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입장 표명을 회피했다. 또 이진숙 후보자는 "MBC·KBS가 더 많은 청년을 이태원으로 불러냈다"는 10·29 이태원 참사 음모론을 주장한 데 대해 지금도 자신의 주장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열린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5·18이 폭도들의 선동에 의해 일어난 사태라는 글에 대해 공감을 표시했다. 장관급 후보자로서의 가치관·세계관·역사관은 굉장히 중요하며 국민들은 이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며 "민주화운동, 긍정하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이진숙 후보자는 "우리나라 법에는 민주화를 위한 역할을 했던 사건이라고(돼 있다)"고 답했다. 정동영 의원이 "본인의 가치관을 묻는다. 오늘 우리의 민주주의가 광주시민 학살의 피 위에 세워졌다는 것을 인정하나"라고 묻자 이진숙 후보자는 "건건에 대해 물어보시면"이라고 답변을 회피했다. 정동영 의원은 "무성의하고 무책임한 답변"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진숙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5·18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에 대해 "광주민주화운동은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한 민주화 운동으로 대한민국 정부가 규정하고 있다"는 답변으로 일관,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았다.
정동영 의원은 다시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 전문에 5·18을 넣어야 한디고 했다. 지난해 기념사에서는 '5·18은 헌법 정신 그 자체'라고 말했는데 동의하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진숙 후보자는 "기본적으로 제가 5·18에 대한 대통령의 말과 우리나라 법과 생각을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동영 의원은 "5·18 당시 광주시민을 폭도라고 보도한 광주MBC가 불탔다. 나는 당시 광주에 내려가 현장을 취재한 기자였다"며 "역사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짓밟은 신군부에 대한 시민들의 정당한 저항권 행사라고 민주화운동을 규정했지만 당시 내가 보고, 듣고 취재한 내용은 단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정동영 의원은 "MBC 보도국에서 편집회의가 열렸고, 한 간부가 광주시민을 폭도로 표현한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며칠 뒤 그 간부는 계엄사에 끌려가 감옥에 보내졌다"며 "그 간부는 노성대 부국장(전 MBC 사장, 전 방송위원장)"이라고 했다.
정동영 의원은 "MBC의 역사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MBC를 빛낸 사람들이, MBC를 부끄럽게 한 내부자들이 있었다"며 "지금 이진숙이라는 이름은 MBC 역사에 부끄러운 사람들, 그 맨 꼭대기 위로 올라서고 있다. 동의하나"라고 질문했다. 이진숙 후보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민주당 황정아 의원은 "5·18 민주화운동 폄훼·혐오글에 '좋아요'를 누른 맥락은 무엇인가. 광주민주화운동인가 사태인가"라고 물었다. 이진숙 후보자는 "저의 경우 SNS에서 제가 아는 분이라던가, 선거 때 도움주신분들의 글을 무심코 '좋아요' 누르기도 한다"며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좋아요 연좌제'가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황정아 의원이 "(5·18에)'북한군이 개입했다', 가짜뉴스인가 아닌가"라고 묻자 이진숙 후보자는 "세월호, 천안함 좌초설 등에 대해 건건이 답변하지 않겠다. 양해바란다"고 했다.
이진숙 후보자는 10·29 이태원참사 발생 다음 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MBC와 KBS는 (참사 발생) 이틀 전부터 핼러윈 축제를 예고하면서 더 많은 청년을 이태원으로 불러냈다"고 쓴 바 있다.
이진숙 후보자는 지난해 3월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도 "좌 성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방송사가 기자를 연결해서 (한일정상회담 규탄집회) 현장 분위기까지 생생하게 전달했다. 집회 소식을 몰랐던 사람들까지 동원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태원 참사 전 핼러윈 축제를 예고·홍보했던 문화방송 보도가 한 가지 사례"라며 "좌파 시민단체, 좌파 언론의 뒤에는 대한민국을 뒤엎으려는 기획자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김진표 전 국회의장과 박홍근 전 민주당 원내대표 밝힌 바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022년 당시 김진표 의장과 만나 'MBC와 KBS, JTBC 등 좌파 언론들이 사고 2~3일 전부터 사람이 몰리도록 유도한 방송을 내보낸 이유도 의혹'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의원은 "'좌파는 선전선동에 강하다'는 제목의 글에서 MBC가 청년들을 이태원으로 불러냈다고 적었는데, 이태원 참사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돼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이 있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동의하나"라고 물었다. 이진숙 후보자는 특정 발언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정동영 의원이 "피해 가지 말라. 본인 가치관과 역사관을 얘기하라"며 "그게 아니라면 이태원참사 희생자와 유족에게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이진숙 후보자는 "저는 이태원참사가 기획됐다고 얘기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정동영 의원은 "언론의 자유는 권력을 비판할 자유"라며 "국민 알권리는 힘없는 사람들의 사사로운 일상을 들추는 권리가 아니라 힘있는 권력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데 있다"고 비판했다.
이진숙 후보자는 자신의 SNS가 폄훼·극우 논란을 빚는 것에 대해 공인이 아닌 자연인으로서 할 수 있는 발언을 했고, 이를 문제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조인철 의원은 "방통위설치법에 따르면 소관 업무로 인터넷 윤리와 건전한 인터넷 이용환경 조성에 관한 사항을 다루게 돼 있다"며 "그런 일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자기 손이 깨끗해야 한다. 후보자는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했다. 조인철 의원은 '당신이야말로 개난장판만 벌린 추한 못난이' '제발 국민 앞에서 사라져라' '좌파들의 행동은 멀쩡한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갔다' 'MBC와 KBS가 청년을 이태원으로 불러냈다' 등 이진숙 후보자의 SNS 글을 나열하면서 "누가 이런 글을 올린다면 막을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진숙 후보자는 "일단 KBS, MBC가 보도하면서 젊은이들이 (이태원에)관심을 가졌다는 부분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제가 자연인일 때 말한 것에 대해 말씀하시면 그것은 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인철 의원은 "자연인, 사인은 얼마든지 막 얘기해도 되는데 공인은 안 된다? 굉장히 편하고 위험한 사고방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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