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윤 총장 본인과 가족, 측근을 위해 활용된 사실이 고발사주 사건 공소장에서 드러났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취임 후 고발사주 사건 보도 후 정보관리담당관실(옛 수사정보정책관실)로 축소된 정보 기능을 되살리고 있다. 지난달 18일부터 5·6급 수사관을 순차적으로 정보관리담당관실에 파견한 데 이어 각 지검·지청에 수사정보담당 수사관을 선정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 (사진=연합뉴스)

MBC·뉴스타파 '윤석열 장모' 보도에 대응 문건 작성

미디어스는 8일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고발사주 사건 손준성 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공소장을 입수했다.

공소장에 적시된 '배경사실'에 따르면, 지난 2020년 2월부터 2021년 7월까지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을 지낸 손 검사는 2020년 3월 검찰총장의 장모 최은순 씨에 대한 수사방해 등 의혹 보도가 잇따르자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공무원들에게 지시해 최씨 관련 형사사건 정보 및 판결문 기록을 검색·수집·검토하도록 했다.

손 검사는 2020년 3월 11일부터 2020년 3월 19일까지 최 씨가 관련된 형사사건의 개괄·경과를 정리하게 했고 <최은순의 입장에서 의혹 제기에 대응하는 문건> 등 다수의 문건, 일명 '장모 대응 문건'을 공유하게 했다.

당시 대검 대변인이었던 권순정 검사가 2020년 3월 18일 다수 언론사의 기자들을 대검 대변인실로 불러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작성된 '장모 대응 문건'을 열람하게 하고, 2020년 3월 19일에는 일부 기자들에게 카카오톡 메신저 등을 통해 최씨 입장에서의 해명이 기재된 문건 사본을 송부했다.

고발사주 첨부 판결 검색

2020년 3월 31일 MBC의 '채널A 검언유착 의혹'이 보도된 직후, 손준성 검사는 한동훈 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현 법무부 장관)와 대검 대변인 권순정 검사 사이에 개설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당시 한동훈 검사와 카카오톡 1대1 대화방에서 2020년 3월 31일 93회, 2020년 4월 1일 66회, 2020년 4월 2일 138회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공수처는 "(손준성 검사가)의혹 대상자로 지목된 한동훈으로부터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한 해명을 들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공소장에 따르면, 손 검사는 그 무렵 MBC의 검언유착 의혹 보도, 뉴스타파 및 MBC의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배우자 김건희 씨와 장모 최은순 씨에 대한 각종 의혹보도의 제보자가 지 모 씨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참고로 김 씨와 최 씨 의혹 보도의 제보자는 지 씨가 아니기 때문에 공소장에 나열된 배경사실 대로라면 검찰이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한 것으로 판단된다. 

제보자의 정체를 파악한 손 검사는 수사정보정책관실 성상욱 검사와 임홍석 검사 등에게 지 씨 등을 피고발인으로 하는 1차 고발장에 첨부할 지 씨에 대한 실명판결문 등을 수집·검토를 지시했다.

2020년 4월 3일 '손준성 보냄' 꼬리표가 달린, 당시 범여권 정치인과 MBC·뉴스타파 기자들에 대한 고발장, 고발장에 첨부할 지 씨의 실명판결문, 지 씨의 페이스북 게시물 등 캡처파일 수십장이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서울 송파갑 국회의원 후보)을 통해 조성은 씨(당시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전달됐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6월 27일 나토 순방을 떠나기 위해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6월 27일 나토 순방을 떠나기 위해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건희 주가조작 관여 사실 전혀 없다" 

미디어스가 확보한 2020년 4월 3일자 고발장에 검언유착 의혹 관련 내용 외에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부인인 김건희 씨 관련 내용도 있었다. 뉴스타파의 2020년 2월 17일자 김건희 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일방적 주장이었다.

고발장에 "사실 김건희는 불법적인 주가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 "뉴스타파가 보도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배우자인 김건희의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김건희의 주가조작 범행 공범처럼 거론되었던 도이치모터스 대표 측에서 모두 허위보도라고 반론제기를 마쳤다"라고 적혀있다.

정치 민감 사건 판사사찰 문건 작성

손준성 검사는 2020년 2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으로부터 범여권 유력 인사들 사건, 조국 및 그 일가와 관련된 사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과 같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요 반부패·공안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 소속 판사들의 정보를 수집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공공수사부장에게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손준성 검사. (사진=연합뉴스)
손준성 검사. (사진=연합뉴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이후 범 민주당 인사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2020년 1월 2일 취임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의 부적절한 수사관행을 지적했으며 서초동에서 조 전 장관의 지지자들이 대규모 집회를 벌였다. 

손 검사는 수사정보2담당관이었던 성상욱 검사에게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지시를 전달하면서 관련 정보를 수집해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성 검사는 반부패·공안 사건들을 담당하는 판사들의 '주요 사건 판결 내용,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동문인 경희대학교 출신인지 여부, 가족관계, 세평' 등과 같은 정보를 수집하고 보고서를 작성해 손 검사에게 보고했다.

손 검사는 이 보고서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게 보고한 후 윤 총장의 지시에 따라 각각 반부패강력부 과장, 공공수사부 과장에게 보고서를 전달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