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김건희 씨 디올백 수수·주가조작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서울중앙지검 차장·부장 검사들이 지휘부에 대한 탄핵이 추진되자 집단 반발에 나섰다. 당사자인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언론 인터뷰에 나서 "정치적 사건에서 벗어나 민생범죄 수사에 역량을 쏟고 싶다"고 말했다. 주요 보수언론은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해 국가기관을 마비시키고 헌법을 모독한다며 검사들의 집단 반발에 발을 맞췄다. 

하지만 공정성과 독립성이 어느 때보다 훼손된 검찰이 반성은 하지 않고 선택적 분노만 표출하고 있다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검사 탄핵은 정치권력이 검찰을 무력화 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될 우려가 있지만, 김건희 씨에 대한 각종 의혹은 무혐의 처분하고 정권 비판 언론과 야권 수사에 전념한 서울중앙지검이 집단반발에 나설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이다. 

국회에 출석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오른쪽)이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 검사와 대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회에 출석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오른쪽)이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 검사와 대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서울중앙지검 이창수 지검장, 조상원 4차장검사,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 등 3인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내달 2일 본회의에 보고할 예정이다. 표결은 내달 4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6일 서울중앙지검 박승환 1차장검사, 공복숙 2차장검사, 이성식 3차장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검사들에 대한 위헌적·남용적 탄핵 시도는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수사 내용과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사건을 담당한 검사들에 대한 탄핵 시도를 계속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탄핵 권한의 무분별한 남발이자 탄핵 제도를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존재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등 언론보도에 따르면 세 차장검사 글에 100개가 넘는 응원·지지 댓글이 달렸다. 이진동 대검 차장검사, 박현철 서울고검 차장검사, 전무곤 대검 기획조정부장, 박영진 전주지검장 등이 응원·지지 댓글을 달았다. 전무곤 부장은 "검사라는 직이 요즘처럼 가볍게 취급받는 적도 없었던 것 같다"는 댓글을 달았다고 한다. 

27일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33명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 방침 관련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이들은 "국가기관의 운영이 무력화되고 본질적인 기능 침해가 명백히 예견됨에도 탄핵 절차를 강행하는 것은 삼권분립이란 헌법정신을 몰각한 것으로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28일 서울신문에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단독] 인터뷰가 실렸다. 이창수 지검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건 공소를 유지하는 상황이라며 검사 탄핵에 대해 "축구경기를 하면서 상대편 선수를 퇴장시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창수 지검장은 "중앙지검은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으로 많은 사건을 처리한다.(중략)수사는 시기를 놓치면 증거가 인멸되는 등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면서 "정치적 사건에서 벗어나 유사수신행위, 마약, 딥페이크 등 민생범죄 수사에 역량을 쏟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세계일보 등이 사설을 통해 민주당을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서울중앙지검이 사실상 마비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 수사는 원활히 진행될 수가 없다"며 "더 심각한 문제는 검찰 업무의 지휘 계통이 무너지만 그 피해가 결국 국민 몫이 된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서울지검장 등을 탄핵하려는 것은 이 대표 방탄용일 가능성이 높다"며 "중대한 헌법 조치인 탄핵을 정치용으로 남발하는 것은 헌법과 국회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지검장 등이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되면 중앙지검이 맡은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위증교사 사건이나 민주당 돈봉투 사건 등의 공소유지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거대 야당이 당리당략을 위해 국가기관을 마비시키는 행동은 즉각 중단하는 게 옳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부실 수사를 했더라도 도덕적 지탄 대상이지 위법적 잣대를 들이대긴 어렵다"며 "이를 알면서도 민주당이 탄핵을 밀어붙이는 건 정치적 보복이자 이재명 대표 방탄용 꼼수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상원 4차장(앞쪽)과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가담 의혹 사건 관련 수사결과 발표를 위해 브리핑룸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조상원 4차장(앞쪽)과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가담 의혹 사건 관련 수사결과 발표를 위해 브리핑룸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수 지검장은 '김건희 황제조사'와 '이원석 검찰총장 패싱' 논란의 당사자다. 지난 7월 서울중앙지검은 김건희 씨를 '제3의 장소'에서 대면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 검사들은 휴대전화를 반납당한 채 김건희 씨를 조사했다. 당시 절대다수의 언론이 검찰 공정성이 무너졌다는 평가를 내릴 때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두 사건 모두 검찰에 서면 제출해도 될 사안이어서 김 여사 측도 처음에는 대면조사에 부정적이었다"며 "하지만 소환에 응해 의혹을 적극적으로 소명하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고 썼다. (관련기사▶'특혜 조사' 검찰 공정성 무너지는데 김건희 옹호한 신문은)

