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10·29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아무도 책임진 사람이 없다"는 방송 진행자 발언을 제재하려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이하 선방심의위, 위원장 백선기)를 향해 "이태원 참사와 선거가 무슨 관계가 있냐"며 심의 중단을 촉구했다. 

선거방송심의위가 이태원 참사 관련 방송내용을 심의하는 것에 백선기 선방심의위원장의 지침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원인의 취지를 최대로 반영한다'는 지침이 세워진 이후, 무슨 민원이든 '선거에 영향을 준다'는 내용만 포함되면 선방심의위 안건으로 상정된다는 것이다. 

14일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이 서울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톨릭평화방송(cpbc)에 대한 선거방송 심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14일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이 서울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톨릭평화방송(cpbc)에 대한 선거방송 심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14일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서울 목동 방통심의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톨릭평화방송(cpbc)에 대한 선방심의위 심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7일 선방심의위는 cpbc라디오 '김혜영의 뉴스공감'에 대해 법정제재를 전제로 한 '제작진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1월 30일, 방송 진행자는 "지금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만 떠밀리듯이 재판에 넘겨진 상황이고 아무도 책임을 진 사람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방송 패널인 김준일 평론가는 "가장 중요한 여러 직책에 계신 분들이 정치적 책임을 아무도 지지 않은 것에 대해 국민들과 유족들이 분노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정민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고 이주영 씨 아버지)은 규탄 기자회견에서 "선방심의위가 정권을 비호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알리고 권력을 비판하는 언론의 역할과 기능을 부정하고, 편파적 입장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막으려 하는 것에 엄청난 분노를 느낀다"며 "이 발언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도대체 무엇을 지적하고 싶은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팩트가 틀렸나, 사회자의 왜곡된 생각을 이야기한 것인가.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은 대검에서 방탄을 하다가 수사심의위에서 기소의견을 결정해 떠밀리듯 재판에 넘겨졌고, 지금까지 아무도 책임진 사람이 없다"며 "무려 159명의 국민들이 한순간에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길을 가다 압사를 당했다. 이에 대해 책임지고 처벌받고 있는 사람이 있나? 아무도 없다"고 했다.

14일 이정민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처 직원에게 선거방송심의위원회 편파 심의 중단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14일 이정민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처 직원에게 선거방송심의위원회 편파 심의 중단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이어 이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과정에서 특조위 구성안을 두고 정부여당은 끊임없이 '편파적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했다"며 "그렇다면 현재 구성된 선방심의위·방통심의위 구성은 객관적·중립적이고 투명한 구성이라고 자신할 수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의 박사학위 지도교수인 백선기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선방심의위원장을 맡고 있다. 여기에 보수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 전현직 간부 2명, 전 TV조선 시사제작에디터 등이 위원으로 위촉됐다. 방통심의위는 윤 대통령의 야권 추천 위원 해촉과 보궐위원 위촉 지연으로 여야 6대 2라는 기형적 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송경용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공동대표(성공회 신부)는 "방송진행자가 팩트를 이야기했는데 그것을 정치적으로 해석해 선거 유불리로 따지는 것 자체가 이 정부의 언론인식이 얼마나 천박한 것인지 드러낸다"며 "159명의 시민이 날벼락 맞은 것처럼 한순간에 우리곁을 떠났는데,이 사실을 말하면 왜 선거에 영향을 준다고 하는 것인가. 희생자와 유족을 모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 대표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이 선거 유불리를 따져 희생되었나. 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 때문에 희생됐다"며 "누구도 시민의 입과 양심을 막을 수 없다. 윤석열, 이상민의 책임을 백번이고 천번이고 더 이야기 할 수 있어야 그것이 자유국가이고 민주주의"라고 했다. 

김준희 전국언론노동조합 방통심의위지부장은 "세상 만물이 선거에 영향을 끼칠까봐 걱정을 하는 것 같다. 이태원 참사가 선거와 무슨 관련이 있나"라며 "말단 23명도 기소됐는데 왜 그 말은 방송에서 하지 않았느냐고, 기소된 사람 있는데 정치적 책임을 이야기하느냐고 따지는 것인가. 이 말을 하지 않는다고 야당에게 유리한 선거가 되나"라고 비판했다.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왼쪽부터) 박애성 위원, 최철호 위원, 심재흔 위원, 손형기 위원, 최창근 부위원장,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백선기 위원장, 권재홍 위원, 임정열 위원, 이미나 위원, 이현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왼쪽부터) 박애성 위원, 최철호 위원, 심재흔 위원, 손형기 위원, 최창근 부위원장,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백선기 위원장, 권재홍 위원, 임정열 위원, 이미나 위원, 이현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미디어스 취재 결과, 백 위원장은 방통심의위 사무처에 '민원의 취지를 최대로 반영해서 안건을 상정하라'고 요청했고 이후 방통심의위 사무처는 '선거에 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는 민원은 모두 선방심의위로 보내고 있다. 통상 방통심의위·선방심의위 안건 상정은 방통심의위 사무처가 결정한다. 

사무처로부터 안건을 보고 받은 선방심의위는 위원 논의를 통해 민원을 선방심의위에서 계속 논의할지, 방통심의위 방송심의로 넘길지 결정한다고 한다. 종합하면 이태원 참사 관련 민원은 방통심의위 사무처의 판단 없이 선방심의위로 보내졌고, 선방심의위원들은 선거에 영향을 끼친다는 민원 취지에 동의해 중징계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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