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통심의위)를 통해 인터넷 언론 보도를 광범위하게 심의·차단할 수 있다는 시민사회 분석이 나왔다.

민주당이 이동관·류희림표 가짜뉴스 심의를 법제화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석열 정권 당시 이동관 방통위원장,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은 심의기구를 통한 '인터넷 가짜뉴스 근절 방안'을 추진, 언론·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초법적 발상이라는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12개 시민단체가 주최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기자간담회 (사진=미디어스)
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12개 시민단체가 주최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기자간담회 (사진=미디어스)

5일 참여연대·디지털정의네트워크·언론개혁시민연대·인권운동공간활·오픈넷 등 12개 시민단체는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의 문제점을 공론화했다. 최근 최민희 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장(국회 과방위원장)은 문제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주당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은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 논란을 넘어 온라인상 언론보도·표현물 전반에 대한 국가 검열 논란을 빚고 있다. 개정안은 허위정보 유통금지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불법정보에 해당하는지가 불분명하더라도 허위정보, 허위조작정보의 유통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김동찬 언론연대 정책위원장은 "개정안은 허위정보·허위조작정보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명령의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았는데 이는 국가가 허위정보·허위조작정보를 불법정보화해서 유통을 금지한다는 위헌 시비를 회피하기 위한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며 "그러나 현재도 방미통위 설치법에 의해 방미통심의위가 유해정보를 심의하고, 시정 요구에 의해 대부분 삭제·차단이 이뤄지고 있어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허위정보를 유통 금지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방미통심의위가 언제든지 적극 심의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 

김동찬 위원장은 허위정보 유통 금지 조항에서 인터넷 언론 보도가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김동찬 위원장은 "지난 9월 이주희 민주당 의원(언론개혁특위 위원)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초안을 발표했을 때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 조치 대상에서 언론사를 명시적으로 제외하는 '언론 정보 보호' 조항이 있었다"며 "그런데 그 조항을 (최민희안에서는)삭제했다"고 짚었다.

최민희 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장이 지난달 23일 대표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갈무리
최민희 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장이 지난달 23일 대표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갈무리

김동찬 위원장은 이번 개정안이 규제 대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사실이나 의견을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하려는 것을 업으로 하는 자'를 정의했다며 "언론사를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했다. 김동찬 위원장은 개정안을 통해 네이버 등 주요 포털 사이트를 통해 유통되는 모든 언론 기사와 뉴스미디어 콘텐츠가 신고·조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찬 위원장은 "정보통신망법 규제 대상 곳곳에 언론 기사를 포함하는 조항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아 류희림 전 방통심의위원장이 추진했던 '인터넷 언론 허위정보 심의'를 법제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게 한다"며 "이에 대한 민주당의 정확한 확인과 설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 최민희 위원장이 지난달 20일 국회 언론개혁특위 허위 조작정보 근절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 최민희 위원장이 지난달 20일 국회 언론개혁특위 허위 조작정보 근절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병일 디지털정의네트워크 대표는 민주당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한국판 DSA(Digital Services Act, 디지털서비스법)'라고 선전하지만 유럽연합의 DSA는 온라인상 허위정보·허위조작정보 유통을 금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오병일 대표는 "한국의 내용규제는 방통심의위가 불법정보, 또는 위원회가 심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정보를 심의하는 방식이다. 방통심의위는 사업자들에게 여러 시정조치를 요구하는데 법률상으로 '권고'일 뿐이지만 사업자들은 수용한다"며 "방통심의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으면 방통위가 시정명령을 하고, 명령을 듣지 않으면 과태료 처분을 받기 때문이다. 국가·행정 중심의 내용규제 체계"라고 잘라 말했다. 

오병일 대표는 "반면 유럽연합 DSA에는 방통심의위와 같은 행정기구가 없다. 허위정보·허위조작정보 유통을 금지하지 않고 다만 불법정보에 대해 이용자가 신고를 하면 사업자가 심의해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플랫폼의 책임성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기존 방통심의위의 내용규제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업자에게 불법정보뿐만 아니라 허위정보·허위조작정보까지 신고받고 조치하라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오병일 대표는 "개정안은 허위정보·허위조작정보를 유통 금지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류희림 방통심의위'와 마찬가지로 방미통심의위가 정부여당 관점에서 가짜뉴스 심의·차단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우려가 크다"며 "(플랫폼 사업자)신고·조치 대상에 허위조작정보를 포함한 것도 부적절하다. 이용자나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허위 '조작'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플랫폼이 허위라고 신고하는 것을 광범위하게 삭제하도록 강제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지난 2023년 10월 당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오른쪽)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3년 10월 당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오른쪽)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손지원 오픈넷 자문위원(변호사)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언론·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손지원 위원은 개정안이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 대상을 '선별한 정보를 게재·유통하는 자' '정보통신망을 통하지 않았더라도 정보가 통신망을 통해 유통될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 등으로 규정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손지원 위원은 "언론사는 물론이고 사실상 모든 SNS나 콘텐츠 플랫폼에서 일정 수준의 구독률을 보유한 채널·계정의 운영자들은 모두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모든 오프라인 공표자, 제보자 등 모든 발화자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손지원 위원은 불법정보를 징벌적 손해배상제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정보통신망법은 불법정보를 나열하면서 '그 밖에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방조하는 정보'도 포괄적으로 불법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손지원 위원은 포괄규정에 의해 모욕죄, 업무방해죄, 저작권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판단될 수 있는 정보가 모두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이 돼 언론·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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