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에서 전국 교수 88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뽑은 2015년의 사자성어로 혼용무도(混庸無道)를 뽑아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사리에 어둡고 무능한 군주인 혼군과 용군이 세상을 어지럽혀 천하에 도리가 없다는 뜻일지언대 이 밖에도 올해의 사자성어로 제시한 용어들이 사시이비, 갈택이어, 위여누란등이라고 하니 2015년 한국사회를 가리켜 헬조선이라고 부르는 것과 일맥상통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2015년 11월 기준 187만명에 달하는 한국사회에 거주중인 이주민들에게는 과연 한국사회는 어떠한 모습일까? 친한 이주노동자의 입을 빌려 말하자면 한국사회는 코리안드림이 아니라 코리안로또라고 불러야 한다고 한다.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각자의 꿈을 안고 한국을 찾아오지만 정작 꿈을 이루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임금체불과 폭행등으로 인해 사업장을 이탈하여 끝내 미등록체류하는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2015년 이주노동자들의 현주소이다. 이번 순서에는 2015년 한해동안 이주노동자와 관련한 5대 이슈를 정리해보고 다음 순서에는 2016년의 이주노동자 관련 전망을 밝혀보고자 한다.

1. 10년하고도 2개월만의 승리! 이주노조 합법화 판결 노조 승소

2015년 6월 24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노동조합 설립신고서 반려처분 취소에 대한 선고가 무려 8년 만에 내려졌다. 2005년 이주노조 설립 직후 시작된 1심소송부터 무려 10년2개월만의 노조측의 승소판결이었다. 노동부의 상고를 기각한다는 대법원장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눈물을 흘리던 이주노동자의 두 손을 꽉 잡았던 기분이 아직도 선하기만 하다. 하지만 노동부는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노조규약상의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조항이 있어 필증교부가 어렵다는 수정공문을 2차례씩이나 보내왔고 이주노조에서는 7월 27일부터 서울지방노동청 앞 무기한 노숙농성에 돌입하였다. 한달간의 노숙농성 끝에 이주노조에서는 수정된 규약을 제출하였고 마침내 8월 20일 설립필증이 교부되어 한국 최초의 합법적인 이주노동자노동조합으로 새출발을 하게 되었다. 대법원 판결문의 취지는 국내에서 노동하고 있는 모든 이주노동자가 체류자격에 상관없이 노동조합활동을 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어 국내외적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볼수 있다.

2. 메르스(MERS) 사태, 이주민에게는 통역조차 되지 않는 의료시스템 부재

이미 미디어스에서 한차례 지적한 바가 있는 내용으로 2015년 6월을 강타했던 메르스사태에서 이주민에게는 대처시스템은커녕 중앙콜센터에 모국어로 된 통역조차 제공이 안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디어스에 기사가 나가고 다른 언론에서도 몇차례 보도가 이루어지자 정부차원에서 다국어로 구성된 메르스 유인물을 제작하고 콜센터에 통역사가 배치되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 겉으로는 다문화시대를 이야기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통역시스템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정부정책의 허구성이 드러났으나 이주사회단체들의 발빠른 대응으로 후속조치를 취하게 한 좋은 사례이다.

3. 근로기준법 63조! 인권의 사각지대,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문제

국가인권위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실태조사, 국제엠네스티 “고통을 수확하다”보고서, 2013-14 “인권밥상 캠페인”등 한국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문제가 거듭 지적되었지만 가장 대표적인 독소조항인 근로기준법 63조(휴일, 휴게시간의 적용제외)는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 참다 못한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이 12월 세계 이주민의 날을 맞이하여 직접 해당 노동지청으로 몰려가서 항의집회와 항의방문을 이어나갔다. 한달에 300시간을 넘게 일해도 무조건 226시간으로만 계산되어 출력되는 근로계약서와 한달에 많게는 50만원까지 강탈해가는 기숙사비용까지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은 그야말로 현대판 노예로 살고 있다는 증언이 쏟아져나왔지만 노동청장은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형식적인 답변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고장난 노동부의 계산기를 마구 발로 밞던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의 분노는 2016년에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4. 법무부의 초단기 농축산업 계절이주노동자 도입

