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한민국에서 국회와 언론은 대통령보다 훨씬 강한 초갑(超甲) 입니다"
지난 21일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대통령 윤석열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출석해 남긴 마지막 한마디는 '언론은 갑 중의 갑'이라는 궤변이었다. 제왕적 대통령의 표본으로 임기 내내 '입틀막 정권'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윤석열이 탄핵심판장을 이용해 '언론을 믿지 말라' 선동하고 있다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동아일보는 윤석열을 '반지성주의 수괴'로 규정했다. 조선일보는 윤석열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사례를 들어 비판했다. 4년 전 '승리를 도둑맞았다'던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 완승을 거뒀다.

23일 경향신문은 사설 <“언론이 초갑”이라는 윤석열, 입틀막 정권이 할 소린가>에서 "윤석열의 거짓과 궤변이야 새삼스럽지 않지만, 임기 내내 언론을 무시하며 ‘불통 정권’으로 군림하고선 스스로를 ‘을(乙)’로 매김하는 약자 코스프레를 하니 어이가 없다"며 "비판 언론을 적대시하며 민심과 엇나간 '국정 갑질'이 급기야 망동적 비상계엄까지 이르렀음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언론과 국회를 함께 겨냥한 윤석열의 '초갑' 발언은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를 막을 수도, 막을 생각도 없었다고 헌법기관 유린을 부인하면서 나왔다"며 "자신을 피해자처럼 포장하며 통치행위라고 주장한 비상계엄이 언론의 일방적 비판을 받고 있다고 선동하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경향신문은 "국민을 대신해 권력을 감시해야 할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언론이라면 윤석열의 헌법 파괴 망동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를 갑질처럼 비난한 비뚤어진 언론관이 기가 막힌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윤석열 정부 2년 7개월 동안 ▲'바이든-날리면' 사태 ▲MBC 취재진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 ▲'MBC 무례' 이유로 출근길 문답 중단 ▲대통령 신년회견 '방송 쇼핑' 녹화 대담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 ▲비상계엄 언론사 단전·단수 의혹 등의 사건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민심의 통로인 언론마저 편가르고 강압으로라도 통제하려는 대통령이 국정을 제대로 할 리 만무하다"며 "스스로 돌아보지 못한 허물을 살피는 거울로 삼아도 시원찮을 판에 나팔수 언론만 바란 것 아닌가. 애초 이런 독재 망상에 사로잡힌 인사를 검증 못한 언론이 국민 앞에 자괴감이 들 정도"라고 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 박훈상 정치부 차장은 칼럼 <내란 우두머리 혐의 尹, 반지성주의 수괴 되려 하나>에서 윤석열의 '야당·언론 초갑' 발언을 두고 "자신이 비판했던 반지성주의를 무기로 활용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훈상 차장은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거야 더불어민주당보다 '을'인 대통령을 지켜달라는 요청과 함께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뜨리는 극우 유튜버를 믿으라는 선동적 메시지"라며 "보란 듯 계엄 선포 때처럼 2 대 8 가르마 머리에 빨간 넥타이를 매고 나온 것부터 상징적"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은 지난 2022년 5월 대통령 취임식에서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훈상 차장은 "자신이 강하게 비판했던 반지성주의의 화신, 우두머리가 된 모습이 윤 대통령 눈에는 보이지 않나 보다"라며 "윤 대통령은 지금도 자신을 지지하면 '애국 시민', 반대하면 '반국가 세력'으로 분열시키고 있다. 애국 아닌 '슈퍼챗' 돈벌이가 목적인 극우 유튜버들이 윤 대통령 등에 올라탔다"고 했다. 박훈상 차장은 "윤 대통령이 궤변과 거짓말, 모르쇠를 끊어야 국민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다"고 했다.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12·3 내란 국정조사특위의 첫 청문회는 윤석열의 궤변을 조목조목 검증하는 장이었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에서 가장 큰 쟁점은 국회 등 헌법기관을 군으로 마비·장악하려했는지 여부다. 형법상 내란죄의 구성요건 '국헌문란 목적'을 가르는 주요 사실관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체포·구금 지시, 국가비상입법기구 쪽지 등이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으로 불리는 이유다.
윤석열은 헌재 변론에서 정치인 체포·구금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내란 국조특위에서 "계엄 당일 오후 8시 22분 윤 대통령이 전화통화로 '1~2시간 후에 중요하게 전달할 사항이 있으니까 대기하라'고 말했다. 대기 중 비상계엄 소식을 TV를 통해 접했다"며 "10시 53분 윤 대통령에게 '이번에 다 잡아들여서 싹 다 정리하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홍장원 전 차장은 윤석열의 최초 지시에 목적어가 없어 간첩단을 적발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밤 11시 6분 여인형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체포자 명단을 듣고 "그건 안 되겠더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홍장원 전 차장은 "그런 게 매일매일 일어나는 나라가 하나 있다. 어디? 평양"이라며 "그런 일을 매일매일 하는 기관이 어디? 북한 보위부"라고 했다.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역시 윤석열의 정치인 체포·구금 지시에 대해 "분명하게 사실이라고 다시 한번 더 말씀드린다"고 확인했다.
윤석열은 헌재 변론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받았다는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쪽지에 대해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 해제 후 한참 있다가 언론 기사에서 봤다"고 말했다. 윤석열은 지난 18일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에서 "내가 쓴 것인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쓴 것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장이 판이하게 바뀐 것이다.
윤석열의 계엄 쪽지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 보낸 것도 있다. 조태열 장관은 22일 내란 국조특위에서 윤석열 본인으로부터 쪽지를 받았다고 확인했다. 조태열 장관,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12월 국회 현안질문에서 윤석열로부터 계엄 관련 쪽지를 받았다고 답변한 바 있다.

