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언론이 1·19 법원 테러 사태의 책임을 경찰과 법원, 언론에 전가하는 국민의힘 태도를 단순 중계하거나 기계적 중립으로 다루는 것은 '내란 옹호'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민실위)는 보고서를 내어 지난 20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현장을 단순 중계·보도한 언론사들을 비판했다.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대통령 윤석열이 구속되자 극우 세력이 법원을 습격한 법치파괴 사건을 두고 집권여당이 경찰·법원·언론 탓을 하는 현장을 단순 중계·보도하는 것은 '정론'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1월 20일 YTN 오전 9시 33분 편집화면/ 연합뉴스TV  오전 11시 19분 편집화면 (자료출처=전국언론노동조합)
1월 20일 YTN 오전 9시 33분 편집화면/ 연합뉴스TV 오전 11시 19분 편집화면 (자료출처=전국언론노동조합)

권영세 위원장은 ▲민주당·일부 언론은 시민이 분노한 원인을 살펴보지도 않고 폭도라는 낙인부터 찍고 엄벌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민주노총 앞에서는 한없이 순한 양이었던 경찰이 시민에게는 한없이 강경한 강약약강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음 정권에 줄을 서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수사기관과 권력의 눈치만 보는 비겁한 사법부가 헌정 질서 유린 장본인 등의 주장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 민실위는 "'애국 시민(윤석열·윤상현)'·'아스팔트 십자군(김재원)'·'훈방(윤상현)' 운운하며 폭력을 부추기고 감싼 국민의힘 당원을 두고도 직접 제재하거나 반성하는 뜻을 내놓지 않은 채 '폭력을 선동하거나 비호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각별히 말과 행동을 주의하기 바란다'며 두루뭉술 넘어갔다"고 비판했다. 

이어 언론노조 민실위는 "20일 오전 9시 YTN과 연합뉴스TV가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대위 현장을 화면에 연결해 권영세 비대위원장 발언을 각각 6분 4초, 5분 51초 동안 단순 중계했다"며 "이런 일방 발언을 단순 중계하면 곤란하다. 시청자는 권영세 비대위원장을 비춰 준 YTN과 연합뉴스TV의 권위를 함께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언론노조 민실위는 "특히 YTN과 연합뉴스TV로 중계된 권영세 비대위원장 말 그대로를 각각 6분 4초와 5분 51초 동안 본 뒤 TV 앞을 떠난 시청자라면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사실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며 "여론 왜곡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언론노조 민실위는 권영세 비대위원장 발언을 그대로 전한 천편일률적 기사가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민실위는 "매일경제, 한국경제, 서울경제, 파이낸셜뉴스, KBS, 국제신문, MBN, 중앙일보, TV조선 들인데 제호를 가려도 될 만큼 매체별로 차이가 거의 없는 보도"라고 했다. YTN과 연합뉴스TV는 '기계적 중립' 기사를 게재했다. 연합뉴스TV는 20일 오전 11시 19분 <여 “尹 방어권 박탈 안 돼”··· 야 “민생경제 회복 협조”>를, YTN은 오전 11시 58분 <여야, ‘서부지법 난동’ 규탄··· “경찰 불공정”, “선동 세력 처벌”>을 보도했다.  

언론노조 민실위는 "기계 균형, 양쪽이 잘잘못 없이 가지런히 맞선 것처럼 보도하면 '정론'이 아니다. 기계 균형은 공정보도의 도구일 수도 없다"며 "언론은 '대서'(남을 대신해 글씨를 씀)를 영업으로 하는 곳이 아니다. 말하는 대로 알리는 '단순 중계·기계 균형' 보도는 내란을 옹호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고 했다.

언론노조 민실위는 TV조선의 권영세 비대위원장의 발언 영상 클립에서는 악의가 읽힌다고 했다. TV조선은 6분가량의 권영세 비대위원장 발언 중 '민주노총' '경찰' '훈방' '마녀사냥' 등의 표현이 등장하는 대목을 1분 27초짜리 영상 클립 <'강약약강' 경찰 직격한 권영세>로 만들었다. 언론노조 민실위는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와 형편을 뒤집고픈 국민의힘 뜻에 치우친 보도"라고 했다. 

1월 20일 TV조선 보도 (출처=전국언론노동조합)
1월 20일 TV조선 보도 (출처=전국언론노동조합)

경향신문과 동아일보는 국민의힘의 주장이 폭력 시위를 부추기는 선동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20일 기사 <서부지법 사태 반성 없는 국힘···“경찰이 시위대 진입 유도 의혹” 음모론까지>에서 "난입·폭력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정치 쟁점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며 "지도부 중 누구도 난입 폭력 사태에 여당도 책임이 있다는 자성은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과의 질의응답을 기사화했다. 비대위 종료 후 신동욱 대변인은 기자들로부터 '백골단 기자회견 주선 등이 서부지법 사태의 시작이라는 비판이 있다'는 질문을 받았다. 신동욱 대변인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김민전 의원도, 당도 사과했다. 이 시대에 무슨 백골단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신동욱 대변인은 "민주당의 폭력 선동은 더 심각하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19일 기사 <尹 “분노 이해한다” 與 “애국시민에 감사”…폭력시위 부추길 우려>에서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안팎에서도 시위대의 집단 행동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며 전문가들의 우려를 함께 전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동아일보에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오늘 같은 폭력 사태를 추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선동에 의한 폭력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이 ‘싸워야 한다’고 입장을 전했으니 지지자들이 폭력을 행사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 것"이라며 "대통령과 여당이 소위 '뒷배'가 되어준다는 생각에 두려워할 것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박영득 충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메시지로 하여금) 지지자들은 대통령을 위한 일이라면 어떤 행위라도 정당하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을 것"이라며 "폭력 시위로 윤 대통령은 정치적 이득을 얻겠지만, 행위자들에게 남은 건 법적 책임일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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