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MBC 기획홍보본부장 시절 노조 파업 비방글을 SNS상에서 확산시키기 위해 위키트리와 맺은 용역계약서가 공개됐다. 2012년 MBC 공정방송파업 당시 이진숙 후보자 등 MBC 경영진이 내부로는 노조 불법 사찰을 위해, 외부로는 노조를 비방하기 위한 여론조작을 벌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진숙 후보자는 불법 소지가 전혀 없는 위기관리 계약이라며 여론조작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마이크를 내던지고 뛰쳐나간 사원들로부터 회사를 지켰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2년 MBC 파업에 대해 '공정방송은 방송노동자의 근로조건'이라며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한 바 있다.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오른쪽)이 질의하고 있다 (MBC뉴스 유튜브 중계 화면 갈무리)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오른쪽)이 질의하고 있다 (MBC뉴스 유튜브 중계 화면 갈무리)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은 'MBC 소셜 미디어 대응 용역 계약서' 'MBC 소셜 미디어 대응 자문 제안서' 문건을 공개했다. 2012년 5월 당시 김재철 MBC 사장과 공훈의 위키트리 대표가 2억 5천만원의 용역 계약 체결을 통해 생산된 문건들이다. 

지난 2013년 고 이용마 MBC 기자(2012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홍보국장)는 "<위키트리> 공훈의 사장은 작년에 김재철과 계약을 맺고 MBC 노조파업에 반대하는 SNS 여론작업을 하기로 하고, 계약금만 수천만 원 받아간 적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공훈의 전 위키트리 대표는 최근 '진실 프로젝트 공동취재단'과의 통화에서 '2012년 이진숙 본부장과 만나 MBC 노조 파업에 대해 SNS에서 비방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거래했냐'는 질문에 "(MBC가)너무 무리한 요구를 해서 계약을 중지했다"며 "(무리한 요구는)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다. 중간에 제가 이건 부당하다 싶어 해지했다"고 말했다. 

2012년 5월 MBC와 위키트리 운용사 소셜홀딩스가 체결한 '소셜 미디어 대응 용역 계약서' 갈무리 (이훈기 의원실 제공)
2012년 5월 MBC와 위키트리 운용사 소셜홀딩스가 체결한 '소셜 미디어 대응 용역 계약서' 갈무리 (이훈기 의원실 제공)

이훈기 의원실이 입수한 계약서'에 ▲소셜미디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전사적 뉴스 미디어-콘텐츠 전략' ▲소셜 미디어 허브 구축(MBC에 우호적인 스토리가 최대한 확산되도록 하는 한편 사실이 아닌 악의적 스토리나 적대적 스토리가 유포돼 MBC 브랜드 이미지나 대외활동에 치명적 타격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허브 시스템) ▲실시간 대응 시스템 구축 및 운영 ▲상시적인 이슈 대응 플랫폼 운영 등의 용역업무 범위가 적시돼 있다. 

위키트리 운용사 소셜홀딩스 '제안서'를 보면 트위터(현 'X') 등을 통해 MBC에 대한 우호적인 기회, 또는 치명적인 위기 요인을 실시간으로 포착하고 허브 시스템으로 대응 스토리를 전파·확산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소셜홀딩스는 이를 위해 "MBC 내부 운영진의 계정 및 허브 사이트 운영에 대한 컨설팅 및 교육"이 필요하며 "MBC 내부 인적 조직 및 SNS 계정 구조 확립이 선행돼야"한다고 제안했다. 

고 이용마 기자는 2016년 2월 한겨레21 기고문에서 공훈의 전 대표의 진술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공훈의 전 대표는 "당시 SNS에서는 노조 쪽 목소리만 나오고 회사 쪽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이것도 일종의 불균형"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사실을 전달하려고 했는데, 의견이 잘 안 맞았다"고 했다. 공훈의 전 대표는 "MBC가 쓰던 기존 트위터 계정을 쓰려고 했지만, MBC 경영진은 가상 계정을 만들어서 작업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의견을 내고 싶은 데서 자기 목소리를 내야지 가상 계정을 만드는 건…"이라고 했다.

이훈기 의원은 "2012년 MBC 파업은 '공정방송 파업'으로 대법원에서 인정한 파업이다. 언론노동자의 특수성을 법원에서 인정한 의미있는 파업"이라며 "이진숙 후보자는 이 문건들을 기억하나. 계약 내용은 단순히 홍보를 하는 게 아니라 여론을 조작해 MBC에 유리하게, 노조에 불리하게 여론을 형성해 주도권을 쥐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진숙 후보자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홍보국장이거나 기획홍보본부장일 때로 기억한다"며 "민노총(민주노총) 언론노조가 MBC 사상 최장 파업인 170일 파업에 들어갔다. 1년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데 일반 기업 같았으면 회사가 문을 닫고도 남을 시간"이라고 했다.

이진숙 후보자는 '불법 여론조작'이라는 이훈기 의원 지적에 "인정하지 않는다. 불법이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이진숙 후보자는 "저희는 리스크 매니지먼트, 위기관리 계약을 맺은 것"이라며 "1천명에 가까운 사원들이 마이크를, 일자리를 집어던지고 뛰쳐나갔기 때문에 위기관리를 한 것"이라고 했다. 

이훈기 의원이 "그렇게 말하지 말라. 대법원에서 합법적인 파업, 공정방송 파업으로 판결이 난 아주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지적하자 이진숙 후보자는 "그건(대법원 판결) 이후에 일어났던 것으로 저희는 회사 경영진으로서 회사를 지킬 의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2012년 5월 위키트리 운용사 소셜홀딩스가 MBC에 제안한 'MBC 소셜 미디어 대응 자문 Proposal' 갈무리
2012년 5월 위키트리 운용사 소셜홀딩스가 MBC에 제안한 'MBC 소셜 미디어 대응 자문 Proposal' 갈무리 (이훈기 의원실 제공)

이훈기 의원은 "대법원이 합법성을 인정한 파업을 무력화하기 위해 거액의 용역을 들여 노조파괴공작을 벌인 것이다. 불법적 여론형성"이라며 "'트로이컷'으로 내부를 사찰하고, 외부로는 여론조작을 해놓고 그게 아니라고 태연하게 말하냐"고 따져 물었다. 

2012년 MBC는 '트로이컷'이라는 보안 프로그램을 직원 동의 없이 설치했다. 직원들의 이메일과 메신저 대화 내용 등을 회사 서버에 자동으로 저장하는 프로그램이다. 대법원에서 MBC가 '트로이컷' 설치로 언론노조 MBC본부 간부의 자료를 열람한 사실이 확정됐다. 이진숙 후보자도 '트로이컷' 연루자로 대법원에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이훈기 의원은 이진숙 후보자와 공훈의 전 대표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며 "이진숙 후보자는 거짓말이 드러나면 위증의 책임을 질 것인가. 공훈의 전 대표는 지어낸 얘기를 하고 있는 건가?"라고 물었다. 이진숙 후보자는 "첫째, 저는 증인이 아니다. 둘째, 공훈의 전 대표의 발언을 제가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훈기 의원이 "선서하지 않았나. 거짓말이면 책임지고 사퇴하실 건가"고 묻자 이진숙 후보자는 "저의 사퇴여부는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했다. 

인사청문회법 제7조 2항은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할 것을 맹서한다"는 공직후보자 선서를 규정하고 있지만 위증에 대한 처벌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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