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정기획위원회(위원장 이한주)가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진숙)의 업무보고에 대해 '언론탄압에 대한 반성이 없는 구태의연한 보고'라고 질타했다. 국정기획위는 방통위가 미디어 공공성을 철저히 짓밟아 놓고 반성과 대안 없이 업무보고를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업무보고 전 국정기획위원 모두 발언에서 공영방송 장악, TV수신료 분리징수, 비판언론 입틀막 제재, 불법적 2인 체제 의결 합리화를 위한 혈세 낭비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방통위 업무보고는 결국 중단됐다. 검찰 업무보도도 마찬가지다. 국정기획위는 업무보고 내용이 부실하다고 판단했다. 역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정부부처 업무보고가 중단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일 오전 조승래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검찰의 업무보고가 중단됐다며 "방통위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방통위원장이 있는 상황이고 방통위 업무보고 내용과 방통위원장의 생각의 차이가 있는 업무보고 내용이 있어서 질타가 있었다"고 했다. 조 대변인은 방통위 업무보고 재개 여부와 관련해 "지적의 정도에 따라 보완해서 보고를 받든지 특별한 몇 가지 주제를 묶어서 보고를 받든지 그건 해당 분과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국정기획위 사회2분과는 정부과천청사에 위치한 방통위를 찾아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업무보고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영관 사무처장 직무대리가 방통위 업무보고를 진행한다는 계획이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이현주 사무총장,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정인철 기회조정실장, 시청자미디어재단 최문용 경영기획본부장 등이 배석했다. 

홍창남 사회2분과장(부산대 전 부총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보고 자료를 준비한 공무원들의 노고는 평가 받아야 마땅하지만 조승래 국정기획위 대변인이 말했던 대로 매우 실망했다"며 "공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구태의연한 과제를 나열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도 업무보고를 다시 받아야 할 수준이라고 말했는데, 오늘 방통위 업무보고가 그릇된 상황에 정점을 찍지 않을지 시작부터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홍 분과장은 "윤석열 정권이 대한민국 언론자유와 민주주의에 끼친 해악은 내란에 못지 않다. 한 마디로 공공성, 공적가치를 철저히 짓밟았다"며 "정권을 옹호하는 부적절한 인사를 공영방송 사장에 앉히는가 하면, 정권을 비판하는 언론에 대해서는 제재와 고발을 서슴지 않았다. 지난 3년 간 방통위가 보여준 행태를 오늘 이 자리에서 일일이 거론하지 않겠다"고 했다. 

홍 분과장은 이진숙 위원장이 기관장으로 자리하는 상황에서 방통위가 이재명 정부의 언론·미디어 공약을 수행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홍 분과장은 "미디어 대선 공약의 핵심은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언론·공론장을 만들고 콘텐츠 강국 도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언론자유와 민주주의 신념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분이 장으로 있는 조직에서 새 정부에 맞는 미디어 정책에 구체적 비전과 계획이 있을지 갑갑한 마음"이라고 했다. 

홍창남 국정기획위원회 사회2분과위원장이 20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홍창남 국정기획위원회 사회2분과위원장이 20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김현 위원(국회 과방위 민주당 간사)은 TV수신료 분리징수와 불법적 2인 체제 의결로 윤석열 정부 언론장악에 앞장 선 방통위가 사과·반성 없이 이재명 정부 공약에 부합하는 정책을 수행하겠다고 업무보고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은 "방통위원장이 업무보고에 동의했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에 따르면 방통위는 업무보고 상단에 'TV수신료 통합징수'를 올렸다. 김 위원은 "실·국장을 포함한 방통위 공무원들이 오늘 업무보고를 하면서 어떤 마음이 드는지 정말 궁금하다"며 "방통위는 직전까지 용산의 비서실으로 전락해 수신료 분리징수를 해야 한다고 논리를 전파하는 나팔수였다. 수신료 분리징수를 설계·실행한 분들이 통합징수하겠다고 하는 것, 이상하지 않나"라고 따져 물었다. 수신료 분리징수는 지난 4월 국회의 방송법 개정안 의결을 통해 통합징수로 바로 잡혔다. 정상화 과정에서 방통위의 역할은 전무했다. (관련기사▶"세상 어느 나라 정부가 국민에게 체납하라고 선동하나")

방통위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3법'에 동의한다고 보고했다. 김 위원은 "방통위원장의 소신과 다른 부분이 (업무보고에)들어가 있다"며 "방통위는 방송3법 개정안에 반대했는데 어떻게 방송3법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나"라고 말했다. 방송3법은 KBS·MBC·EBS 지배구조 추천 주체를 다양화해 '정치적 후견주의'를 타파하자는 취지의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말한다. 그동안 여야는 법적 근거 없이 공영방송 이사회를 7대4(KBS), 6대3(방송문화진흥회, EBS) 구도로 나눠먹기해왔다.

김 위원은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에 따를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일례로 정지환 KBS 감사 임명 효력을 정지시킨 법원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언론보도에 따르면 어제 방통위원장이 KBS 감사 집행정지에 재항고를 했다"며 "방통위가 이런 일을 하는데 있어 현 정부와 뜻을 같이 하는 조직인가, 아니면 별도의 조직인가. 이것(재항고)을 지원하는 게 지금 앉아있는 김영관 사무처장인데 어떻게 여기서 업무보고를 할 수 있나"라고 했다. (관련기사▶[단독] 이진숙 방통위, 'KBS 감사 임명 집행정지' 재항고)

김영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사무처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20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홍창남 국정기획위원회 사회2분과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김영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사무처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20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홍창남 국정기획위원회 사회2분과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김 위원은 "지난 3년 간 TBS 폐지되어 방송 못하는데 강 건너 불구경하고, MBC '바이든 날리면' 탄압한 분들이 여기 앉아있는 실국장들"이라며 "수억 원의 국민혈세를 낭비하고 법원에서 패소하는 일을 한 분들이 여기 앉아 계신다. 그동안 본인들이 한 일에 대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무엇을 바로잡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반영되지 않은 상투적 업무보고"라고 했다. 

김 위원은 "방통위원장은 본인이 방통위를 정상화하는 데 방해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방통위는 방송의 공정성, 공공성, 공적책임 다할수 있고 이용자 권리보호 어떻게 해나갈지 제대로 보고할 것을 당부드린다. 전제는 자기반성과 국민에 대한 사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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