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국민의힘은 대놓고 헌정 파괴를 선동하고 있다. 1일 탄핵 반대 집회에서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헌재는 불법과 파행을 자행해 왔다”며 “모두 때려 부숴야 한다. 쳐부수자”고 주장한 게 일례다. 이 집회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변호인은 “불법 탄핵 재판을 주도한 문형배, 이미선, 정계선을 즉각 처단하자”는 내용의 김용현 전 장관의 ‘옥중 편지’를 낭독했다. 나경원 의원은 “대한민국은 ‘좌파 강점기’에 들어서고 있다”고도 했다. 이날 이런 식의 메시지가 난무하는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한 여당 의원은 거의 40명에 육박한다.
이러한 메시지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국민의힘은 오히려 반발했다. 논평을 통해 “국민은 거대 의석을 내세워 의회 독재를 일삼는 민주당엔 분노의 함성을, 편파성 논란에 휩싸인 헌법재판소와 불법 채용 등 각종 의혹의 중심인 선관위를 향해선 쇄신과 공정성 회복을 목 놓아 요구한다”며 “거리를 메운 수십만 명의 집회 참가자들이 극우인가. 이런 비판의식을 가진 국민이 극우인가”라고 한 것이다.

백보 양보해 특정 사안과 쟁점에 대해 비판이나 반대를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헌법기관을 향해 “때려 부숴야 한다. 쳐부수자”고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전에 아스팔트 극우 시위대는 자신들의 뜻과 달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 서부지법을 때려 부순 바 있다.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목전에 두고 ‘때려 부수자’고 하는 것은, 헌법재판소를 대상으로 서울서부지법 사태와 같은 일을 반복하자고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런 망언을 자당 소속 의원이 했으면 엄중히 경고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이 상식이다. 국민의힘이 아직까지 집권 여당을 자처하고 있다면 더욱 그래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적반하장식으로 “국민이 극우인가”라고 하니, 분노를 참기 어렵다고 할 수밖에.
집권 세력이 헌법을 업신여기고 헌정을 마비시키고 있는 것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문제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오늘 국무회의 전 별도의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국무위원들의 반대가 거세면 마은혁 후보자 임명을 또다시 미룰 수 있다는 게 언론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애초 최상목 권한대행은 헌법재판소가 결론을 내릴 경우 마은혁 후보자 임명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걸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민의힘과 정부 내 윤석열 잔당들이 반대하니 이들의 눈치를 보며 여전히 임명을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의 결론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상목 권한대행은 더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한덕수 총리가 돌아오면 더 이상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문제인데 굳이 붙이지 않아도 될 혹을 붙이는 게 맞느냐는 식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권한쟁의심판의 결론을 내렸다면 모든 국가기관이 이에 기속된다는 점은 법에 규정된 대로이다. 마은혁 후보자 임명 거부가 계속되면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 마은혁 후보자의 임명 여부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냐는 별개의 문제이다. 그게 어떻게 되든 헌법재판소가 결론을 내렸으면 임명을 하는 게 헌법을 따르는 것이라는 얘기다. 아니, 애초에 ‘여야 합의’를 이유로 임명을 미루는 것 자체가 헌법을 무시하는 거였다.
국민의힘이 거듭나려면 이런 무책임하고 자의적인 국정운영과 선을 긋는 것부터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에 이런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는 이는 거의 없다. 특히 큰 방향을 잡아줘야 할 대권주자급 인물들은 경선을 의식해 오히려 어떻게든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층의 구미에 맞는 행보를 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윤석열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해석되던 인사들의 메시지도 애매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전력질주를 하다 급하게 방향을 바꾸면 무릎 연골을 다치는 수가 있다. 이미 국민의힘 당원의 상당수는 강성보수화 되어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강경 행보 때문에 중도층이 떠나 지지층도 ‘짠물’만 남는 거 아니냐는 우려 역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우려는 4일 조간 지면에도 반영돼 있다. 일리가 있는 얘기고, 다들 모를 리가 없는 얘기라는 거다. 모를 리가 없는데 이렇게 한다는 것은 바꿀 의지가 없다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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