조상원 4차장검사,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쩐주' 김건희 씨를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했다. 김건희 씨가 주가조작 사실을 몰랐다는 게 서울중앙지검의 4년 6개월 수사 결론이다. 김건희 씨는 주가조작을 인지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에 대해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했고, 서울중앙지검은 김건희 씨의 인식을 확인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국일보는 서울중앙지검이 낸 설명자료는 '김건희 변호인' 의견서라 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상원 4차장검사,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은 김건희 씨 무혐의 처분 관련 언론브리핑에서 "2020년 김 여사와 관련해선 코바나콘텐츠와 도이치모터스를 함께 수사하면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김 여사의 주거지와 사무실, 휴대폰에 대해서까지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는 거짓 사실을 발표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가 김건희 씨에게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것은 2020년 11월과 2021년 5월 두 차례로, 이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아닌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에 대한 영장 청구였다.  이창수 지검장은 국회에서 "거짓말까지는 아니다"라고 감쌌다. 

한국일보는 28일 사설 <검사 탄핵··· 야당은 신중히, 검찰은 반성부터>에서 "탄핵소추가 가결되면 헌법재판소에서 결정할 때까지 직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수많은 수사와 재판이 지연되고 형사 사법체계에 공백이 발생해 결국 국민의 불편이 가중될 것'이라는 비판은 합당하다"며 "그러나 검찰은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데 대한 자기반성이 우선이다"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검찰의 독립성은 그 어느 때보다 훼손됐다는 비판이 강하고, 중앙지검의 반부패수사 인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야권 수사에 집중됐다"며 "그에 반해 김건희 여사에 대한 각종 의혹은 건건이 무혐의 처리되면서 검찰에 대한 불신은 어느 때보다 깊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검사 탄핵이 검찰권 견제에서 한계를 보이는 만큼 '검사장 직선제' 등의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재훈 반부패 수사2부장(앞)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가담 의혹 사건 관련 수사결과 브리핑에 참석해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의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재훈 반부패 수사2부장(앞)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가담 의혹 사건 관련 수사결과 브리핑에 참석해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의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같은 날 한겨레는 사설 <검찰의 ‘도이치’ 수사지휘부 탄핵 집단반발, 염치없다>에서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 친위대로 전락했다는 비아냥을 듣는 현 상황에 직접적 책임이 있으면서도 반성 한번 없던 자들이 이런 비난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야당과 전 정권 인사들, 현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인들에 대해선 먼지 털듯 집중적으로 수사하면서, 대통령 부인의 온갖 비위 의혹에 대해선 어떻게든 봐주려 하지 않았던가"라며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여론조작과 공천개입 의혹이 불거진 ‘명태균 게이트’도 지난해 12월 경남선거관리위원회가 고발한 사건을 무려 9개월 동안 묵혀두었다가 언론 보도 이후 뒤늦게 수사에 들어갔다"고 짚었다. 

한겨레 권태호 논설위원실장은 '뉴스브리핑' 코너에서 "검찰은 '선택적 분노중'"이라고 꼬집었다. 권 실장은 "서울지검 부장검사들은 ‘검찰이 윤석열 정권의 하수인’이라는 온갖 비아냥을 들어도 어느 검사 하나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치욕스런 ‘김건희 여사 출장조사’와 불기소에도 ‘이게 맞습니까’라는 목소리 낸 검사가 단 한 명도 없더니, 자신들을 향한 탄핵소추에는 한목소리로 부르짖는다"며 "누구 보라는 항의일까"라고 말을 맺지 못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탄핵 반발하는 검찰, 시민은 검사들이 한 일 알고 있다>에서 "입법부의 검사 탄핵소추권은 정치권이 검찰을 길들이고 무력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행사돼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분명한 건 검사 출신 대통령 아래서 검찰이 보이는 역대 최악의 정치적 행태가 탄핵 추진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사실"이라고 썼다. 

경향신문은 "이 정부에서 검찰은 야당과 전 정권 인사들을 10만원 단위까지 문제 삼아 탈탈 털어 수사·기소했거나 수사 중이다. 반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은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퉈볼 만한데도 늑장 수사하다 무혐의 처분했다"며 "그런데도 국민 불신이 높아진 검찰 어디에서도 자성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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