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춘효 칼럼]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이하, 선방심위)가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한국 방송계를 뒤흔들고 있다. 선방심위는 ‘어떤’ 기관이고 ‘무슨’ 행동을 해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일까? 그동안은 이렇게까지 시끄럽지 않았는데, ‘왜’ 지금 시끄러운 것인가?
선방심위는 정부가 운영하는 한시적 법정기구로 공직선거법(제8조)와 방송법(제100조)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기구의 권한은 선거방송 내용을 심의·판정한 다음, 내용의 심각성 정도에 따라 ‘행정지도’와 ‘법정제재’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이 심의 결과는 방송사들의 재허가 심사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TV조선>의 2017년, 2020년 조건부 재허가도 누적된 법정제재 건수와 관련이 있었다.
선방심위는 선거 기간 동안 방송사들의 시사·뉴스 내용을 사후 심의 규제하는 곳으로, 방송사 존립에 영향을 미친다. 내용을 심의하는 주체인 선방심위 위원은 9명 이내로 구성된다. 법률에서 지명한 단체에서 추천하면 방심위가 전문성과 대표성을 고려해 최종 결정한다. 법률 규정은 국회에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추천한 각 1인과 방송사·방송학계·대한변협·언론인 단체 및 시민단체 등이 추천하게 되어 있다. 선방심위 위원 결정·운영 권한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갖고 있고 선거방송 심의 회의를 총괄하는 선방심의위원장은 2012년부터 방심위원장이 추천했다.
선방심위원, 선거방송 보도의 검열관
그런데, 선방심위가 ‘왜’ 지금 논란인 것일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선, 이 기관의 과거 활동과 현재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과거 위원과 행적은 방심위가 발간한 선거방송백서(2012·2016·2020)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고, 현재 위원과 활동은 선방심위 홈페이지(현재의 선방심위원 선정과 회의록(제2차~9차))에서 파악할 수 있다.
내용 분석보다 절차와 결과 중심으로 분석해 보겠다. 분석 내용은 ① 위원 구성(위원장과 비당연직 중심) ② 기존 법정제재 현황 및 지상파, 종편 심의 결과(2012-2020) ③ 2024 선방심위 법정제재(방송사, 심의 내용, 심의 적용 조항) 등이다.
선방심위가 안건을 심의할 때 적용하는 기준은 계량화돼 있지 않다. 법률에 개념으로 명시된 ‘객관성·공정성·형평성·사실 보도·여론조사의 기준·시사정보프로그램’ 등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이 기준에 따라 심의 위원들이 자체 판단한 다음, 다수결의 원칙으로 결론을 내린다. 근본적으로 논란이 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위원들의 성향과 정치적 지향점에 따라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가치 판단이 다르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원 구성이 중요하다. 위원 구성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은 방심위원장이 갖고 있고, 그의 위촉권은 대통령이 갖고 있다. 즉, 위원 구성에 있어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할 수 있는 구조적(선방심위–방심위–대통령) 문제를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것이다.
◇ 과거와 현재 선방심위원들 비교 = 제22대 선방심위원들의 활동 기한은 6개월이다. 지난 2023년 12월 11일부터 오는 2024년 5월 10일까지 활동한다. 국회와 중앙선관위가 추천하는 당연직을 제외하고, 역대 선방심위 위원장과 추천 단체는 <표1>과 같다. 제19대 선방심위원은 선방심위원장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당시 전 고검장)를 제외하곤 모두 학자 출신이다. 제20대 위원장은 법학자이고, 나머지 2명은 미디어 학자들이다. 대한변협은 2012년 이후 계속 심의 위원을 추천하고 있다.
반면에 제21대부터 법에 명시된 추천 단체 기준들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특히 방송사 추천 부분에서 제22대는 기존 경향성을 이탈했다. 선거방송 심의 대상인 TV조선이 자사 출신 인사(보도본부 시사제작 에디터 업무)를 심의 위원으로 추천한 것이다. 또 다른 형태는 방송학계 추천이 21대에는 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로, 22대는 한국미디어정책학회로 바뀌었다. 언론인단체와 시민단체도 22대에는 기존 현업단체와 전문성을 가진 시민단체는 배제되고, 친정부적 입장을 갖는 단체로 대체됐다.
