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를 박수를 치며 당론으로 채택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나 '내가 뭘 잘못했냐'고 오히려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해임하라는 여당 요구도 거부했다. 국민의힘은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으로 무장한 특수부대가 의원 체포를 위해 국회 창문을 부수고 난입한 일을 겪고도 정치적 이해득실을 계산하고 있다. 

4일 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권영세·김기현·나경원·주호영 의원을 만났다.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나는 잘못한 게 없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는 '더불어민주당의 폭거 탓'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의 폭거를 알리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계엄군이 국회의장과 거대양당 대표부터 체포·구금하려 했다는 '체포조' 논란에 대해 '정치활동 금지를 명기한 포고령 위반이니 체포하려 한 것 아니었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항의에 대한 답변이다. 헌법·계엄법 어디에도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통해 국회·정당의 정치활동을 금지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다. 오히려 헌법과 계엄법은 전시·사변 등 비상사태에서 계엄이 선포되더라도 국회의 계엄 통제권을 규정하고 있다. 

야6당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서 "국회의 계엄 통제권을 무시하고 국회 활동을 전면 금지하는 포고령을 포고했고, 이에 따라 개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갖는 계엄령에 대한 해제요구안 심의‧표결권까지 침해했다"며 "권력분립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과 불체포특권을 침해한 위헌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충암파' 김용현 국방부 장관도 해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탈당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김용현 장관 등 비상계엄 책임자를 해임해야 한다는 수습책을 제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는데 윤 대통령이 이마저도 거부한 것이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이야 주무장관으로서 대통령 지시받아서 한 것밖에 없는데 그 사람이 뭘 잘못했느냐"며 해임을 거부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자진 사임' 형태로 정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만남 이전에 이미 국무위원 전원 사의 표명이 이뤄졌다. 

5일 00시 48분경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 등이 발의한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탄핵소추안은 보고 후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을 진행해야 한다. 이르면 6일 새벽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4일 밤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 국회 본회의에 불참했다.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안하자 의원들이 박수를 치며 표결 없이 추인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한겨레는 "해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한동훈 대표도 '스크럼을 짜서 가자'며 사실상 윤 대통령 탄핵 반대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 대국민 사과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5일 윤 대통령이 추가 대국민담화를 통해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4일 한겨레는 "윤 대통령이 5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국민 불안과 국내외적 혼란상에 대해 사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5일 아침 YTN 대통령실 출입기자는 현장연결 보도에서 "추가 담화 여부를 현재까진 확답하기 어렵지만,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며 "YTN이 접촉한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오늘 윤 대통령이 입장을 낼 가능성은 없다시피 하다고 전망했다"고 했다.

YTN 기자는 "한 고위급 관계자는 오늘은 대국민 사과나 추가 입장 발표 같은 것은 없을 거라고 선을 그었다"며 "다른 참모는 상황 추이를 좀 봐야 대통령이 회견을 하든 담화를 하든 할 거 아니냐며 오로지 탄핵을 막기 위해 담화를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12월 5일 김승련 논설위원 칼럼 갈무리 (빅카인즈)
동아일보 12월 5일 김승련 논설위원 칼럼 갈무리 (빅카인즈)

5일 동아일보 김승련 논설위원은 칼럼 <추경호와 ‘당사의 50인’>에서 "‘권한은 많고 책임은 없다’는 말을 듣는 국회의원도 때로는 벌거벗고 광야에 설 때가 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에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가 그랬다"며 "시대착오적인 계엄에 반대한다는 숫자가 108명 의원 가운데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2시간여 동안 비상의원총회 장소를 네 번 바꿨다. 김승련 논설위원은 "국회 건너편 국민의힘 중앙당사에는 여당 의원이 50명 넘게 모여 있었다. 표결에 불참한 이들로, 당 주류에 가까운 의원들이 상당수였다"며 "당사에 모인 의원들은 '대체 뭔 일이 벌어진 거냐'며 우왕좌왕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민주당이 8월 이후 계엄설을 제기하기 시작했고, 45년 만에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는데도 상당수 집권당 의원들은 자기들끼리 모여 관찰자에 가깝게 행동했다는 뜻"이라고 했다.

