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가 학회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정책포럼에 대해 여당 추천 이사들이 절차·내용상의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MBC 지배구조 문제를 논의하려면 '민영화'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오는 8월 전에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대한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여권 우위의 MBC 지배구조 교체가 예상된다. 현 방문진 이사 임기는 8월까지다.

21일 방문진 정기이사회에 권태선 이사장이 부의한 공영방송 거버넌스 정책포럼 건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A 학회가 진행하는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선 정책포럼에 방문진이 공동개최, 후원 등의 형태로 참여하는 것을 논의하는 안이다. 현행 방문진법상 방문진 업무는 '방송문화의 발전과 양상을 위한 연구 및 학술사업', '그 밖의 공익 목적의 사업' 등으로 규정된다.
하지만 여당 추천 이사들이 안건상정 절차와 내용을 문제삼아 2시간가량 공전됐다. 여당 추천 이사들은 방문진 규정상 회의 개최 10일 전 부의를 희망하는 안건과 제안이유를 사무처와 이사들에게 제시해야 하는데, 이번 정책포럼의 경우 회의 개최 7일을 앞두고 별도의 제안이유 없이 부의돼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 여당 추천 이사들은 방문진이 자신의 지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포럼에 참여하는 것은 정쟁에 뛰어드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여당 추천 지성우 이사는 "(안건)이메일 온 날짜가 안건 상정과 토론, 결정에 적정한 날짜인지 사무처에서 확인해주면 좋겠다"며 절차적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차기환 이사는 "절차적으로 A 학회가 안건 상정 특권을 가지는 것 같다. 실체적 내용도 문제"라며 "A 학회가 상당히 무례하다.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논하자고 하면서 일정과 참여 교수를 결정했는데 어느 학회도 공영방송 이사회를 이렇게 대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차 이사는 "MBC 대주주가 방문진인데, 스스로의 지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포럼을 주도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쓸데없이 정쟁에 뛰어드는 것"이라며 "임기 2개월 남은 방문진이 무리하게 집어던지는 것을 저희가 참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변호사인 차 이사는 재판 일정이 있다며 회의장을 퇴장했다.
여당 추천 김병철 이사는 ▲공동사업심사를 거치지 않고 특정학회의 정책포럼에 방문진이 참여하는 것은 형평성 문제가 있다 ▲정책포럼은 방문진법 상 명확하게 규정된 업무로 볼 수 없으므로 방문진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업무인지 별도의 심의·의결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정책포럼은 방문진에 필요한 업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이사는 "(정책포럼)내용적으로도 핵심이 공영방송 거버넌스 구조인데, 진짜 논의를 한다면 민영화부터 논의해야 한다"며 "거버넌스의 법적 필요성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논의를 제한하는 것이다. 학회가 던진 주제에 우리의 의견을 반영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하냐"고 말했다.
이 같은 여권 추천 이사들의 주장에 대해 권 이사장은 자신은 물론 이전 방문진 이사장들도 안건 부의를 별도의 제안이유 없이 회의 7일 전 통보해왔다고 반박했다. 권 이사장은 여권 추천 이사들이 그동안 자신이 부의했던 다른 안건에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다가 이번 안건에 대해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규정상 이사장과 이사가 수행해야 할 절차가 다르고, 방문진 이사장은 집행이사에 해당하기 때문에 안건을 제안이유서 없이 부의해왔다는 게 권 이사장과 사무처의 해석이다. 방문진은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는 이사회 심의 안건을 제출할 수 있다. 이 때 이사는 심의할 안건을 부의하기 위해 10일 전 제안이유서를 제출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권 이사장은 "공동사업심사가 아니다. 우리가 어떤 학회를 지원하는 것은 공모를 하는 경우이고, 이번 경우는 사무처에 제안이 들어왔을 때 우리 예산 중 정책포럼 예산이 있기 때문에 이를 진행할 수 있냐는 것"이라며 "B 학회 다양성포럼을 할 때도 이사회에 올려서 '하면 좋겠다' 결정해서 한 전례가 있다. 여러 학회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고, A 학회도 논의하겠다고 하니 이사들 의견을 묻기 위해 안건을 올린 것인데 뭐가 문제라는 것이냐"라고 했다.

권 이사장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것은, A 학회 공동사업을 검토하는데 (여당 추천)이사가 안 하는 게 좋겠다 생각하면 반대를 하면 된다"며 "왜 갑자기 이사장이 안건 제안을 10일 전에 해야 한다는 둥, 기다려야 된다는 둥 들어본 적도 없고 과거 방문진에서도 한 적 없는 일을 이 안건에 하라고 문제제기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권 이사장은 "공동개최를 할지, 후원을 할지, 하지 말지, 여러 선택지가 있다. '나 혼자 결정하지 말자' 생각해 이사들과 논의하려고 안건을 올렸다"면서 "논의하면 되는 것이지 이걸 갖고 (이사장이)A 학회에 별도로 후원을 해주기 위해서 오늘 안건을 결정하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이지 않나.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즉 여당 추천 이사들의 주장은 역대 방문진 이사장들이 부의해 처리한 안건은 방문진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얘기다.
결국 여당 추천 이사들은 회의 말미에 자신들의 주장을 철회했다. 김병철 이사는 "급한 안건의 경우 제 주장을 무를 수 있다"면서 이번 안건 부의가 법·규정 위반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굽혔다. 지성우 이사는 다음 회의에서 안건 부의 규정과 관련한 논의를 하자고 했다. 이에 권 이사장은 A 학회 정책포럼 안건을 다음 회의에서 추가로 논의해 결론 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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