박근혜・문재인 정부, TV조선 선거방송 제재 급증
◇ 과거 정부의 선방심위 심의 결과(2012년~2020년) : 지난 선방심위 국회의원 선거방송 심의 의결은 이명박 정부(19대) 26건에서 박근혜 정부(20대) 117건, 문재인 정부(21대) 145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반면에 재허가 심사에 영향을 미치는 법정제재 의결 건수는 정권별로 차이점을 보였다. 이명박 정부에서 법정제재는 없다가 박근혜 정부 들어 19건으로 급증하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2건으로 줄었다. 반면, 선방심위의 행정지도 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26:69:78). 매체별로 살펴보면, 지상파의 행정지도 건수는 증가 추세(13:16:45)를 보였고, 종편은 정권별로 차이(6:48:31)를 보였다. 차이를 보인 이유에 대한 분석은 백서에 심층적으로 기술돼 있지 않았다.
선거방송 보도와 해설 프로그램이 많은 지상파와 종편 PP들의 법정제제와 행정지도 경향성을 분석해 보면, <표2>에서 보여지듯 이명박 정부(19대) 시절, 지상파와 종편 모두 법정제재 건수는 전무하고 행정지도 건수는 지상파는 13건, 종편은 6건이었다. MBC와 KBS가 동일하게 4건의 행정지도 판정을 받았다. 종편에서는 채널 A가 4건, JTBC가 2건이었다. 박근혜 정부(20대)에서 지상파가 4건, 종편이 10건의 법정제재를 받았다. 특이한 점은 <TV조선>이 가장 많은 6건의 법정제재를 받았고, 채널A와 MBN이 각각 2건의 법정제재를 받았다는 점이다. 행정지도 부분에서도 종편은 48건으로 지상파의 3배에 해당하는 행정지도를 받았다. 특히 <TV조선>은 가장 많은 27건의 행정지도를 받아 선거방송 심의의 주요 언론사였다.
이 같은 경향성은 문재인 정부(21대)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문재인 정부 시기의 선방심위는 법정제재보다 행정지도 위주로 안건을 심의 의결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법정제재와 행정지도 비율은 2:78이었다.
윤석열 정부, MBC '법정제재' vs TV조선 '문제없음'
◇ 제22대 선방심위 특징 = 선방심위는 재적위원 2/3가 참석하고, 회의를 개최할 수 있는 심의 의결은 다수결로 결정된다. 위원이 중도 사퇴할 경우, 추천기관에 재추천을 의뢰할 수 있다. 현재 위원회도 중도 사퇴자가 발생해, 3월 7일 현재 8명이 심의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9차례 회의를 열어 71건의 안건을 심의했다. 향후 일정을 고려하면, 이전 21대 의결 건수(총 145)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22대 선방심위에 위원의 권한을 강화하고 안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2가지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첫 번째는 심의위원에게 직접 안건을 선정할 수 있는 권한을 허용한 것이다. 기존의 절차는 민원 접수(문서)-사무처–선방심위-의결 순으로, 방심위 사무처가 안건 내용의 타당성을 검증했다. 두 번째, 류 위원장은 ‘신속심의 안건’ 제도를 신설했다. ‘긴박한 사안에 대해 빠르게 논의를 진행한다’는 명분으로 도입했다.
