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국방송학회(회장 전범수)가 기금 소진을 이유로 '우현학술상'을 폐지했다. '우현'은 백선기 성균관대 명예교수(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장)의 호다. 

백선기 교수가 이끈 22대 총선 선방심의위는 '언론장악 첨병' '용산심기경호위원회'라는 비판을 받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통신심의위원회지부는 22대 총선 선방심의위에 대해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는 평가를 남겼다.

국민의힘은 방송학회 등의 방송·미디어학회를 '친민주당 성향'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의 대표적인 미디어학회인 방송학회의 우현학술상은 국민의힘 주장이 반대를 위한 반대밖에 안 된다는 점을 되돌아 보게 한다. 

한국방송학회 7월 9일 공지
한국방송학회 7월 9일 공지

방송학회는 9일 "우현 백선기 성균관대 명예교수님의 뜻으로 조성되어 지난 2021년부터 4년 간 운영되어 온 우현학술상이 금년부로 폐지됨을 안내드린다"고 공지했다. 방송학회 사무처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우현학술상 폐지 이유에 대해 "내부 사정"이라고 답했다. 이후 방송학회는 "우현학술상이 조성 기금의 소진으로 금년부로 폐지됨을 안내드린다"고 공지를 수정했다. 

방송학회는 지난 2021년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우현학술상을 시상해왔다. 봄철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 중 양적 논문과 질적 논문 각 1편씩을 선정해 200만 원의 상금을 지급했다. 우현학술상 심사는 방송학회가 구성한 심사위원회가 진행했다. 

백선기 교수는 22대 총선 선방심의위원장으로 널리 이름을 알렸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자신의 박사 학위 논문 지도교수이자 심사위원이었던 백선기 교수를 선방심의위원으로 추천, 위촉했다. 연장자이자 방통심의위 추천 몫인 백선기 교수가 호선으로 선방심의위원장을 맡았다. 

방통심의위는 류희림 위원장과 사적 관계에 놓여 있는 인사가 선방심의위원으로서 공정한 심의를 진행할 수 있느냐는 미디어스 질문에 "박사학위 논문지도와 선방심의위 위원 선정은 전혀 무관하다"며 "학계 전문가라는 점에서 선거방송의 공정성 유지를 위한 선방심의위 위원으로서의 경력과 자격이 충분하다"고 했다. (관련기사▶방심위원장 '박사논문 지도교수', 선거방송심의위원 위촉)

그러나 22대 총선 선방심의위가 5개월의 활동기간 동안 법정제재 30건의 역대 최다, 최고 수위 중징계를 남발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선방심의위의 방송사 징계는 정부비판보도에 집중됐다. '김건희 특검법'에 '여사' 호칭을 붙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행정지도'가 이뤄지고, MBC가 일기예보에서 미세먼지 최저치 '1'을 파란색으로 표기했다는 이유로 '관계자 징계'를 받았다.  

윤 대통령의 '이태원참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를 비판하면 '주의'가 내려졌고, 사법농단 1심 무죄 판결을 비판적으로 논평하면 '관계자 징계'가 이뤄졌다. 이태원참사, 사법농단 등은 선거방송과 무관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백선기 교수는 '민원 취지를 최대로 반영해 안건을 상정하라'고 방침을 세웠고 이에 따라 '선거에 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는 민원은 선방심의위에 상정됐다. 여권 선방심의위원들은 '선거운동 기간에 선거 쟁점이 아닌 사회적 쟁점이 있냐'고 주장했다.(관련기사▶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선거방송심의 규탄에 나선 이유)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백선기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는 모습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백선기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는 모습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언론노조 방통심의위지부는 22대 총선 선방심의위 활동이 종료된 지난 5월 9일 성명을 내어 "매주 ‘그들’의 민원을 접수받아 ‘그들’에게 상정할 안건을 작성하는 부끄러운 노동에 동원된 방통심의위 직원들의 피눈물 위에 이 역사적 괴작이 탄생했다"며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했다. 

언론노조 방통심의위지부는 "방통심의위와 22대 총선 선방심의위의 위세는 국제적으로도 명성을 떨쳤으니,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5월 3일 발표한 2023년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은 당당히 세계 6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며 "미국 국무부가 펴낸 ‘2023 국가별 인권보고서’는 한국의 광범위한 표현의 자유 제한 사례로 뉴스타파 인용보도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언급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4월 10일 한국의 총선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의 ‘미디어 검열 강화’를 지적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5월 10일 참여연대·민주언론시민연합은 공동논평을 내어 "'용산심기경호위' 선방심의위의 언론장악 첨병 노릇에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특히 "선거방송의 공정성 유지라는 명목으로 언론자유 침해에 앞장서며 '개입'과 '억압'을 일삼았음에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없이 오늘날에 이르렀다'는 백선기 위원장의 말은 후안무치의 극치"라며 "방송심의 흑역사는 이번으로 끝나야 한다"고 했다. 

백선기 교수는 선방심의위 마지막 회의에서 "선방심의위 결과에 대해 언론이 어떻게 평가를 하든 상관하지 않는다"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없이 우리의 전문직 지식, 학문적 양심, 각 위원의 식견을 반영해 오늘까지 이르렀다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왼쪽부터) 박애성 위원, 최철호 위원, 심재흔 위원, 손형기 위원, 최창근 전 부위원장,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백선기 위원장, 권재홍 위원, 임정열 위원, 이미나 위원, 이현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왼쪽부터) 박애성 위원, 최철호 위원, 심재흔 위원, 손형기 위원, 최창근 전 부위원장,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백선기 위원장, 권재홍 위원, 임정열 위원, 이미나 위원, 이현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한편, 국민의힘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을 반대하면서 '친민주당' 성향의 미디어학회가 추천권을 가지면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방송학회, 한국언론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 등이 대표적인 언론학회로 꼽힌다. 

지난 2022년 12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 전체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되자 국민의힘은 법안상 이사추천 주체인 방송·미디어학회, 시청자위원회, 직능단체 등을 '친 민주당', '친 민노총', '친 언론노조'라고 비난했다. 

당시 국회 과방위 국민의힘 간사 박성중 의원은 "이 법안은 정치일색이다. 국민과 관계없이 미디어학회는 친민주당 성향이고, 시청자위원회는 친민노총 언론노조 출신 사장이 구성하고, 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등 직능단체는 언론노조와 연계조직인 게 주지의 사실"이라고 했다. (관련기사▶국민의힘, 미디어학회까지 "친민주당 세력" 생떼)

여권의 '민주당·민노총 방송장악법' 주장은 22대 국회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국회 과방위 입법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주장대로라면 좌파가 방송을 장악하게 되는데 방송통신위원회가 혹시 좌파단체를 의도적으로 추천할 의향이 있나"라고 말했다. 방송법 개정안에서 공영방송 이사 21명 중 방송통신위원회가 선정한 미디어학회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 몫은 6명이다.(관련기사▶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 6명 관여하는데 좌파 언론장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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