동아일보는 23일 사설 <崔 “받았다”는데 尹 “준 적 없다”는 ‘계엄 쪽지’… 누가 뭘 숨기나>에서 "최근 언론이 공개한 이른바 '최상목 쪽지'에는 '정부 예비비를 확보하고, 국회 예산을 완전 차단하고, 국가비상입법기구 예산을 편성하라'는 3가지 지시사항이 담겨 있다"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 내용과 일치한다. 최 부총리는 A4용지 1장 분량의 인쇄물인 이 '쪽지'를 검찰에 제출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이 문건이 중요한 이유는 계엄 세력이 국회를 무력화하고 대체 입법기구를 만들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의 핵심 증거이기 때문"이라며 "'야당에 대한 경고성 계엄'이 아니라 처음부터 국회를 멈춰 세우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서부지법 구속영장 심사 때 판사가 유일하게 던진 질문도 이 쪽지 관련된 것이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만에 하나 계엄이 성사됐다면 전두환 신군부가 19080년 국회를 해산한 뒤 만든 임시 입법기구인 '국가보위입법회의' 같은 초헌법적 기구가 만들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라며 "그럼에도 윤 대통령, 김 전 장관, 최 부총리의 말이 엇갈리고 있다. 더욱이 최 부총리는 지금 대통령 권한대행이다. 대통령과 권한대행 간의 문제라는 점에서도 명확한 사실 규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같은 날 조선일보 김창균 논설주간은 윤석열의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해 < '트럼프 완승'으로 머쓱해진 '트럼프 음모론'>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섰다. 김창균 주간은 "2020년 한 해 한·미 동맹이 차례로 부정선거 시비에 휘말렸다. (중략)트럼프는 '도둑질을 멈춰라(Stop the steal)'라는 구호를 내걸고 선거 결과에 불복했다"며 "(불복의)모든 시도가 무산되자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최종 승인하는 상하원 합동 회의 날 열혈 지지자들에게 의사당을 습격해 회의 진행을 막으라고 선동했다.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든 1월 6일 미 의회 폭동이었다"고 설명했다. 'Stop the steal'은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를 열고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습격한 극우 세력이 쓰는 표현이기도 하다.

김창균 주간은 "트럼프 대통령이 4년 만에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2020년 대선에선 선거인단 232 대 306으로 패배했는데, 이번 대선에선 312 대 226으로 승리했다"며 "민주당이 야당이었던 2020년 선거를 조작으로 뒤집었다면 집권 세력으로서 손놓고 패배를 방치했을 리가 없다. 트럼프가 취임식 후 즉흥 연설에서 '부정선거 때문에 더 큰 표 차로 이기지 못했다'라고 강조한 것은 머쓱해진 자신의 음모론에 대한 변명 내지 합리화였을 것"이라고 했다.
김창균 주간은 "윤 대통령 지지층의 부정선거 확신은 워낙 강고하다. 전국 단위 선거 결과를 조작하는 것은 톰 크루즈도 할 수 없는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설득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서 "다만 윤 대통령이 정권을 손에 쥐고 있던 2년 반 동안도 못 해낸 부정선거 규명을 이제 와서 무슨 수로 하겠냐고 묻고 싶어진다"고 했다. 김창균 주간은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후 임기가 끝날 때까지 법무장관에게 의혹을 밝혀내라고 닦달했지만 '아무 증거도 찾지 못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며 "그래선지 트럼프는 이번 선거 기간 부정선거 이슈를 내세우지 않았다. 선거에만 집중했고 완승을 거뒀으며 백악관에 돌아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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