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동아일보가 국민의힘을 '극우 허위정보 확성기'로 규정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위원장 이상휘 의원)가 극우 유튜버와 온라인 커뮤니티발 허위 주장을 근거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음란물(성착취물)에 댓글 달았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중국과 비밀회동했다 등의 허위정보를 퍼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동아일보는 사설 <‘허위정보’ 확성기 된 與… 기본적인 ‘팩트 체크’도 않나>에서 "탄핵 정국에서 각종 음모론이 극성을 부리는 요즘이지만 집권여당이 허위정보에 놀아난 것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며 "국민의힘 대응을 보면 온라인에 오른 허위정보가 각종 조작 기술과 결합해 재상산되면서 극우 유튜브를 거쳐 정치권으로 번지는 전형적 음모론 확산 구조에 공당이 한몫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2월 17일 동아일보 4면 기사 갈무리(빅카인즈)
2월 17일 동아일보 4면 기사 갈무리(빅카인즈)

동아일보는 "아무리 헌재의 재판 진행이 정치적으로 못마땅하더라도 성착취물 같은 중대 범죄와 관련된 것이라면 한 번쯤 고개를 갸우뚱하는 게 상식일 텐데 공당이 논평을 내면서 가장 기본적인 의심과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문 대행에 대해선 마지못한 듯 어정쩡한 사과를 하고도 여전히 해당 카페를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빗대 '행번방'으로 부르며 헌재 흔들기에 여념이 없다. 그 목표가 대통령을 살리려는 것이든, 자신들이 살기 위한 것이든 중심은 제대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이날 동아일보는 기사 <극우 유튜브 등 허위정보 확성기 된 與… “중도층 불신 키워” 지적>(4면)에서 국민의힘이 퍼뜨린 허위정보 4가지를 팩트체크하고, 국민의힘 사후 대처 상황을 전했다. 동아일보는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극우 유튜버와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가 생산한 허위 정보를 확산시키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짜깁기된 조작 사진이나 음모론, 일방적인 주장을 담은 허위정보를 검증 없이 가져와 공식 논평을 내면서 혼란을 더욱 키우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문형배 음란물 댓글"… 국힘 지도부 "가벼운 문제 아냐"

13일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 겸 미디어특위 가짜뉴스 대응단장(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불법 음란물 2천여 건 공유된 '행번방' 커뮤니티 알면서도 방치한 문형배 재판관, 법관으로서 자격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했다. 뉴데일리 등 보수언론은 문형배 대행이 졸업한 경남 진주 대아고등학교의 15회 동문 인터넷 카페에 2009년부터 다수의 성착취물이 공유됐다고 보도했다. 문형배 대행이 인터넷 카페에 성착취물이 올라왔는데 이를 방치해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박민영 대변인은 논평에서 "해당 커뮤니티에는 '사법부 최고 존엄도 거부하기 힘듬… 여고생 XX는 못 참지'라는 내용의 미성년자 음란물까지 게시되었으며 문형배 재판관은 해당 게시물에 직접 댓글까지 달았다"면서 "급기야는 문 재판관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중 해당 글(댓글)을 삭제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는 의혹까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음란수괴 문형배! 행번방 옹호하는 민주당?' '재판도중 자리비우고 댓글 지운거 아니죠? 아님말고…'라는 문구로 카드뉴스를 제작해 온라인에 배포했다.

동아일보 2월 17일 사설 갈무리 (빅카인즈)
동아일보 2월 17일 사설 갈무리 (빅카인즈)

박민영 대변인의 주장은 모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생산된 짜깁기 사진을 근거로 했다. 동아일보는 문형배 대행이 음란물에 댓글을 달았다는 허위 주장은 지난 11일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 '문 대행 동창회 카페 ㄹㅇ(진짜) 음란물 천지’ 게시글에 게재된 조작 사진이 근거였다고 짚었다. 

지난 14일 박수민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이 뒤늦게 허위 논평에 대한 사과에 나섰지만 박민영 대변인은 '행번방' 공세를 이어나갔다.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팩트나 사실관계 점검에 부족한 점이 있었으면 그 부분은 국민께 사과드릴 부분"이라면서 "별개로 헌재의 일방 운영이나 편향성, 자격 시비는 헌법기관 대 헌법기관으로 의견을 제시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했다. 

