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위원장 이상휘 의원)가 "공영방송 이사가 정치하려 드나"라며 야권 추천 공영방송 이사들의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공개비판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불과 일주일 전 한 공영방송 이사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주최한 집회에 참석해 'MBC 파탄책임 방문진은 물러나라'는 피켓을 들고 연설까지 했다. 국힘의힘이 공영방송 이사들의 방통위 비판을 문제 삼을 처지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준용 EBS 이사(가운데)가 지난달 28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국민의힘·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미디어스)
이준용 EBS 이사(가운데)가 지난달 28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국민의힘·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미디어스)

5일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공영방송 이사가 정치하려 드나> 성명에서 "민주당 추천 공영방송 이사들이 임기가 다한 방문진 이사를 선임하기 위한 방통위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방해하고 나섰다"며 "명색이 언론인, 언론학자라는 사람들이 민주당의 정치적 후견을 등에 업고 정치 모리배들처럼 몰려다니는 데 대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공영방송 이사는 사실상 여야 추천으로 선임되지만 그 활동은 정치적 독립성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공영방송 이사들의 공동성명서 발표의 내용과 행태는 민주당-민노총이 추진하는 '방송장악4법'이 왜 악법인지 웅변하고 있다"며 "부끄러움을 알면 이쯤에서 그쳐야 한다. 아니면 민주당 입당해서 당당하게 활동할 일"이라고 했다. 

이날 KBS·방송문화진흥회·EBS 야권 추천 이사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2인 체제의 기형적 방통위가 의결한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계획은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이 사퇴 직전, 대통령 추천 2인의 의결로 공영방송 3사의 선임 계획안을 기습적으로 의결한 것은 방통위법을 정면으로 위배한 결정으로 원천적 무효"라고 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국회 논의조차 기다리지 않고,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서두르는 이유는 자명하다"며 "KBS 이사장과 이사를 해임하고 사장을 해임해 KBS를 장악했듯이, 이제는 눈엣가시인 MBC마저 장악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방송4법은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공사법·방통위설치법 개정안을 말한다. 공영방송 이사 수를 21명으로 늘려 추천 주체를 다양화하고, 방통위 의사정족수를 '위원 4인 이상'으로 규정하는 내용이다. 공영방송 이사를 여야 7대4(KBS 이사회), 6대3(방문진) 나눠먹기식으로 추천하지 못하도록, 정권이 합의제 기구 방통위를 형해화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민주당-민노총 영구방송장악법'이라고 주장한다.

국민의힘 추천 이준용 EBS 이사(현 자유언론국민연합 공동대표)는 지난달 28일 방통위가 전체회의를 열어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계획 안건을 처리할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민주당, 언론노조 비판에 열을 올렸다.

보수 유튜브 '서처동법원이야기' 중계 영상을 보면, 이날 집회 사회자인 김병찬 전 KBS 아나운서는 "기자 여러분께 소개해드린다"며 집회 참석자를 나열했다. 김 아나운서는 국민의힘 성일종 사무총장, 정점식 정책위의장, 이상휘 미디어특위 위원장 등과 함께 "이준용 자유언론국민연합 (대표가)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용 이사는 맞은편에서 방통위의 안건 처리를 비판하는 언론노조를 향해 "민노총 언론노조 세력 입 다물어라. 그만해라 그만해"라며 "방송악법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아야 한다. 민노총 언론노조세력이 방송을 영원히 장악하기 위한 작당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8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국민의힘 이상휘 미디어특위 위원장, 이준용 EBS 이사 등이 발언하는 모습 (유튜브 '서초동법원이야기' 중계화면 갈무리)
지난달 28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국민의힘 이상휘 미디어특위 위원장, 이준용 EBS 이사 등이 발언하는 모습 (유튜브 '서초동법원이야기' 중계화면 갈무리)

자유언론국민연합 홈페이지에 지난 4월 이준용 이사가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 참석해 'MBC 폐방'을 주장한 영상이 게재돼 있다.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은 국회의원이 개최할 수 있다. 당시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이 'MBC 정상화 및 편파 보도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준용 이사는 "대한민국 곳곳에는 특정세력들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특히 언론노조 세력들이 장악한 MBC는 공영방송의 기본 틀을 내팽개친 채 특정 정당 특정 이념의 나팔수 역할을 하고 있다"며 "MBC는 즉각 폐방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국민, 미래, 공영방송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이준용 이사는 지난달 3일 <박민 KBS 사장 민노총 척결 촉구> 집회에 참석해 "지금 민주노총 세력들은 깨진 유리창이다. 그 깨진 것들을 빨리 수습하지 아니하면 우리 대한민국의 공영방송 KBS는 정상화될 수 없다고 확신한다"며 "확실하게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민노총 세력, 그들이 했던 과거 문재인 정부 5년, 그리고 윤석열 정부 세력 탄생에서 했던 2년 동안 이 안에서 했던 짓들을 전부 다 파헤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펜앤드마이크 보도에 따르면 EBS 이준용·류영호 이사는 <공영방송 영구장악法 온몸으로 거부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민주당의 방송법 개정안 날치기 통과로 민주노총 소속 강성노조와 좌파 시민단체가 공영방송의 이사회를 2/3 이상 실질적으로 장악하게 되었다"며 "국민의힘에 피눈물로 호소한다.(중략)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적극적으로 설득하라"고 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