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김건희 씨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의 폭로성 발언이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지만 대통령실의 대응이 늦고 불문명해 언론에서 '뭐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쏟아내고 있다.  

앞서 대통령실이 비판 언론에 '대통령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신속한 법적 조치한 것과 비교된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갈무리
대통령실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8일 대통령실은 명 씨와 관련한 첫 공식입장을 냈다. 명 씨 의혹이 불거진 지 1개월여 만의 입장 발표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정치인들 소개로 명 씨를 두 번 만났을 뿐 이후에는 명 씨와 연락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고 했다. 2021년 7월 자택에서 국민의힘 고위당직자가 명 씨를 데려와 처음 만났고, 얼마 후 자택에서 국민의힘 정치인이 명 씨를 데려와 두 번째 만났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실은 명 씨가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이유인 김건희 씨 공천·인사 개입 의혹과 관련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명 씨는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를) 돕겠다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 서초동 자택을 찾아와 처음 만났는데, 주위에서 조심해야 할 사람이라고 하고, 엉뚱한 조언을 해서 소통을 끊었던 사람으로 안다"고 했다. 

연합뉴스 10월 8일 기사 갈무리
연합뉴스 10월 8일 기사 갈무리

하지만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 "언론에서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로 인용하는 사람이면 정진석 비서실장쯤 될 텐데 말 조심하라"며 "이미 제보자 E씨는 김영선 의원이 윤석열 총장에게 명태균 대표를 소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소통을 끊었다'? 이것도 확인해 볼까?"라고 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동아일보 보도에서 윤 대통령과 2021년 7월 4일 처음 만나기 전 명 씨가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김건희 씨를 바꿔줬다고 말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2021년 6월 28일엔가 김 여사가 명 씨의 전화를 통해 나한테 전화를 했다"며 "(7월 4일) 윤 대통령과 식사 자리에는 김 여사와 명 씨가 같이 있었다"고 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김 여사가 명 씨 전화로 ‘내가 남편에게 곧 전화를 드리라고 할 테니 만나 달라’고 했다"며 "한 40분 후에 윤 대통령한테서 전화가 와 만나자고 해서 만났다"고 했다. 

동아일보 10월 10일 기사 갈무리 (빅카인즈)
동아일보 10월 10일 기사 갈무리 (빅카인즈)

10일 동아일보는 사설 <거간꾼인지 협잡꾼인지 ‘듣보잡’ 인물에 놀아난 한국 정치>에서 "더욱 납득할 수 없는 건 대통령실의 석연치 않은 대응"이라며 "명 씨 주장이 사실이 아니면 법적 대응에 나서든지 해야 할 텐데 아무런 조치가 없다. 이러니 대통령실도 명쾌히 대응할 수 없는 다른 곡절이 있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현재까지 언론을 통해 공개된 명 씨의 주장이 어디까지 사실이고 허풍인지는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분명한 건 여론조사 업체를 운영하며 경남 지역에서 활동해 온 명 씨가 '명 박사'라는 호칭까지 들어가며 대선 후보 부부를 만나 정치적 조언을 한 것은 물론 중앙의 유력 정치인들과도 교분을 맺어온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명 씨의 역할이 진짜 뭐였는지, 대선 이후에도 김 여사가 얼마나 지속적으로 명 씨와 소통을 이어왔는지 등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사설 <명태균은 뭘 믿고 협박하고, 용산은 뭐가 켕기는 게 있나>에서 '내가 했던 일의 20분의 1도 나오지 않았다' '내가 감옥에 들어가면 한 달 만에 정권이 무너질 것' 등 명 씨의 발언을 거론하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가 대통령을 상대로 협박하는데도 대통령실의 해명은 석연치가 않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실은 대통령 부부와 관련된 허위 의혹에 대해선 강력하게 대응해왔다. 그러나 명 씨에 대해선 해명이 늦고, 그 해명이 또 다른 의혹을 만들고 있다"며 "야당들은 대통령 부부가 명 씨에게 무슨 약점이라도 잡힌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정체불명 '정치 브로커' 한 명의 입에 대통령실과 여권 전체가 전전긍긍하는 모습에 국민들은 어리둥절할 뿐"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씨가 9일(현지시간)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라오스 비엔티안 왓타이 국제공항에 도착해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씨가 9일(현지시간)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라오스 비엔티안 왓타이 국제공항에 도착해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한겨레는 사설 <더 큰 의문과 반발만 키운 대통령실 ‘명태균 해명’>에서 "도대체 국민을 어떻게 보길래 이토록 금방 들통날 주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놓는 것인가"라고 했다. 한겨레는 이준석 의원과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말대로라면 '두 차례, 소개로, 자택에서' 명 씨를 만났다는 해명은 어느 하나 맞는 게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무엇보다 대통령실이 김 여사와 명 씨 관계에 대해선 일언반구 없이 입을 닫고 있는 모습은 정상이라 할 수 없다"며 "취임 뒤에도 김 여사가 명씨와 문자·통화를 이어간 사실에 비춰보면, 사인에 불과한 명씨가 역시 공적 권한이 없는 김 여사를 통해 국정과 당무에 개입한 ‘비선의 비선 농단’이 벌어진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 와중에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용산에 (박근혜 청와대 시절의) 십상시 같은 4인방이 있다. 여사가 쥐었다 폈다 하며 시켜 먹는다'고 말하는 녹취 파일도 8일 공개됐다"며 "김 여사 의혹은 용산의 얕은 해명으로 넘어갈 수 있는 단계를 벗어났다"고 했다. 

권태호 한겨레 논설위원실장은 10일 뉴스브리핑 <명태균에 끌려가는 대통령실, 뭘 숨기려 하나>에서 "대통령실의 대응은 매우 미온적"이라며 "이전에 ‘바이든-날리면’, ‘대통령 관저 이전 결정 과정’, ‘부산저축은행 보도’ 등에서 신속하게 언론사를 윤 대통령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해 온 대통령실의 발빠른 조치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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