바로 위에서 언급했던것처럼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인권,노동권 침해 문제가 사회적으로 상당히 부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법무부에서는 초단기(2~3개월) 농축산업 계절이주노동자를 도입하겠다고 밝혀서 논란이 되었다. 이어 지난해 10월 26일부터 충북 괴산군의 농가에 단기취업비자(C-4)를 받은 중국인 이주노동자 19명이 절임배추를 작업하기 위해 시범사업으로 입국하였고 이미 근무를 마친 뒤 12월 중순에 귀국하였다. 이에 대해 이주제단체들은 반대 기자회견, 질의서 발송, 국회토론회등을 진행하면서 문제제기를 했지만 정작 제도시행 주체인 법무부는 끝끝내 국회토론회 참석을 거부하면서 2016년에도 시범사업을 확대하여 본격적인 제도시행을 강행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농축산업에 이주노동자를 도입하고 있는 고용허가제도를 시행중인 고용노동부는 초단기 계절이주노동자의 미등록체류 유발효과등을 고려하여 제도 시행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무엇보다도 이 제도가 전면 시행될 경우 초단기체류로 인한 기본적인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4대보험 미가입 문제부터 계속 지적되어온 권리침해 문제가 더욱 확대될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2016년에도 제도 시행을 막기 위한 이주당사자들과 단체들의 투쟁이 지속될 것이다.

5. 파리테러로 인한 테러방지법 제정시도, 한국내 난민들은 테러리스트?

지난해 11월 13일 저녁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무차별 테러로 인해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테러 발생 하루만인 14일 법무부는 ‘프랑스 테러 관련 특별대책’을 발표하며 외국인 밀집지역과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다고 발표하였고 국정원장은 국내 입국한 200여명의 시리아 난민을 언급하면서 마치 난민들 사이에 테러리스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취지로 국회에서 발언하였다. 대구에서는 무슬림사원에 출입국직원이 들어와 수염을 자르라고 하거나 회사에서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해고를 시키는 등 인종차별적 탄압이 줄을 이었다. 그 직후 테러조직과 연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인도네시아 무슬림 이주노동자를 체포하면서 테러방지법이 있어야 사전에 테러를 미리 방지할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체포된 이주노동자로부터 테러조직과 연관이 되어있다는 뚜렷한 혐의를 밝혀내지 못하고 미등록체류로 인한 출입국관리법위반으로 추방시킬 수 밖에 없었던 과정을 살펴보면 오히려 테러방지법 제정을 위한 우호적 분위기 연출을 위해 무리하게 체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이에 이주단체들은 이주민을 테러리스트 취급하고 더욱 억압하려고 하는 테러방지법 제정을 중단하는 요구를 걸고 성명서 및 기자회견 등을 진행하였다. 2016년에도 국적, 종교, 피부색등을 이유로 인종차별적인 정부의 탄압이 예상되는바 이러한 투쟁 역시 이주단체를 넘어서서 더욱 더 많은 인권시민사회노동단체들과 함께 맞서야 할 것이다.

새해 첫 기고글이다보니 생각보다 글이 많이 길어져서 끝으로 2015년 이주운동계의 가장 큰 이슈였던 이주노조 합법화와 관련된 영상을 한편 소개하려고 한다. 제9회 이주민영화제에서도 소개된 작품으로 이주운동에 오랫동안 영상활동으로 연대해왔던 문성준 감독이 지난 10년간의 이주노조역사를 정리하면서 명동성당 농성부터 이주노조 합법화까지를 한 눈에 그려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2주 뒤에는 2016년 예상되는 이주노동 관련 전망을 함께 그려볼 수 있는 몇 가지 이야기를 가지고 여러분을 찾아뵙고자 한다. 올 한해 이주민과 정주민 차별없는 세상을 만드는 공감을 만드는 데에 부족한 글실력으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박진우_ 2012년부터 이주노동조합의 상근자로 일을 하고 있다. 어릴때부터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어서 언젠가는 이주아동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겠다는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일을 한지 3년이 되어가지만 외국어를 못해서 무조건 한국어로만 상담을 하고 있다. 이주노조가 반드시 합법화되서 한국에서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튼튼한 조직으로 우뚝 설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개인적으로 몸무게가 계속 늘어서 movement(운동)가 아닌 exercise(운동)를 심각히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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