 만드는 것이 확증편향과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첫 단추"라고 했다.
20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안은 공영방송 이사회를 여야 7대6으로 구성하고, 사장 추천 시 특별다수제(3분의 2 이상 찬성)를 도입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민주당에서 발의된 법안이었으나 공영방송 이사에 대한 정치권 추천을 명문화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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