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총선 당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받고 믿을 수 없다며 "당장 방송 막아!"라고 소리쳤다는 보수언론 보도가 나왔다. 극우 유튜브에 빠져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은 결과라는 지적이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확인하라'는 보고서 작성 지시가 6차례 걸쳐 이뤄졌다는 전언이 이어졌다.  

7일 중앙일보는 기사 <총선 출구조사에 격노한 尹 “그럴 리 없어! 당장 방송 막아!” [尹의 1060일]>에서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대해 "구세주 같은 정치인은 없다는 걸 다시금 확인했다. 권력의 정점에 선 자가 오독·오판하면 나라가 어디까지 흔들리는지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2년 7월 당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2년 7월 당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중앙일보는 윤 전 대통령이 '자신만의 세계'에 갇혔다며 22대 총선날이던 지난해 4월 10일 저녁 대통령실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일부 참모가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몇 분 일찍 듣고 보고하자 윤 전 대통령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그럴 리가 없어! 당장 막아!"라고 말했다고 한다. 중앙일보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가 문밖에서도 들렸다고 부연했다. 

중앙일보는 "선거 전부터 여러 지표가 패배를 가리켰지만 안 믿었다. 대패를 부정선거 탓이라 여겼다"며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을 진짜라 믿었다. 집권 초부터 그는 유튜브를 좋아했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윤 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몇몇 유튜브 채널을 "꼭 보라"며 권했고, 2023년 4월 미국에서 알링턴 국립묘지 참배를 앞두고 우파 유튜버와 1시간을 통화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15일 체포될 당시에도 자신을 찾아온 국회의원들에게 "레거시 미디어는 편향돼 있다. 잘 정리된 유튜브 정보를 보라"고 말했다고 중앙일보는 전했다. 

중앙일보는 윤 전 대통령의 '화(火)'는 파아를 구분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신에 대한 비판은 아군이어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총선 전 일었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논란과 관련해 당시 이관섭 비서실장과 한오섭 정무수석은 직을 걸고 "안 된다"고 말했다가 회의에서 배제돼 옷을 벗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다른 참모들에겐 시그널이 됐다"고 했다. 

지난해 7월 18일 체코 원전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이 선정됐을 때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와 만찬 중이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은 식탁을 '탕' 내려칠 정도로 기뻐했고, 정진석 비서실장은 "분위기도 좋은데, 그간 못했던 불편한 얘기 조금씩 하시죠"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아니, 이 좋은 날 뭣 하러 그런 얘길 합니까. 쓸데없이 말이야"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참패한 지 3개월이 흐른 시점이었다. 중앙일보는 만찬 참석자들은 '이때다' 싶었지만 윤 전 대통령의 발언으로 좌중이 곧장 얼어붙었고, 바른말은 '없던 말'이 됐다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30일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제22대 국민의힘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만찬을 마친 뒤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30일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제22대 국민의힘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만찬을 마친 뒤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통령실이 부정선거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다는 지인 A 씨의 증언을 전했다. A 씨는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이다. 

류 전 감찰관은 "(A 씨에게 내려온 지시는) '이런 이유로 위에서 부정선거라고 얘기한다는데 보고서를 작성해 달라'는 것"이라며 "그래서 (A 씨가)부정선거가 아니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해 올리면 한동안 잠잠하더란다. 그랬다가 어느 정도 지나면 또 다른 이유를 들어 '이런 점에서 부정선거라고 하는데 또 어떠냐', 이런 식으로 보고서를 작성해 달라고 계속 (지시가)내려왔다는 것"이라고 했다. 

류 전 감찰관은 "그게 반복이 되면서 여섯 번이나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보고서보다 유튜브를 더 믿나' '국민이 내는 돈으로 월급받으면서 이런 거 작성해야 되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너무너무 괴로웠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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