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이하 선방심의위)가 선거방송과 무관한 안건을 상정하고 법정제재를 남발해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선거기간 선방심의위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처리해야 할 안건을 도맡고 있다는 것이다.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은 ‘선방심의위 안건 상정 기준’을 묻는 야권 추천 위원의 질의에 “선방심의위에 방통심의위가 관여할 수 없다. 선방심의위에 문의하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관련 규정은 방통심의위원장이 선방심의위원에게 심의 안건을 통보하도록 정하고 있다. 즉 방통심의위원장이 관여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선방심의위 월권 논란을 방조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얘기다. 선방심의위가 선거기간 한시적으로 구성·운영되고 해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방심의위원은 심의 제재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오른쪽)과 이정옥 위원(왼쪽), 문재완(가운데) 위원이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심의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오른쪽)과 이정옥 위원(왼쪽), 문재완(가운데) 위원이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심의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8일 미디어스 취재를 종합하면, 방통심의위원들은 <가짜뉴스[허위조작콘텐츠] 신속 심의>를 통해 접수된 민원들을 매주 회람하고 있다. 해당 민원 중 선방심의위에 상정될 예정인 안건은 별도로 표기돼 있다.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접수된 민원 중 49건이 선방심의위 안건으로 상정됐거나 상정될 예정이다.

방통심의위 사무처는 ‘민원의 취지를 최대로 반영해 안건을 상정하라’는 백선기 선방심의위원장의 요청으로 ‘선거에 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이 포함된 민원을 모두 선방심의위 안건으로 상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요청으로 인해 선거와 무관한 방송이 선방심의위 안건으로 상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은 선방심의위는 독립된 기구라면서 방통심의위가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윤성옥 위원은 지난 2일 열린 방송심의소위에서 “동일한 내용의 보도들이 어떤 것은 선방심의위에서 처리하고 어떤 안건은 방송소위가 처리하는데 심의 기준 원칙이 일관돼야 한다”며 “선방심의위가 업무 범위를 넘어선 심의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위원장이 선방심의위가 방송소위 안건을 처리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류희림 위원장은 “선방심의위에 방통심의위가 관여할 수 없다. 선방심의위에 문의하라”고 말했다. 류 위원장은 “선방심의위는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기구로, 방통심의위원장은 선방심의위의 독립을 보장해 줄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 제6조(회의 등) 4항은 방통심의위원장은 회의 소집 전 안건을 심의위원에게 미리 통보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결국 선방심의위에 안건을 상정하는 최종 주체는 류희림 위원장이 된다. 

백선기 선거방송심의위원장(사진=MBC '뉴스데스크' 4월 4일 방송화면 갈무리)
백선기 선거방송심의위원장(사진=MBC '뉴스데스크' 4월 4일 방송화면 갈무리)

미디어스가 확인한 <허위조작콘텐츠 관련 접수 현황 보고> 문건에 따르면 ‘선거방송심의 상정 예정’ 민원 중 상당수가 선거와 무관했으며 이미 중징계가 결정된 안건이 수두룩하다. 2008년 이후부터 2022년 지방선거까지 대통령·국회의원·지방선거 방송과 관련된 선방심의위의 법정제재는 총 70건이다. 그러나 이번 22대 총선 선거 방송에 한해 18건의 법정제재가 결정됐다. 여기에 선방심의위가 투표일인 10일 이후 5월 10일까지 운영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1월 방통심의위 사무처는 방통심의위원에게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출연해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취소 2심 판결을 비판했다는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문성근 배우 등이 출연해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을 폄훼했다는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등이 선방심의위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라고 보고했으며 이들 프로그램은 선방심의위에서 모두 법정제재 ‘관계자 징계’가 의결됐다.

또 선방심의위로부터 ‘관계자 징계’를 받은 MBC의 ‘숫자 1’ 그래픽 일기예보와 방통심의위 ‘바이든 날리면’ 심의 비판 보도도 선방심의위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라고 보고됐다. 이 가운데 방통심의위 심의 비판 보도에 대한 선방심의위 심의는 방통심의위가 '방통심의위 비판 보도'를 심의 제재한다는 비판을 차단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태원특별법 거부권 행사를 비판한 가톨릭평화방송 <김혜영의 뉴스공감>에 대한 민원도 ‘선방심의위 안건 상정 예정’이라고 보고됐다. 선방심의위는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 법정제재 '주의'를 내렸다.

이밖에 ‘윤 대통령 이태원 특별법 거부권 행사 비판', ‘김건희 명품백 수수 의혹’, ‘SPC 블랙리스트 논란’ 등 선거와 무관한 내용을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에 대해서도 “선방심의위 상정 예정”이라고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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