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가 윤석열 대통령을 두고 '보수 지지자들을 X팔리게 하고 있다' '언론 탓을 하는 병에 걸리면 치유가 힘들다'와 같은 비판을 내놓고 있다. 주요 비판 대상은 김건희 씨다. 김건희 씨 문제는 정권 차원에서 '공정성' '개혁 동력'의 문제가 됐다는 게 조선일보의 진단이다. 언론이 대통령의 말을 받아쓰다 태도를 바꿔 비판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은 23일 칼럼 <신문은 정권을 편든 적 없다>에서 "대통령이 국민을 야속하다 여기는 순간 국정은 답이 없는 상태에 빠진다"며 "'나는 정말 열심히 하는데 언론이 몰라준다.' 이렇게 불평하는 병에 걸리면 치유가 힘들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씨가 지난 22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체코 공식 방문을 마치고 전용기인 공군1호기편으로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씨가 지난 22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체코 공식 방문을 마치고 전용기인 공군1호기편으로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논설위원은 "신문은 숙명처럼 정권에 비판적이다.(중략)저널리즘은 얽매인 당파가 없는 불편부당을 지향한다"며 "어떤 대통령이 '조중동을 내 편이라 여겼는데 어느 날 배신당했다'고 생각한다면 참 난감하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상식, 공정, 헌법 정신, 이런 가치를 공유하면 긍정 평가했고, 벗어나면 비판했다"고 썼다. 

김 논설위원은 대통령이 국정 난맥상의 책임을 지는 방법에 대해 "직을 걸든지 팔을 자르든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논설위원은 대통령이 직을 거는 방식에 대해 "내치 일부를 총리에게 일임하거나, 야당의 참정 범위를 넓혀주거나, 불소추 특권을 내려놓을 수 있다"고 했다. 팔을 자르는 방식에 대해서는 '퍼스트 레이디 읍참마속'을 거론했다.  

김 논설위원은 한국 정치에서 대통령의 팔은 가족이고, 그 정점은 퍼스트 레이디라며 "영부인이 스스로를 보호하려면 아무도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하게 해야 한다. 누구랑 문자하는지, 어디를 다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라고 했다. 이어 김 논설위원은 "'사랑하는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 이 말은 22년 전 대선 판세를 뒤엎고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견인했다"며 "그러나 이 말이 나온 상황과 지금은 구별해야 한다. 지금은 사랑이 아닌 공정성 문제다. 개혁의 동력이 걸린 문제"라고 했다. 

조선일보 박정훈 논설실장은 지난 21일 칼럼 <윤 대통령은 '보수'인가>에서 ▲의료대란 위기 ▲채상병 사건 ▲R&D 예산 삭감 등을 거론하며 "윤 정부가 전쟁을 벌인 의사·해병대·과학자들은 어느 직종보다 확고한 국가관과 공적 마인드를 보유한 집단이다. 자유 민주주의를 신봉한다는 보수 정권이 보수의 주력 직업군과 잇따라 충돌하며 내전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21일 박정훈 논설실장 칼럼, 23일 김광일 논설위원 칼럼 갈무리
조선일보 21일 박정훈 논설실장 칼럼, 23일 김광일 논설위원 칼럼 갈무리

박 논설실장은 "윤석열식 정치는 보수의 영토를 잘라내는 '뺄셈의 정치'에 가깝다. 청년 정치의 대표성을 지닌 이준석을 여당 대표에서 끌어내리고, 여권내 일정 지분을 갖는 안철수·유승민 등과 절연했다"며 "한동훈 대표와도 끊임없이 갈등 빚으며 적대적 관계를 형성했다. 정권의 존립 기반인 보수의 외연을 좁히고 스스로를 고립으로 몰았다"고 했다.

이어 박 논설실장은 윤 대통령이 보수 주류층까지 등 돌리게 하고 있다며 "김건희 여사 문제 때문"이라고 했다. 박 논설실장은 "공적 권한 없는 김 여사가 국정과 인사, 심지어 여당 공천과 당무(黨務)까지 관여한다는 의혹이 꼬리 물고 있다"며 "공과 사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이 보수의 선공후사 철학이다. 김 여사의 월권을 수수방관 방치하는 윤 대통령의 태도를 보수층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 논설실장은 "김 여사 이슈는 보수의 마지막 보루인 법치의 가치마저 흔들고 있다"며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지지자들로선 속된 말로 ‘X팔리는’ 심정이 된 것"이라고 했다. 박 논설실장은 "보수층이 이재명의 온갖 범죄 혐의에 혀를 차다가도 '김 여사는?'이란 반박을 받으면 말문 막힐 때가 많다"고 했다. 또 박 논설실장은 지난 총선 때 윤 대통령이 김건희 씨를 감싸고 한동훈 대표를 내치는 방식으로 선거를 망친 것을 보수층이 기억한다며 "하도 기가 막혀 윤 대통령이 보수를 망치려 작정한 ‘X맨’ 아니냐는 한탄까지 나올 지경이었다"고 했다.

23일 경향신문은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칼럼 <한국 언론에 '머로 순간'이 오고 있다>를 게재했다. 이 교수는 1950년대 미국 매카시즘의 몰락을 앞당기는 데 기여한 인물이 CBS 머로 기자였다며 '머로 순간'이란 "언론이 거침없이 행동하는 유력 정치인 말을 조신하게 받아쓰다가 돌연 태도를 바꿔 그에게 비판적으로 돌아서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경향신문 23일 칼럼 갈무리 (빅카인즈)
경향신문 23일 칼럼 갈무리 (빅카인즈)

이 교수는 "2024년 한국 언론에 '머로 순간'이 오고 있다. 최근 조선일보 논설을 읽다보면 분명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동아일보에서 현 정부를 비판하는 사설과 논평을 내기 시작한 건 이미 오래"라며 "채 상병 사건, 의대 정원 증원 사태, 제22대 총선, 대통령부인 관련 의혹들이 줄지어 터질 때마다 정부·여당에 대해 점잖게 지적하며 정치적 훈수를 아끼지 않던 보수언론은 이제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논조로 변하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머로 순간’이라 하지만, 머로 혼자 그걸 만든 게 아니라는 데 주의해야 한다"며 "CBS가 종군기자로 명성 높던 머로의 입을 빌려 매카시 의원에게 일격을 날릴 수 있었던 이유는 이미 당대 수많은 기자들이 매카시의 좌파몰이를 문제 삼아 보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언론사의 논설실이 아닌 편집국이 뛸 때 '머로 순간'이 등장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박종철 고문치사 보도,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 등을 언급하며 "비판적 논설과 의견만으론 안 된다. 좌든 우든 한국 언론이 당대 정권을 이리저리 비판한 것만으로 결정적 변화를 만든 적은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결정적 사실에 대한 폭로보도, 경쟁적으로 쏟아지는 추가보도, 그리고 ‘내 이럴 줄 알았다’는 시민의 깨달음이 이어지면서 뭐가 되어도 된다"며 "앞으로 어찌 될지 지켜보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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