김승련 논설위원은 "추 원내대표는 의원들을 당사로 집결시켜 놓고는 국회 본청 원내대표실에 장시간 머물렀다. 본회의장까지 3, 4분 거리였지만 회의장에 가지 않았다"며 "당사에 머물던 범주류 의원 50여 명은 어떤 정치적 의사 표시도 내놓지 않았다. 어떤 의원들은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한 상황에서 계엄 해제 표결을 위해 담을 넘어서까지 본회의장을 찾았고, 어떤 의원들은 제3자처럼 TV로 본회의장 표결을 지켜보며 개인적 논평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기사 <“오죽하면 그랬겠나” 이 와중에도 윤 대통령 비호 나선 친윤계>에서 국민의힘 비공개 의총 분위기를 전했다. 경향신문은 일부 친윤계 의원들이 "대통령이 오죽하면 그랬겠는가, 나약하게 물러서면 안 된다" "대통령이 고독할 때 지도부는 뭐했나. 우리가 말벗이라도 해줘야 한다" 말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중진 의원은 내각 총사퇴에 대해서도 "총사퇴보다는 '대대적인 인적 쇄신' 정도로 건의하자"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국민의힘이 옹호에 나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언론에서 '친위 쿠데타'로 규정되고 있다. 5일 동아일보는 사설 <尹 남은 2년5개월에 근본적 의문 던진 ‘굴욕적 셀프 쿠데타’>에서 "도널드 트럼프 지지 세력이 대선 패배에 불복해 의회에서 벌인 폭거는 ‘민주주의 본산이란 미국도 저 모양인데…’라고 혀를 차게 만들었다. 이번 한국 국회의 난입자는 흥분한 국민이 아니라 무장한 군인이었다"며 "한 방송은 '북한이 아닌, 한국 이야기'라며 소식을 전했고, 외신들은 '굴욕으로 끝난 셀프 쿠데타' '정치적 자살 행위'라고 평가했다"고 썼다. 

4일 오후 서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시민촛불'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숭례문을 지나 용산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 오후 서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시민촛불'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숭례문을 지나 용산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일보·경향신문·한겨레는 쿠데타를 벌인 윤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국가 대혼란 야기한 윤 대통령, 퇴진 결단해야>에서 "'굴욕적으로 끝난 셀프 쿠데타'라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의 3일(현지시간) 평가처럼 위헌적이고 반민주적일 뿐 아니라 국민에게 공포를 안긴 6시간이었다"며 "윤 대통령은 이번 계엄 사태로 헌법을 위반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탄핵 정국 통과를 기다리기엔 시간이 없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소추 이후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이 나오기까지는 3개월이 걸렸다"며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해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학계 의견이 나오는 만큼 더 큰 국가적 오욕을 막기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의 결단이 요구된다.(중략)고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국민의 고통이 커지고 나라의 위기가 증폭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반헌법적 ‘친위 쿠데타’, 윤석열 물러나라>에서 "무엇보다 대통령이 국민이 피 흘리고 희생될 수도 있는 결정을 한 것은 용납받기 어렵다. 헌법 정신과 절차에 따라 탄핵됨이 마땅하다"며 "헌정 질서 유린에 최소한의 책임감이 있다면, 탄핵 이전이라도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국민에게 속죄하는 길"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비상계엄 선포로 국가와 국민은 재앙과 같은 상처를 입었다.(중략)'이번 사태가 미국에서 일어난 1·6 의사당 폭동보다 더 민주주의 국가로서 한국의 평판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외신 평가는 뼈아프다"며 "독재적 발상으로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한 권력자를 국민이 용납할 리 없다. 윤 대통령은 즉각 대통령직에서 내려와야 한다. 그때 국가 신뢰 회복과 정상화도 첫발을 뗄 수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시대착오적 ‘대국민 쿠데타’, 윤 대통령 탄핵해야 한다>에서 "국민의힘은 4일 밤 의원총회를 열어 야권이 추진하는 윤 대통령 탄핵안에 대해 반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국민 눈높이는 아랑곳 않은 채 정략적 계산만 앞세우는 여당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온 국민이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며 "국회는 반헌법적 폭거를 일으킨 윤 대통령을 탄핵해 헌정 질서를 바로 세워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대표가 할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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