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이야기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의 육성을 기록한 “금요일에 돌아오렴”이라는 책이 있다. 책이 나왔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도저히 완독할 자신이 없어서 몇 번을 망설이다가 오랜만에 들른 세월호 광화문 농성장에서 책을 구입했다. 그리고 가방에 늘 넣어둔채로 한 번에 한 가족의 이야기만을 겨우겨우 읽곤 했다. 하루는 비자연장신청을 하러간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심사를 기다리는 동안 책을 읽었는데 눈물이 왈칵 나서 옆에 있던 이주노동자가 의아한 눈으로 쳐다본 적도 있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찾아간 세월호 농성장에서 “세월호를 기록하다”라는 책을 사면서 많은 고민이 들었다. 왜냐하면 2014년 4월 16일 이후로 난 내가 하고 있는 운동이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꾸기 위해 시작했지만 여전히 우리의 힘을 너무나도 무력하고 심지어 벽을 넘고자하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기 때문이다.

그것은 4월 11일 밤 광화문 광장에서 청와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자 했던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경찰의 차벽에 막혀 몸싸움을 벌였을 때 내가 할수 있는거라곤 “폭력경찰 물러가라” 라는 구호를 거듭 외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때문이었을까? 마치 10년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집회”가 열린 마포대교위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동지와 다른 사람들이 연행되어 나갈 때 방패를 붙잡고 “왜 잡아가요! 이유라도 말해주세요!”라고 울면서 호소하던 모습에서 난 얼마나 달라졌을까 하는 자기반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주노조 합법화 이야기

하지만 난 10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꿈꾸고 봉사활동으로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선배들에게 이야기하던 새내기 대학생이 아니라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의 상근활동가이다. 그리고 이주노동조합 10주년을 맞이하여 8년째 합법화 판결을 미루고 있는 대법원과 한국정부를 상대로 투쟁을 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종종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운동이란게 얼마나 대단하다고 이거 아니면 절대 안된다는 결사투쟁을 해야하는걸까? 하지만 늘 이런 고민들은 밀려드는 현안에 치어 금새 사그러들고 만다.

그래서 늘 지금껏 해왔던대로 할 수 있는 만큼 그리고 해야한다고 믿는 대로 운동을 한다. 이주노조 합법화 촉구 엽서를 받고 1인시위를 하고 소셜네트워크에 온라인서명을 올리고 이렇게 글로나마 사람들에게 나의 주장을 호소한다. 여전히 우리의 방식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설득력있게 들릴지는 모르겠다.

예전만큼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뜨거운 가슴도, 나 아니면 안 된다는 투철한 사명의식도 없지만 여전히 난 운동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내가 앞에 나가서 차벽을 뜯어내지 못하지만 함께 최루액을 맞고 악을 쓰는 사람들과 함께 “폭력경찰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친다. 지금 하루하루가 너무 지친 사람들에게 “최저임금 1만원 쟁취합시다”라는 유인물을 나눠주면서 민주노총 총파업을 이야기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업장에서 온갖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을 이주노동자들이 당당하게 노동자로 거듭날 수 있는 그런 노동조합이 꼭 필요하기에 1인시위를 지속한다. 세월호나 이주노동조합이나 그리고 또 다른 우리의 운동들은 이렇게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것이 4.16 세월호 1주기를 맞이하는 나의 작은 다짐이다.

끝으로 오늘 소개할 노래는 故 이보미양과 김장훈 씨가 함께 부른 “거위의 꿈”이다.

그래요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봐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언젠가는 그 벽을 넘고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
이 무거운 세상도 나를 묶을 순 없죠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 날을 함께해요

2012년부터 이주노동조합의 상근자로 일을 하고 있다. 어릴때부터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어서 언젠가는 이주아동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겠다는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일을 한지 3년이 되어가지만 외국어를 못해서 무조건 한국어로만 상담을 하고 있다. 이주노조가 반드시 합법화되서 한국에서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튼튼한 조직으로 우뚝 설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개인적으로 몸무게가 계속 늘어서 movement(운동)가 아닌 exercise(운동)를 심각히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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