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메르스 공포가 한국을 뒤덮고 있다. 이것은 비단 한국인에게만 해당되는 공포가 아니다. 2015년 4월 기준으로 184만명에 육박하는 한국 내 체류하는 이주민들에게도 메르스 공포증이 퍼져나가고 있다. 한국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보접근이 제한적이고 자유롭게 병원을 오고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이주노동자들에게 메르스는 공포 그 자체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조합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몇 일 전 방글라데시 조합원에게 늦은 저녁에 연락이 왔다. 지난주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맹장수술을 하게 되어 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소식이었다. 다음 날 다른 조합원과 함께 병원을 가려고 위치를 확인하던 중에 병원 이름이 낯설지 않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보건복지부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다녀간 병원에 대한 전체명단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건 알 수 없었지만 인터넷 상에서 이미 확진환자가 사망한 바로 그 병원이었다. ‘설마 별 일 없겠지’ 생각했지만 3차감염이나 불분명한 정보들이 워낙 많아 굳이 위험한 모험을 할 수는 없어서 발걸음을 돌리고 말았다. 문제는 이 조합원에게 ‘메르스라는 병이 퍼져나가고 있고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전달할지였다.

다음 날, 다른 조합원이 몇 일 전부터 계속 기침이 심하고 감기기운이 있어서 같이 병원에 가자고 했다. 혹시 메르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내과에 데리고 갔더니 다행히 단순 목감기로 판정을 받았다. 의료보험이 없어 진료비와 약값을 포함하여 3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내야했지만 메르스가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안도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그 동안 속으로 얼마나 걱정을 많이 했을까하는 안쓰러움이 들었다.

안산에 있는 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역장님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어느 한 여성노동자는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선생님! 한국에 수원과 평택, 서울에 전염병이 돌아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대요. 어떡해요? 제가 남의 나라에서 죽기 싫어요. 제가 평택에 구직등록을 했는데, 평택고용센터에 갔다와도 돼요? 버스나 전철은 안전하지 않겠죠?”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에 이주노동자가 퇴직금미지급으로 진정을 넣었던 사건도 메르스 때문에 조사가 잠정 연기되었다.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것도, 퇴직금을 못 받은 것도 이주노동자들의 책임은 아니지 않는가? 오히려 이주노동자들은 몸이 아프고 힘들어도 병원 한 번 찾아가기 쉽지 않을뿐더러 메르스 환자가 매일 매일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현재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런 대책을 안내받을 수 없는 현실이다. 국민조차 나 몰라라 하는 정부인데 무조건적인 단기순환정책을 고집하면서 일하는 기계마냥 생각하는 이주노동자의 처지는 어떠하겠는가?

그러고 보니 불과 3년 전, 인종차별적인 인식을 조장했던 한국정부의 부끄러운 모습이 떠올랐다. 법무부는 2012년부터 한국에서 결핵 등 일부 감염병 발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해외 유입 감염원’에 대해서 적극적인 관리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단순 노무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건강상태 확인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결핵이 후진국형 질병임에도 신고환자가 늘고 있다는 통계를 제시하였다. 다시 말해 법무부의 논리는 ‘후진국 병은 후진국 사람들이 옮긴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인 것이다.

이번 메르스의 근원지가 중동에서 최초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중동과 가까운 나라의 이주노동자들을 모두 잠재적인 보균자로 간주하는 마녀사냥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 기우에 불과하길 바랄뿐이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소개 할 노래는 “혼자선 아프지 말아요”다.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와 구호 활동을 벌이는 라파엘클리닉에 헌정한 노래로 화제가 되었다. 노영심이 서울 혜화동의 외국인 노동자 무료 진료소를 방문하고 받은 느낌을 살려 작사·작곡을 하고 하림이 노래를 불렀다.

웃어요 예뻐요
그게 우리 처음 모습이었죠
가까이 내 곁에 와요
이제 혼자선 아프지 말아요
또 혼자선 아프지 말아요
이제 혼자서만 울지말아요

2012년부터 이주노동조합의 상근자로 일을 하고 있다. 어릴때부터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어서 언젠가는 이주아동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겠다는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일을 한지 3년이 되어가지만 외국어를 못해서 무조건 한국어로만 상담을 하고 있다. 이주노조가 반드시 합법화되서 한국에서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튼튼한 조직으로 우뚝 설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개인적으로 몸무게가 계속 늘어서 movement(운동)가 아닌 exercise(운동)를 심각히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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