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90여개 언론시민사회단체와 언론현업단체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강행을 두고 "공개적인 극우·반헌법·독재 선언"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국민을 향해 "국민의 자산인 공영방송 MBC를 사적 자본에 팔아넘기려는 자들의 만행을 함께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한 3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이 방통위원장의 임명을 규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한 3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이 방통위원장의 임명을 규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90여개 언론·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과 언론현업단체는 31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위치한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이진숙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지상파 방송사 외에 종편과 신문사 노조 대표자들도 함께했다. 

이들은 “역대 최악 부적격자 이진숙은 사퇴하라” “법카 유용 파렴치한 이진숙은 자격없다” “공영방송 파괴 주범 이진숙은 사퇴하라” “노조혐오 극우선동 이진숙은 자격없다” “MBC 민영화 공작 이진숙을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이진숙 씨가 방통위원장 자리에 앉자마자 취임식 자리에는 지명된 언론사만 배석할 수 있게 됐고, 전체회의 규칙은 모조리 무시된 채 밀실에서 일정이 정리되고 있다”며 “민주주의 아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야 할 5인 합의제 기구가 군사독재 시절 중앙정보부처럼 음험하고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고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부적격성과 폭력성, 국민을 향한 혐오와 적대감, 역대 이런 공직자가 있었냐”면서 “오늘 MBC 파괴, 공영방송 장악이 2인 불법 체제 아래서 한 걸음 나아갈 것 같은데,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온갖 불법과 탈법으로 공영방송을 흉기로 만들었던 이진숙의 존재가 윤석열 정권의 명을 재촉하는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신태섭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는 “공영방송을 망가뜨린 자, 우리나라 언론을 망가뜨린 자, 민주주의를 위기에 몰아넣은 자가 윤석열 정권과 부역자들”이라며 “이진숙 씨는 방통위원장을 하기에 반대적 자격만 갖고 있는 인물로 국민을 신민화하고, 대한민국을 독재국가로 만드는 데 부역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언론 자유의 파괴, 민주주의 파괴, 주권자인 국민의 노예화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데, 이진숙을 백날 나가라고 해봐야 소용없다. 몸통은 윤 대통령"이라며 "윤 대통령과 집권 여당에 경고하는데, 공영방송 장악을 멈추고 독립된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려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그걸 못하겠다면 국민들이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단체 회원들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열린 이진숙 방통위원장 고발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단체 회원들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열린 이진숙 방통위원장 고발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성호 방송기자연합회장은 “공직 후보자 중 이렇게 나쁜, 자격 없는 사람을 본 적이 있냐”며 “오늘부로 국민들은 방통위가 아닌 방송통제위원회라고 인식할 것이다. 공영방송 특히 MBC에 대해 그릇되고 적대적인 언론관을 숨기지 않았던 윤 대통령이 이번 임명 강행으로 결국 참극을 빚어냈다”고 말했다.

박 방송기자연합회장은 “이진숙 방송통제위원장은 청문회 때 보여준 위험한 발상을 하나하나 행동으로 보일 것”이라며 “강제동원을 강제동원이라 부르지 못하고, 오염수를 오염수라 부르지 못하는 역사관이 KBS와 MBC에 어떤 보도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지 불 보듯 뻔하다. 반드시 멈춰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방송기자연합회장은 “이진숙 체제 방송통제위원회가 들어섰다고 언론인들은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모두 똘똘 뭉쳐 이 무도한 정권의 언론장악을 막아내겠다”고 했다.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장은 “이진숙 씨의 임명 소식을 듣고, 극소수를 제외한 대한민국 모두가 혈압이 올랐을 것”이라며 “임명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윤 대통령이 임명장을 주지 못하고, 신임 방통위원장이 현충원에 가지 못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불공정과 몰상식의 반복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나 영상기자협회장은 “이진숙 씨의 취임사는 어떻게 해서든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라며 “이번 임명은 언론 종사자 가슴에 숨어 있던 방송 독립, 언론 자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다시 타게 만드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그 시작을 바탕으로 진정한 방송 독립과 언론 자유를 쟁취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31일 방통위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3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윤 대통령에게 법과 정의는 무엇인지 정말 참담하다”며 “오로지 머릿속에 MBC 장악 다섯 글자밖에 없는 것 같다. 국민 60%가 부적격이라고 해도 윤 정권은 5.18 민주화운동을 부르지 못하고, ‘위안부가 논쟁적’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진숙 씨를 기습 임명했는데, 도대체 이 정권에게 국민은 무엇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 MBC본부장은 “이진숙 임명 강행은 윤석열 정권의 공개적인 극우 선언이자, 헌법상 보장된 노조할 권리를 부인하는 반헌법 선언이고, 독재 선언”이라며 “아무리 무도한 정권이라도 이런 행위 하나하나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말자. 공영방송의 주인은 국민이고 이것을 강탈하려는 자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자”고 말했다.

이 MBC본부장은 “국민 여러분들이 공영방송 MBC를 강탈해 사적 자본에 팔아넘기려는 자들의 만행을 함께 막아달라. 구성원이 앞장서겠다”고 호소했다.

윤범기 언론노조 MBN지부장은 “빵도 좋아하고 와인도 가끔 마시지만 법인카드로 사먹어본 적은 한 번도 없다”며 “대전MBC 사장이라는 중요한 직책을 갖고 있는 이진숙 씨가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이용하고, 이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한때 종군기자로 많은 기자 지망생의 귀감이 됐던 그 이름이 이렇게 추하게 망가지는 모습을 보니 괴롭다”고 말했다. 윤 MBN지부장은 “취임 첫날에 사퇴하는 새로운 선례를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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