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반만년동안 단일민족을 자랑하는 한반도 땅에 언젠가부터 피부색도 언어도 음식도 심지어 믿는 종교 역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기 시작한지도 어언 30년이 넘게 흘렀다. 이른바 코리안드림을 이루기 위한 이주노동자들의 숫자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고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한국정부가 1993년 산업연수생을 거쳐 2003년 고용허가제를 실시한지도 어느새 11년이 넘어서고 있다. 한편에서는 현대판 노예허가제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고용허가제는 거의 매해 끊임없이 스스로의 모습을 바꾸어가면서 2011년 공공행정부문 부패방지 및 척결분야에서 UN공공 행정대상을 수상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자신감 덕분일까? 고용허가제는 바로 그 이듬해인 2012년 사업장 변경 내부지침 개정, 2014년 출국만기보험 제도 개정 등 그 변화의 끝을 이루 짐작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변화하고 있다. 오늘은 글로벌 코리아를 표방하는 현 정부에서 앞으로 예상되는 두 가지 변화에 대해 짚어보도록 하자.

고용허가제는 한국정부와 업무협약(MOU)를 맺은 15개 국가에서 수십만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합법적으로 한국 땅에서 일을 하고 있는 고용노동부의 대표적인 이주노동자 제도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UN 공공 행정대상까지 받았으니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알토란같은 제도일진대 그간 출입국과 단속행정만을 담당했던 법무부로서는 내심 배가 많이 아프지 않았을까 싶다. 법무부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단속을 하느라 고생만 하고 정작 상은 노동부가 받아갔으니 재주는 법무부가 넘고 돈은 노동부가 챙겨간 셈이다.

더 이상 속앓이만 하기에는 안 된다고 판단한 법무부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이주노동자 인력제도에 손을 대기 시작했으니 얼마 전 ‘2015~2019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밝혀진 초단기 계절 이주노동자 도입제도이다. 법무부는 그간 외국인 인력정책이 장기간 채용을 맞춰져 있어서 농업의 지역적, 계절적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여 농번기 인력난을 양산하고 있으며, 현재 많은 농촌지역 현장에서는 불법체류 외국인을 고용하는 등 불법을 양산하는 문제 발생하고 있다며 효과적으로 외국인력을 공급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에 관해 노동부 관계자는 정부부처 협의에서 초단기 계절 이주노동자의 높은 이탈가능성을 이유로 반대를 했다고 하지만 법무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하며 본격적으로 밀어붙일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일부 농민들이 한 사업장에서만 일할 수 있는 이주노동자를 봉고차에 태워 이 농장 저 농장으로 불법파견하는 일이 적지 않았는데 아예 합법적으로 1~3개월짜리 이주노동자를 도입한다니 역시 법의 수호자 법무부라 할만하다.

어디 이것뿐인가? 이주노동자들이 대다수 투표권이 없다는 이유로 국회에서 이주노동자 관련법은 찬밥 신세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미 2013년에 이주노동자들이 본국에 무사히 돌아가서 퇴직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한 사례가 있다. 심지어 휴면보험금까지 돌려주기 위해서 휴면보험금 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해외지사 직원까지 총동원한다고 하니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사실 한국에서 일하면 한국에서 퇴직금을 지급하면 될 일이지만 친히 이주노동자가 퇴직금을 미리 받으면 낭비할까봐 목돈을 마련해주고자 법을 개정하였다는 취지를 공식 보도자료에 언급하고 있으니 그 깊은 마음속을 어디 헤아릴 수 있을까?

2015년은 별 일 없이 지나가나 했더니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된 지 하루 만에 새누리당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권성동 국회의원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이 외국인근로자에 너무 큰 혜택 줘, 차등지급이나 제외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 해야 한다.” 이에 질세라 곧이어 새누리당 안홍준 국회의원도 “국내 근로자하고 외국인 근로자는 최저생계비가 그 나라하고 교육비, 양육비가 차이가 남에도 일률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굉장히 부담된다”라는 발언과 함께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등 적용방안을 주장한 바 있다.

한번은 실수라고 하지만 한 달도 안 돼 두 번이나 같은 취지의 발언이 나온다는 것은 오히려 거꾸로 뒤집어 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최저임금이 매년 오르고 있어서 자칫 과소비에 빠져들 수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위해서 일부러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해 보다 근면성실하게 일을 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다만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월 평균 283.7시간을 일하고 1/3 이상이 월 300시간 이상을 일하고 있는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에게 물리적으로 더 일할 시간이 얼마나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일 뿐이다.

이렇듯 한국정부와 사업주와 국회까지 한 몸이 돼 180만 이주민 다문화시대에 발맞춰서 매년 상상 그 이상의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제 막 10년 만에 합법화된 노동조합의 상근자로서 솔직히 고백하건대 밀려오는 파도를 헤쳐 나가는데도 숨이 차서 그 뒤에 거대하게 몰아칠 해일이 어떤 모습일지 그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1000만명을 넘게 동원한 <변호사>에 나오는 진우의 명대사처럼 아무리 강해도 바위는 죽은 것이고 아무리 약해도 계란은 산 것이기에 계란에서 태어난 닭이 언젠가는 바위를 뛰어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불후의 명곡인 정태춘님의 <아‥ 대한민국>을 소개하면서 이번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아‥ 대한민국!!!


2012년부터 이주노동조합의 상근자로 일을 하고 있다. 어릴때부터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어서 언젠가는 이주아동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겠다는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일을 한지 3년이 되어가지만 외국어를 못해서 무조건 한국어로만 상담을 하고 있다. 이주노조가 반드시 합법화되서 한국에서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튼튼한 조직으로 우뚝 설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개인적으로 몸무게가 계속 늘어서 movement(운동)가 아닌 exercise(운동)를 심각히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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