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CBS PD들이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야권 패널만 출연해 정부·여당만 비판한다’는 민원이 제기된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대해 중징계인 ‘관계자 징계’를 의결한 것을 두고 “‘입틀막’이 이 정부의 시대정신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CBS지부도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스승이자 여권 대변자인 백선기 선방심의위원장(방통심의위 추천)은 누구에게 기계적 형평성을 설교하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 Ⓒ연합뉴스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 Ⓒ연합뉴스

CBS PD협회는 5일 성명을 내어 “윤석열 정부의 무도한 언론관을 목도하며 중징계는 예상했지만 빈곤한 겁박 논리로 심의결정서를 들이대니 기가 막힐 뿐”이라고 규탄했다. 

지난달 29일 선방심의위는 야권 고정패널 2인이 정부와 한 비대위원장만 비판했다는 민원이 제기된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지난 1월 16일 방송분)에 대해 중징계인 ‘관계자 징계’를 의결했다. ‘관계자 징계’는 방송통신위원회 재허가심사에서 4점 감점 대상이다. 또 ‘정부·여당에 우호적인 발언을 하지 않는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을 출연시켰다’는 민원이 제기된 CBS <김현정의 뉴스쇼>는 행정지도 권고를 받았다. 

해당 방송에서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와 장윤미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이 출연해 논평했다. 진 교수는 한 비대위원장의 ‘국회의원 정수 감축 공약’을 두고 “국회의원이 미우면 국민의힘이 해산하면 된다. 의원직 다 사퇴하는 게 바람직한 일”이라고 비판했으며 북한의 대남강경 기조를 두고 “윤석열 정권이 북한에 명분을 다 줬다”고 논평했다.

선방심의위 손형기 위원(TV조선 추천)은 “진 교수가 유독 CBS에서만 사실과 맞지 않은 황당무계한 말을 많이 한다”며 “진 교수가 오바한다면 진행자가 옆에서 마사지해야 한다”고 했다. 백선기 위원장은 “패널들의 발언이 적정 수준을 많이 넘었다”며 “과격하고 선정적인 언어를 굉장히 많이 쓰는데, 방송의 질적 저하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CBS PD협회는 “진중권 교수가 무슨 야권 패널이냐”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근 행보를 누구보다 날카롭게 비판했다는 사실은 세상이 다 안다. 한동훈을 하루 비판하면 ‘야권 패널’ 딱지가 붙는 것이냐. 놀랍고도 민첩한 잣대에 경의를 표한다”라고 꼬집었다.

CBS PD협회는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흐름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에 선방심의위는 천재지변이 발생하거나, 청취자가 매일 방송을 못 들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는데, 이현령비현령으로 듣기 싫은 방송만 떼어서 심의하겠다는 것이냐, 심의대상에 올라온 안건은 왜 국민의힘 비판 방송분량밖에 없냐”라고 지적했다.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왼쪽부터) 박애성 위원, 최철호 위원, 심재흔 위원, 손형기 위원, 최창근 부위원장,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백선기 위원장, 권재홍 위원, 임정열 위원, 이미나 위원, 이현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왼쪽부터) 박애성 위원, 최철호 위원, 심재흔 위원, 손형기 위원, 최창근 부위원장,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백선기 위원장, 권재홍 위원, 임정열 위원, 이미나 위원, 이현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CBS PD협회는 “선방심의위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여권’ 패널상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을 무조건 찬양하는 박수부대냐”면서 “최근 선방위의 행보를 보면 방송 패널 구성뿐 아니라 패널의 특정 발언까지 간섭하며 언론검열의 도구를 자임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여사’ 두 글자를 붙이지 않았다고 해서 행정지도를 받는 자유민주국가, ‘입틀막’이 이 정부 시대정신인가”라고 반문했다. 

CBS PD협회는 “역사는 언론 자유를 붕괴하려는 권력은 언제나 심판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며 “5공도 꺾지 못한 곳이 CBS다. 역사 위에 한 줌도 되지 않는 언론탄압 세력을 규탄하며 더욱 담대하게 맞설 것”이라고 했다.

언론노조 CBS지부도 4일 성명을 통해 “CBS 역사상 ‘관계자 징계’는 처음”이라며 “과장 섞인 평론가의 은유적 표현에 심의위원이 죽자고 달려드는 모습은 ‘웃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CBS지부는 기계적 중립을 주문한 백선기 위원장에 대해 “‘민원사주’ 의혹 당사자인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의 스승이자 충실한 여권 대변자인 백선기 교수가 위원장을 독점하는 선방심의위가 누구에게 기계적 형평성을 설교하나”면서 “권력의 주구를 자처하는 현 방통심의위·선방심의위 체제가 무너질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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