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뜬금없지만 아주 어릴 적에 영화 시나리오 작가를 꿈꾼 적이 있다. 중학교 1학년 때 어머니의 피부관리실 손님의 남편이 민규동 감독이라서 우연하게도 시나리오 작가의 꿈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덕분에 <여고괴담2 메멘토 모리>라는 작품의 대본을 받을 수 있었는데 그 어마어마한 양을 보면서 진즉에 시나리오 작가의 꿈을 포기했다.

대학교 1학년 때는 무작정 고등학교 동창과 부산국제영화제를 보러 간 적이 있다. 비록 해수욕장 앞에서 모랫바람을 맞으며 컵라면을 먹을지언정 보고싶은 영화는 다 보겠다는 마음으로 여러 작품들을 봤는데 가장 기억에 남은 작품은 베트남 보트피플을 다룬 <절망으로부터의 귀환>이었다. 이렇게 영화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소싯적에 영화 좀 좋아하는 보신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행사가 이번 주말에 무려 2개씩이나 있기 때문이다.

제4회 서울이주민예술제 “예술을 원하는 우리”
(2015. 10. 10~11, 17~18, 문래역 프리포트)

▲ 제4회 서울이주민예술제 공식 포스터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올해로 4회를 맞은 서울이주민예술제는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모여 문화, 예술활동을 하고 있는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의 대표적인 문화축제이다. 매해 가을마다 연극, 영화, 음악, 플리마켓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이 되는데 올해는 보다 많은 이주민들의 참여를 위해서 2주에 걸쳐서 주말 동안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주 토요일(17일)에는 이주민문화예술공간 프리포트 앞 거리에서 이주, 인권, 예술등을 주제로 한 단체와 개인창작자들이 참가하여 다양한 물품과 음식, 이주민 뮤지션의 길거리 버스킹 등을 볼 수 있는 플리마켓 <지구인 바자르>를 오후 12시부터 5시까지 진행한다. 이주민들이 직접 만든 음식과 소공예품을 싼 가격에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인 만큼 토요일 낮 산책도 할겸 들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일요일인 18일에는 오후 2시 반부터 이주노동자와 함께 하는 세상다반사 토론연극 프로젝트 <우리집에 왜왔니2>를 공연하고 저녁 7시부터는 노래로 숲이 되는 가수 “지현”과 우즈베키스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전통악기 연주가들로 이루어진 <AFSONA>팀이 어우러지는 뮤직프리즘과 폐막파티가 있으니 일요일밤을 불태우고 싶은 분들은 꼭 함께 즐기기를 바란다. 제4회 서울이주민예술제 홈페이지(▷링크)에 들어가면 더 자세한 일정과 내용을 알 수 있다.

제9회 이주민영화제 “4%의 자격”
(2015. 10. 16~18, 고려대 KU시네마테크)

▲ 제9회 이주민영화제 공식 포스터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올해로 9회째를 맞고 있는 이주민영화제는 아시아미디컬쳐팩토리와 한솥밥을 먹고 있는 이주민방송의 대표적인 문화행사이다. 특히 올해는 지난 8월부터 현장 순회상영전을 통해서 전국에 있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을 찾아다니며 이주민 관련 영화들을 상영했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이주민영화제에서 지난 10년간의 이주노조 합법화 투쟁의 과정을 다룬 <이주노조 설립, 10년의 외침>(문성준 감독)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사실 투쟁이라는 것이 그 투쟁을 경험한 사람들이 아니면 시간이 흘러갈수록 기억속에서 잊혀지기 마련인데 이렇게 기록영상을 남기는 것 자체가 이후 이주노동자운동에서 소중한 자료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밖에도 좀처럼 보기 어려운 네팔현지의 이야기들을 다룬 네팔특별전이나 한국에서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 난민, 결혼이주민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도 여럿 있으니 이번 주말에 이주민 영화에 흠뻑 빠져들고 싶은 분들에게는 둘도 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제9회 이주민영화제에 홈페이지(▷링크)에서 자세한 상영일정을 확인할 수 있으니 미리 보고싶은 작품을 체크해보자.

노동조합 활동을 계속 하다보면 매일매일 잔업과 특근에 시달리는 이주노동자들이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일요일에 노동조합 교육, 집회, 회의 등에 참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놀라울 때가 많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도 사람인 이상 365일 투쟁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배구대회, 가을운동회, 네팔영화제, 역사기행, 여름바다캠프 등 노동조합 차원에서도 좀 더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매해 열리는 이주민영화제와 이주민예술제 등과 같은 행사들이 이주노동자들에게도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 오늘은 노래소개 대신 제9회 이주민영화제의 공식 트레일러 영상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무리짓고자 한다. 한국사회의 4%를 차지하는 이주민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번 주말 이주민 문화에 흠뻑 취해보자!


박진우_ 2012년부터 이주노동조합의 상근자로 일을 하고 있다. 어릴때부터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어서 언젠가는 이주아동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겠다는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일을 한지 3년이 되어가지만 외국어를 못해서 무조건 한국어로만 상담을 하고 있다. 이주노조가 반드시 합법화되서 한국에서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튼튼한 조직으로 우뚝 설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개인적으로 몸무게가 계속 늘어서 movement(운동)가 아닌 exercise(운동)를 심각히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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