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법원장 추천 방식의 내란 특검법에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기소돼 실익이 없다는 '특검 무용론'을 거부권 행사 명분으로 내세웠다. 최상목 대행은 한 달 동안 두 차례의 내란 특검법 거부를 비롯해 총 7번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최상목 대행은 3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헌법 질서와 국익의 수호, 당면한 위기 대응의 절박함과 국민들의 바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특검법안에 대해 재의 요청을 드리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야당은 정부와 국민의힘의 요구를 대폭 반영한 내란 특검법을 본회의 처리했다. 특검 후보 추천 주체를 '제3자' 대법원장으로 변경하고 야당의 특검 후보자 비토권 조항을 삭제했다. 수사 대상은 11개에서 6개로 축소했다. '외환 유도' '국회의원 표결 방해' '내란 선전·선동' 등이 제외됐다.

최상목 대행은 "현재는 비상계엄 관련 수사가 진전돼 현직 대통령을 포함한 군·경의 핵심 인물들이 대부분 구속기소되고 재판절차가 시작됐다"며 "앞으로의 사법절차 진행을 지켜봐야 하는 현시점에서는 별도의 특검 도입 필요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최상목 대행은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쪽지'를 윤 대통령으로부터 받고 열흘 넘게 읽어보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헌법재판소에서 계엄 지시 사항이 담긴 문건을 자신이 작성했으며 최상목 대행뿐 아니라 한덕수 국무총리, 조태열 외교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등에게도 건넸다고 말해 의혹을 증폭시켰다.
이 밖에 ▲이상민 행안부 장관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 ▲대통령실·관저·안가 CCTV 서버 압수수색 ▲비화폰 압수수색 ▲윤 대통령 대면조사 등이 특검이 필요한 이유로 꼽힌다. 내란죄 수사권과 관련한 논란을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다.
최상목 대행은 대통령실 등이 국가기밀을 이유로 압수수색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한 특검법 조항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야당은 법원행정처장의 우려를 수용해 '수사와 무관한 자료는 즉시 반환·폐기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지만 최상목 대행은 국가기밀 유출과 군 사기 저하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최상목 대행은 "지난 특검 법안에 비해 일부 보완됐지만 여전히 내용적으로 위헌적 요소가 있고 국가기밀 유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며 "헌법 질서와 국익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 자칫 정상적인 군사작전까지 수사대생이 되면 북한 도발에 대비한 군사대비태세가 위축될 수 있고 군의 사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상목 대행은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우리 군 장병은 이미 이번 사태로 많은 혼란을 겪었다"며 "그들의 명예와 사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 또다시 발생한다면,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대신하여 국정을 운영 중인 권한대행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상목 대행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최상목 대행은 "이전 특검 법안과 동일하게 여야 합의 없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헌법 제49조는 재의결 기준을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상목 대행의 거부권 행사에 환영 입장을 냈다.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최상목 대행의 재의요구권 행사는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올바른 결정"이라며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한 책임 있는 판단이자 민주당의 정치적 목적을 저지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했다.
김대식 수석대변인은 "이번 내란 특검법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되었던 문제를 여전히 안고 있었다. 민주당은 독소 조항을 일부 수정했다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수사 범위가 모호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로 강행 처리되었다"며 "대한민국 사법체계를 특정 정치 세력의 도구로 전락시키고자 하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는 특검법"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진영은 야당이 '제3자 특검'을 수용하자 인지수사 조항, 언론브리핑 조항 등을 거론하며 '독소 조항'이라고 했다. 윤석열·한동훈 검사가 참여했던 국정농단 특검을 비롯해 역대 모든 특검에서 아무런 문제없이 적용되었던 조항들이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 했다. 최상목 대행의 정체가 분명해졌다"며 "입만 열면 내뱉던 ‘민생’도, ‘경제’도 모두 거짓이었다.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민생과 경제가 회복될 수 있다던 최상목은 딥페이크였나"라고 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여야 합의가 되지 않은 법이기에 거부권을 행사한다? 민주당은 자체 특검법을 내겠다며 시간만 질질 끄는 여당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면서 "특검의 힘을 빼려는 의도가 다분한 여당 자체 특검법마저 인내하고 수용하며 사실상 그대로 반영했다. 그럼에도 여당은 협상 테이블을 걷어차고 나갔다"고 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차라리 솔직해지라. 특검의 칼날이 윤석열을 넘어 자신까지 겨누게 될까 두려운 것 아닌가"라며 "비상계엄 당일 윤석열에게 받은 지시 문건을 ‘읽지 않았다’는 자신의 발언이 검증될까 겁나는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조국혁신당은 최상목 대행을 '내란사태 가담자'로 규정했다.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단 일동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상목 대행을 내란사태의 가담자이자 내부자로 규정한다. 국정을 책임지는 자리에 이대로 둘 수는 없다"며 "최 대행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하며 불응시 본격적으로 탄핵을 추진할 것임을 밝힌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단은 "논란이 되었던 특검 추천 방식은 물론, 수사 대상과 범위 축소, 특검 규모와 기간까지 여당의 입장을 사실상 대부분 반영했다"며 "최 대행은 시종일관 국회의 정당한 결정 사항을 다시 여야의 합의로 돌려보내는 반헙법적 월권을 계속했다. 조국혁신당의 인내도 이제 끝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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