세 번째 특징은 <TV조선> 관련 안건이 상정되면 한 달 전까지 <TV조선> 시청자위원으로 활동한 권재홍 위원(공정언론국민연대 추천)과 이미나(한국미디어정책학회 추천) 위원이 기피 신청을 낸다는 점이다. 이 위원은 유사한 이유로 기피한다고 2차 회의록에서 설명했다. 추후 3건의 안건에 대해서도 심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반면에 <TV조선>이 추천한 손형기 위원은 4건 모두 기피 신청을 내지 않고, 심의 결정 과정에 참여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선방심위는 제재 수위에서 과거의 심의 결정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활동 기한 중 절반인 3월 초까지 법정제재 건수가 박근혜 정부 시기 전체 제재 건수에 육박하고 있다. 백선기 위원장은 4차 회의 때 ‘법정제재가 너무 많다’는 야당 추천 위원의 발언에 대해 “지금 22대는 여러 심의 위원들이 각자 판단해서 결정하면 됩니다…(중략)…우리 심의 위원들은 자기의 판단과 전문적인 지식 가지고 판단하고, 역설적으로 얘기하면 21대가 과연 잘했을까라는 생각을 저도 가끔 해봅니다”라고 발언했다. 실제로 현재까지 진행된 심의 회의록 결과를 보면, 백 위원장의 발언은 허언이 아닌 듯하다.
◇ 윤석열 정부 제재 대상은 MBC, 라디오, 종교방송 = 22대 선방심위에서 심의 적용 규정은 ‘객관성’과 ‘공정성’이 가장 많았고, 여론조사의 기준도 주요 적용 규정이었다. 심의 의결 결과를 살펴보면 법정제재 (15건), 행정지도(30), 문제없음(11), 보류 (2)건이다.(3월 7일 기준). 향후 심의 기한을 고려한다면, 윤석열 정부에서 선방심위의 방송 보도에 대한 법정제재 건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법정제재는 박근혜 정부 시기인 제20대 선방심위로 모두 19건(등록PP·SO포함)이었다.
가장 많은 법정제재를 받은 지상파 방송사는 MBC로, 울산 MBC까지 포함해 모두 8건의 법정제재를 받았다. <YTN-FM>과 <CBS-AM>이 각각 2건으로 그 뒤를 이었고, 평화방송(CPBC-FM)은 1건으로 집계됐다. 제재를 받은 내용 대부분은 윤석열 정부의 실정 비판과 김건희 여사의 비리 의혹 비판, 그리고 한동훈 여당 비대위원장 관련 내용이다. 반면에 종편 법정제재는 없었다. <채널A>에 대해 법정제재 전 절차인 제작진 의결진술이 결정됐을 뿐이다.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많은 법정제재와 행정지도를 받은 <TV조선>의 경우 상정된 4건 중 3건은 ‘문제없음’, 1건은 의결 정족수 미달로 보류 결정되었다.
정리하면, 윤석열 정부의 22대 국회의원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행정지도보다는 처벌 위주의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전체 심의 위원의 30%가 <TV조선>과 연관된 사람으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선방심의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심의 결과의 편파성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9차 회의까지 심의 결과, 기존과 달리 법정제재 방송사는 종편에서 지상파로 바뀌었고, 정부와 여당에 비판적인 보도를 한 <MBC>가 가장 많은 법정제재를 받았다. 다가오는 재허가 심사에서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존의 방심위 결정에 불복해 법적 소송으로 간 전례에 비춰보면 제 22대 선방심의위 결정은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는 결과론적으로 유권자인 시청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 권력 감시 기능을 수행했던 주요 방송사들이 뉴스 프로그램의 과도한 법정제재와 소송을 피하기 위해 몸 사리기에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친정부적인 언론사만 살아남는 ‘여론 동맥경화’가 우려되는 2024년 국회의원선거다.
- 최숭민·이호규(2023). 매체별로 분리된 선거보도 심의기구의 제도적 개선방안 연구: 선거보도 심의기준 적용 사례와 중복심의 문제를 중심으로. 언론과 법, 22(2), pp. 155~ 208.
- 박아란(2016). 방송의 객관성에 대한 연구: 법률적 관점을 중심으로. 한국언론학보, 60(6), pp.157~185.
- 2012년 제 19대 국회의원선거 및 제 18대 대통령선거 선거방송 심의백서.
- 2016년 제 20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 심의백서.
- 제 21대 국회의원선거 및 2020년 재보궐 선거 선거방송 백서.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정기회의 회의록(2차~9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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