같은 날 박민영 대변인은 <'행번방' 논란이 가짜뉴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민주당>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어 "민주당과 일부 언론이 '문형배 재판관이 음란 게시물에 직접 댓글을 쓴 적이 없다' 반박하며 마치 '행번방' 논란 전체가 가짜뉴스라는듯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며 "매우 지엽적이고 비본질적인 지적"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문제를 가볍게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 (왼쪽부터)정계선, 김복형, 정정미, 이미선, 문형배, 김형두, 정형식, 조한창 헌재 재판관들이 심판정에 앉아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마은혁 헌법재판환 임명 보류로 1개 자리가 공석이다. (사진=국민의힘 페이스북, 오마이뉴스, 연합뉴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 (왼쪽부터)정계선, 김복형, 정정미, 이미선, 문형배, 김형두, 정형식, 조한창 헌재 재판관들이 심판정에 앉아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마은혁 헌법재판환 임명 보류로 1개 자리가 공석이다. (사진=국민의힘 페이스북, 오마이뉴스, 연합뉴스)

"동아일보에 사과드린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진짜뉴스 발굴단'(단장 이상휘 의원)은 지난 1월 9일 <이 시국에 중국 정보수집기관 신화통신 포함 비밀 회동?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제정신인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가 지난 1월 8일 마포의 한 북카페 전층을 임대해 신화통신 기자가 포함된 외신기자들과 '비밀 회동'을 가졌다며 "중국 특파원들은 중국 공산당과 무관하지 않으며 이재명 대표와의 대화 내용은 그대로 중국 정부에 보고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스카이데일리는 지난 1월 8일  "이재명 대표가 미묘한 시기에 중국 기자들과 비밀 회동하는 모습이 스카이데일리에 포착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국민의힘은 또 "이 만남을 주선한 인물은 동아일보의 모 부국장이라는 제보가 들어왔다"며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할 현직 기자가 특정 정치인의 참모 또는 정치 브로커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국민의힘은 동아일보에 공식 사과했다. 동아일보는 국민의힘 고위 당직자가 지난 10일 전화를 걸어와 "당 미디어 특위에서 사안을 잘못 파악해 보도자료를 냈다. 앞으로 그런 일 없도록 조치하겠다. 동아일보 측에 사과드린다" 밝혔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외신 기자들과 민주당의 반박 입장을 전했다. 이재명 대표와의 간담회에 출석한 외신 기자들은 지난달 10일 입장문에서 "국민의힘이 문제 삼은 행사는 당초 일본계 외신기자들이 대한민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공부 모임'"이라며 "금번 행사에는 민주당 측과의 사전 조율에 따라 미국, 영국, 중국 등 기타 국적의 언론사들을 초청하였다"고 했다. 민주당도 지난달 10일 기자회견에서 NHK, 아사히, 요미우리, 마이니치, 산케이, 뉴욕타임즈, 블룸버그통신, BBC, 로이터, CNN, 신화통신 등 25명의 외신기자들이 간담회에 참석했다며 "정기적인 공부모임을 기초로 세계 유수 언론사들을 초청해 진행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 1월 9일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진짜뉴스 발굴단' 보도자료 갈무리
지난 1월 9일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진짜뉴스 발굴단' 보도자료 갈무리

사과 없는 '경찰 혼수상태' '경찰이 시위대 법원 난입 유도' 허위 주장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당 미디어특위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경찰 1명이 민노총에 폭행당해 의식 불명’이라고 게시된 주장을 그대로 옮겨 경찰 지휘부를 비판하는가 하면, 일부 소속 의원은 극우 유튜브에 퍼진 ‘시위대에 법원 난입 길 터주는 경찰’이란 영상을 국회에서 상영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기사에서 "국민의힘 ‘진짜뉴스 발굴단’은 지난달 5일 시위 통제에 나선 경찰이 민주노총 조합원에게 폭행당해 혼수상태가 됐다는 허위 정보를 담은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며 "전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민노총에게 머리 맞아서 경찰 한 명 의식 불명' 글을 인용한 것으로 소방당국과 경찰은 '부상은 있었지만 혼수상태는 없었다'고 반박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하자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는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집회를 진행했다. 이에 블라인드 경찰청 게시판에 '혼수상태' 허위 주장이 올라왔다. 해당 블라인드 글은 더퍼블릭, 스카이데일리, 시민일보 등의 보도와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진짜뉴스 발굴단의 보도자료 배포로 이어졌다. 

지난 1월 4일 더퍼블릭, 1월 5일 스카이데일리·시민일보 기사 제목 갈무리
지난 1월 4일 더퍼블릭, 1월 5일 스카이데일리·시민일보 기사 제목 갈무리

경찰·소방 당국이 블라인드 글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확인했다. 상처를 입은 경찰은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업무에 복귀했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경찰관의 피해 정도에 관해 "경상"이라며 "무전기를 던져 맞아 세 바늘 정도 꿰멨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국민의힘은)지난달 19일 시위대의 서울서부지법 폭력 난입 사태 때는 일부 의원들이 ‘시위대의 법원 난입을 유도하기 위해 경찰이 일부러 자리를 비웠다’는 극우 유튜브의 음모론을 담은 영상을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상영하기도 했다"며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상임위에서 '부상을 우려해 잠시 뺐다가 진압복을 다 갖춘 다음에 들어갔다'고 밝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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