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김건희 디올백 수수 영상' 차단 시도가 김건희 씨 측과의 교감에 의해 이뤄졌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에서 정지원 대통령실 행정관이 등장한다. 정 행정관은 류 위원장이 방통심의위 내부에 긴급심의 안건 상정을 지시한 2시간 뒤 권리침해 심의 민원을 접수했다. 정 행정관은 김건희 씨가 대표를 지낸 코바나컨텐츠의 직원 출신이다. 

하지만 정 행정관이 대리 접수한 권리침해 민원은 서류 요건을 갖추지 못해 최종 각하됐다. 김건희 씨 '신분증'을 증빙 서류로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원 요건을 갖추지 못할 경우 각하된다. 김건희 씨 측 입장에서 당시 상황이 얼마나 급박하게 돌아갔는지 짐작되는 대목이다. 류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는 지난해 11월 27일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가 명품백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는 지난해 11월 27일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가 명품백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23일 뉴스타파 봉지욱 기자는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디올백 영상 삭제)민원을 낸 사람이 누구인가 봤더니 김건희 여사의 수행비서였던 정지원 씨다. 지금은 대통령실 행정관"이라며 "(김건희 씨의)왼팔 정도 되는 분"이라고 말했다. 

봉 기자는 "정 행정관이 민원을 냈는데, 민원을 그냥 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위임을 받아야 한다"며 "위임장에 보니 김건희 여사 사인이 있더라. 김건희 여사의 사인 없이는 민원을 낼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방통심의위 권리침해정보 심의 신청은 당사자가 해야 하기 때문에 정 행정관이 김건희 씨로부터 위임장과 서명을 받아 민원을 접수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봉 기자는 "그런데 얼마나 급하게 냈으면 (신청서에)적어야 될 걸 다 못 적은 것이다. 안에 서류양식이 있을 거 아니냐"며 "그래서 민원이 각하가 된다. 은행 갔는데 계좌번호 안 쓰고 돈 달라고 한 것이랑 비슷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스 확인 결과, 방통심의위는 정 행정관에게 김건희 씨 신분증 사본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정 행정관이 대리한 민원 서류에 김건희 씨 신분증 사본이 첨부되지 않았다. 권리침해 심의 신고는 당사자만 가능하며 대리인이 신고할 경우 신고인의 신분증을 제출해야 한다 

민주당 한민수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류희림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26일 밤 11경 이승만 통신심의국장에게 '김건희 디올백 수수 영상'을 긴급 심의 안건으로 상정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영상의 예고편이 방송됐다. 전체 영상은 11월 27일 밤 공개될 예정이었다. 정 행정관은 11월 27일 새벽 1시 30분경 방통심의위에 권리침해 민원을 접수했다. 류 위원장이 긴급심의 안건 상정을 지시한 지 약 2시간 뒤 민원이 접수된 것이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 국장은 11월 27일 새벽 5시 35분 고현철 권리침해대응 팀장에게 "위원장님이 어제 늦은 밤 11시 넘어서 오늘 권리침해 긴급 안건 상정을 지시하신 게 있다"며 이른 출근을 요청했다. 이 국장은 "본 기사가(영상) 오늘 저녁 9시에 오픈한다고 위원장님이 빨리 올려달라고 하셨어요"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고 팀장이 "사실관계 다툼의 여지가 있는 공인의 명예훼손 사안을 확인도 않고 올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의견을 내면서 류희림 위원장의 '김건희 디올백 수수 영상' 접속 차단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고 팀장은 "공인의 명예훼손 관련 소송에서 대법원은 공적 인물은 비판과 의혹 제기를 감내할 책임이 있으며, 비판과 의혹 제기에는 소송 등이 아니라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 밝혀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며 "아울러 정부나 정치인의 업무 수행 등은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며 감시와 비판을 주요 임무로 하는 언론의 보도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고 했다"는 의견을 이 국장에게 밝혔다. 고 팀장은 이후 인사발령으로 현재 부산에서 연구위원이라는 신설 보직을 맡고 있다.  

류희림 위원장은 초상권 침해와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김건희 디올백 수수 영상'을 긴급 안건으로 상정하지 못하게 되자 '경호법'을 적용해 긴급 안건으로 상정해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실무팀에서 반대하면서 긴급 안건 상정은 최종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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