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이 야당 주도로 19일 국회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뜻을 밝혔다. 거부권 정국이 다시 시작되는 것일까?
특이한 것은 국민의힘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선택하지 않고 본회의 자체를 보이콧 했다는 것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사일정 자체에 동의하지 않았고 보이콧이 더 강력한 항의의 의미라고 주장했으나 ‘다른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제한 토론을 선택하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방어하는 논리로 공개 발언을 해야 하는데, 지금 시기에는 그게 어렵다고 국민의힘 사람들이 판단한 결과 아니냐는 거다.
김건희 여사는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가닥을 잡은 시점부터 공개 행보에 다시 나서고 있는데, 이에 대해선 여당 내에서도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마포대교를 둘러보며 난간의 높이 등을 지적하는 등 지도자와 같은 모습을 연출한 건 그 중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일부 여론조사에서 아슬아슬한 20%대 극초반까지 떨어졌는데, 여기에는 크게 세 가지 배경이 있다고 보인다. 첫째 의료대란, 둘째 한동훈 대표와의 신경전으로 인한 지지층 분열, 셋째가 김건희 여사 논란이다. 더군다나 이 세 이슈는 서로 이리저리 얽혀 있다. 의료대란을 풀려면 한동훈 대표와의 관계를 개선해야 하고, 한동훈 대표와 풀려면 김건희 여사가 역할을 해야 하는(조선일보 양상훈 칼럼 주장) 등의 상황인 거다. 그러니 한동훈 대표가 있는 상황에 당내에선 ‘친한계’가 다수를 점하지 못한 여당이 김건희 여사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든 다루는 것은 난제가 되고 마는 것이다.
국민의힘을 더욱 곤란하게 만들고 있는 건 뉴스토마토가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추가 보도했다는 거다. 2022년 재보궐선거 당시에 이미 용산 차원의 개입이 있었고, 올해 총선 때는 김영선 전 의원 측이 김건희 여사로부터 지역구 변경 제안을 받고도 컷오프 된 이후 개혁신당에 접촉하는 과정에 이러한 사실을 공유했으며, 개혁신당은 이를 심각하게 논의를 했었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을 주도한 이는 보도에 따르면 경남 지역 정가에 널리 알려진 인물인 명태균 씨다.
보도에 대해 여당은 ‘허장성세’형 인물인 명태균 씨가 용산과의 관계를 과장한 것에 불과하고, 김건희 여사가 무언가 얘기를 했을 수는 있으나 공천이 김건희 여사 의향대로 실제 이뤄진 건 아니라는 점에서 공천 개입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명태균 씨는 보도의 전반적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차원의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한다. 당시 개혁신당 측 논의를 주도했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일부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를 근거로 보수 인사들은 사건 관계자들 다수가 보도 내용을 부인한다는 점에서 보도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허장성세’로 인한 해프닝일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만 볼 수 없는 정황이라는 것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뉴스토마토의 보도를 통해 확인된 명태균 씨 발언 녹취를 보면, 명태균 씨는 올해 총선 과정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창원 의창에서 컷오프 됐다는 사실을 김건희 여사로부터 들어 미리 알고, 김해로 지역구를 옮기겠다는 취지의 기사를 내게 해 다시 그걸 김건희 여사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검색을 해보면, 실제 이 통화가 이뤄진 다음 날 일부 언론에 김영선 전 의원이 지역구를 옮기기로 했다는 기사가 나온 걸로 확인된다.
한겨레는 20일 보도에서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개혁신당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했는데, 당시 김영선 전 의원이 개혁신당 측에 공유한 메시지에 대해선 “(김건희) 여사가 ‘의원님, 언제까지 다른 지역구로 간다고 보도자료를 내시라’는 내용이었다”고 돼 있다. 퍼즐을 맞춰보면 김영선 전 의원이 김건희 여사로부터 ‘권유’를 받고 고민하던 중에 컷오프 대상이 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게 공식화 되기 전에 지역구를 옮긴다는 보도자료를 실제로 낸 후 김건희 여사에게 보고한 정황이 성립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했는데도 옮긴 지역구에서조차 공천이 되지 않자 김영선 전 의원이 개혁신당과 접촉했다고 봐야 하는 게 아닌가?
이준석 의원이 사실관계를 부정했다는 것도 자세히 보면 ‘개혁신당이 먼저 폭로를 대가로 비례대표 1번을 제안’했다는 게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다. 다른 대목은 사실이라는 얘기가 될 수도 있는 언급이다. 이준석 의원은 이전에 김영선 전 의원 측이 제공한 메시지를 실제로 봤다는 언급을 한 바 있다. 이준석 의원의 입장이 ‘명태균 허장성세론’을 강화하지만은 않는다는 거다.
![이준석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dn.mediaus.co.kr/news/photo/202409/309955_215338_49.jpg)
다만 이준석 의원은 본인이 본 메시지 내용이 김건희 여사의 ‘조언’ 정도에 불과했고 공천 개입이라기엔 완결성이 없었다며 의미를 축소한 바 있다. 여기서 검토해봐야 할 것은 이준석 의원에게 사태를 축소해야 할 유인이 있는지다. 앞서 2022년 재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 체제였다. 당시는 지방선거도 있었다. 이준석 의원이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사실을 인정하면 이준석 대표 시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답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다 보면 이준석 의원의 책임을 논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러한 상황과 현재 입장이 연관돼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는 시선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거다.
무엇보다도 명태균 씨는 대통령 취임식에도 초대를 받았는데,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명태균 씨를 취임식에 초대한 것은 김건희 여사이다. 명태균 씨는 앞서도 언급했듯 경남 지역 정치권에 널리 알려진 인사여서 대선 과정에 윤석열 대통령 측에 나름대로 조력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 과정을 통해 용산과의 선이 생겼고, 그걸 활용해 김영선 전 의원과 일을 도모해보려다가 상황이 이렇게 됐다는 추정은 합리적 영역에 있다고 봐야 한다.
이걸 합리적 추정이라고 한다면 남는 의문은 이런 거다. 공적으로 여당에 대하여 아무 지위도 갖지 않는 김건희 여사는 김영선 전 의원이 컷오프 대상이 됐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김영선 전 의원 측은 뭘 근거로 김건희 여사의 ‘조언’대로 하면 공천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판단하게 되었을까? 당내 공천 관련 기구 등에 김건희 여사와 통하는 인사가 활동하고 있었다고 가정하지 않으면 이런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러한 일은 김영선 전 의원을 대상으로 해서만 일어났을까? 상상의 날개는 끝이 없다.
이 정도로 말을 붙이기 좋은 소재라면 차라리 정면돌파가 답이다. 개혁신당 인사들도 알고 있는 사실을 털고 가는 게 나온 선택인 게 아닐까?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여당 사람들도 침묵만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김건희 특검법 통과가 부당하다면서 무제한 토론도 하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이 뭘 의미하는지 자각할 필요가 있다. 이러다 지지율 20%의 벽이 무너지면 그때부터는 걷잡을 수 없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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