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주영 칼럼] 지난 4월 7일 서울행정법원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신동호 EBS 사장을 임명한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였다. 5인의 방통위원 중 대통령이 지명한 2인만으로 의결한 행위가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의 설립 목적에 위배되고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전에도 법원은 2인 의결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임명한 행위의 효력을 정지하고, 취소한 바 있었다.

돌이켜보면 2023년 3월 민주당이 추천하고 국회에서 의결한 방통위원을 대통령이 정당한 이유없이 7개월 넘게 임명하지 않은 행위가 발단이었다. 방통위법은 언론의 자유와 직결되는 방송통신정책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여당 1인, 야당 2인이 추천한 위원을 포함하여 5인의 합의제 기구로 운영하도록 하였다. 방통위를 대통령이 지명한 2인만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은 국회, 특히 야당이 추천한 위원을 배제하고 독임제 행정기구처럼 운영하겠다는 의도였는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셈이다. 이후에도 2인 의결을 반복한 것에서 이러한 의도를 넉넉히 엿볼 수 있다.
방통위의 모델이었던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5인의 위원 중 특정 정당 소속 위원이 3인을 초과할 수 없고, 최소 3인 이상이 회의에 참여하여 의결하도록 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 초기에 미국 상원이 민주당이 추천한 위원의 임명 동의를 지연시켜 최종 임명까지 2년이 걸리기도 하였다. 장기간 임명이 지연되는 동안 민주당과 공화당 소속 각 2명의 위원 사이에 의견이 대립되는 사안은 업무를 추진할 수 없는 교착상태가 되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16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2인 의결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질문에 대해 국회 추천몫 3인을 추천해 달라면서 설전을 벌이기도 하였다. 국회가 교섭단체 사이의 의견대립으로 위원의 추천을 지연시키는 행위가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국회의 추천을 기다리지 않고 2인 의결을 강행하는 행위가 허용될 수는 없다. 방통위가 야당 추천 위원을 장기간 임명하지 않은 이유와 적절성 등을 해명하고 추천 및 임명을 위해 노력해야 했으나, 대통령 탄핵 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지금은 이미 늦은 일이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사건에서 인용 의결 정족수인 6인에 미달되어 탄핵이 기각되었지만, 2인 의결이 위법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4(적법)대 4(위법)로 갈렸기 때문에 헌법재판소 차원에서 최종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마치 2인 의결이 허용된다는 듯이 의결을 강행하는 것은 방통위법은 물론 헌법재판소 및 법원의 판단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거나 아전인수로 해석하는 격이다. 위법의 원인을 제공한 방통위에게 결자해지차원에서 과거 잘못된 2인 의결의 결과를 시정하고 반복하지 않으려는 책임있는 자세를 기대한다. 사회적인 논란을 줄이고 비용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 장주영 언론인권센터 부이사장(변호사) 칼럼은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에서 발행하는 '언론인권통신' 제 1053호에 게재됐으며 동의를 구해 미디어스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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