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각 2일 아침 터키 해변으로 밀려온 3살짜리 시리아 꼬마의 시신 사진이 SNS를 통해 전 세계로 급속하게 퍼져나갔다. 시리아 북부 출신의 에이란 쿠르디는 내전을 피해 온 가족과 함께 더 나은 삶을 살기위해 바다를 건넜지만 보트가 뒤집히는 바람에 다섯살 형과 어머니와 함께 세상을 떠났다. 홀로 살아남은 아버지는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말과 함께 여전히 내전이 진행 중인 시리아로 결국 돌아가겠다고 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라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지만 난민들이 넘어야 할 장벽은 높기만 한 상황이다. 시리아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한국에는 시리아 난민들이 과연 없을까?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2015년 1월까지 650여 명의 시리아 난민이 한국에서 난민 신청을 했고, 이 중 500여 명이 인도적 체류 비자를 받았다. 시리아의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2014년 한국 정부는 시리아인이 한국으로 피난하고 머무를 수 있도록 허가하는 절차를 간소화했다. 한국에서 입국과 체류에 대한 심사는 보통 몇 년을 끌기 마련이지만, 이 조치로 시리아인들의 심사기간이 짧아지면서 730여명의 인도적 체류 허가자 중 대다수가 시리아 출신인 상황이 되었다.

인도적 체류 비자를 가진 사람은 한국에서 직업을 가질 수 있고, 의료보험 등 몇 가지 기본적인 권리가 주어진다. 하지만 이 비자는 유효기간이 6개월이다. 매 6개월마다 심사와 연장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는 제대로 된 직장을 잡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시리아 난민을 제외한 다른 난민들의 상황은 어떠할까? 아래 표는 2015년 7월 31일 기준으로 출입국관리사무소의 통계월보에서 난민현황을 가져온 것이다. 통계에서도 드러나지만 난민신청 숫자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그 인정율은 극히 적다. 난민 신청 사유로 정치적인 사유 또는 내전으로 인한 사유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에서는 아시아 최초로 2014년 난민법이 시행되어 난민 심사에서 변호사 조력을 받고 통역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다. 입국 6개월 안에는 생계비와 주거시설도 지원받는다. 하지만 영종도에 세워진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는 입소허가의 절차와 기준이 까다로워 많은 수의 난민신청자가 이용하기에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또한 외국인보호소안에 구금되어 있는 이주노동자가 난민신청을 할 경우 난민인정절차 종료시까지 강제퇴거가 되지는 않지만 결과가 나올때까지 장기구금을 견뎌야만 한다. 실제로 어떤 이주노동자는 3년 9개월동안 화성외국인보호소안에서 수용되어 끝내 난민 인정을 받았지만 장기구금의 스트레스로 치아가 거의 손상되고 자살충동을 숱하게 겪는 등을 포함한 신체적, 정신적 손해는 전혀 보상을 받을 수가 없었다.

또한 공항을 통해 입국하여 난민신청을 하는 이주노동자의 경우 정확한 법적근거가 불투명한 송환대기실에 구금되어 있다. 매일 치킨버거와 콜라만으로 식사를 대체하고 최근까지 변호인접견도 거부되는 등 인권침해가 심각하다. 이로 인해 오히려 난민법 시행으로 인권국가라는 생색만 내고 현실적으로 난민 인정율이나 처우는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SNS를 통하여 시리아 난민 아동의 죽음에 대해 슬픔을 느끼면서도 정작 함께 살아가고 있는 한국사회의 난민신청자들이 겪는 문제에 대해서 무관심하거나 때로는 적대적인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내가 아는 한 난민 신청자는 출입국에 신청을 하러 가는 과정에서 출입국으로 가는 길을 물어보았다가 당신 나라로 돌아가라는 욕설을 듣고 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

1951년 제정된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는 난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1992년 국회 비준을 거쳐서 그 이듬해부터 시행을 하고 있다. ‘인종, 종교, 국적 또는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로 인하여 자신의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

정의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난민은 어느 나라에서나 나타날 수 있는 일이다. 시리아 난민뿐만이 아니라 전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 정치탄압, 종교박해 등으로 인해 지금 이순간에도 본국을 탈출해 살아남기 위한 난민들의 행렬이 멈추지 않고 있다. 또한 한국 역시 일제 강점기를 거쳐서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실향민들이 난민이 되어 본국을 떠나 강제이주했던 경험이 있다.

아직도 난민에 대해서 뭔가 아리송하고 께름칙하게 느끼는 분들이 계시다면 스티븐 스필버그가 2004년 제작하고 톰 행크스가 주연으로 열연한 영화 <터미널>을 감상해보시라. 오늘 마지막으로 소개할 노래는 <터미널>의 OST 뮤직비디오이다. 그동안 이주노조 설립필증을 위해 노숙농성을 한다는 핑계로 2주에 한번씩 글을 올리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반성하면서 앞으로 이주 이슈와 관련해서 꾸준히 글을 올릴 것을 약속드린다.

2012년부터 이주노동조합의 상근자로 일을 하고 있다. 어릴때부터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어서 언젠가는 이주아동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겠다는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일을 한지 3년이 되어가지만 외국어를 못해서 무조건 한국어로만 상담을 하고 있다. 이주노조가 반드시 합법화되서 한국에서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튼튼한 조직으로 우뚝 설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개인적으로 몸무게가 계속 늘어서 movement(운동)가 아닌 exercise(운동)를 심각히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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