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고발사주 재판에서 손준성 검사 측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정보 유출 의혹을 제기했다가 낭패를 봤다. 언론에 자료를 제공한 이가 제보자 조성은 씨였기 때문이다.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 심리로 진행된 손준성 검사 고발사주 재판에 조성은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고발사주 사건은 지난 2020년 4월 3일과 8일,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손 검사가 사법연수원 동기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을 통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범여권 정치인과 언론인들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말한다. 고발장을 전달한 텔레그램 메시지에 '손준성 보냄'이 적혀 있었고, '손준성 보냄'의 '손준성'은 손준성 검사로 확인됐다.

손준성 검사. (사진=연합뉴스)
손준성 검사. (사진=연합뉴스)

손 검사 측 변호인은 "증인은 2021년 10월 12일 이전에 김웅과 증인 사이에 통화한 파일이나 녹취록을 검찰이나 공수처 수사 기관 외에 제3자에게 제공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공수처가 의도적으로 수사정보를 언론에 흘렸다는 의혹 제기다. 

그러나 조 씨는 "MBC <PD수첩>과 방송 준비를 했다"며 "(공수처)조사를 마치고 (휴대전화를)환부 받고 2~3일 뒤에 MBC PD에게 연락이 왔다"고 설명했다.

손 검사 측은 "통화 녹음파일이 언론에 흘러가는 게 이상해서 그러는데 MBC가 2021년 10월 12일에 취재요청 공문을 보냈다"면서 "MBC가 들어봤고 확보했다는 파일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조 씨는 "제가 직접 제공한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손 검사 측은 "당시 MBC가 녹취파일 갖고 있는 것에 대해 논란이 있던데 알고 있었느냐"며 "녹취파일이 흘러나간 것이 수사기관이 가지고 있는 게 유출된 것이 아니냐는 게 있었는데 혹시 기억나느냐"고 또 물었다. 

하지만 조 씨는 "저런 논란이 발생할까봐 당사자인 제가 직접 언론에 제공했다"고 말했다. 

"제가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다'가 나오게 되는 거예요"

손 검사 측이 문제 삼는 녹음파일은 조 씨와 김웅 의원이 2020년 4월 3일 고발사주 1차 고발장 전달 전후 나눈 통화 내용이다. 검찰과 공수처 수사 과정에서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복구된 녹음파일에 김 의원이 조 씨가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할 때 유의해야 될 사항을 당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2020년 4월 3일 오전 10시 3분 김 의원은 조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발장 초안을 아마 저희가 일단 만들어서 보내드릴게요"
"고발장을 남부지검에 내랍니다. 남부 아니면 조금 위험하대요"
"그거 나오면 일단 드리고, 그거와 관련된 거 좀 누가 주욱, 그 좀 뭐 페이스북이나 이런 올라간 것들을 주욱 얘들이 움직였던 것을 그대로 주욱 해놓은 게 있거든요"
"그 자료 먼저 보내드리고, 이따가 고발장 다시 또 보내드리겠습니다"
"일단 이 자료를 먼저 보내드리고 고발장은 따로 보내드리고 할게요"

실제 김 의원은 조 씨와 전화를 끊은 직후인 2020년 4월 3일 오전 10시 12분 페이스북 캡처 파일 등을 조 씨에게 전송했다. 이어 오후 1시 47분 검언유착 의혹 제보자 지 모 씨의 실명판결문 사진파일을 전달했고, 오후 4시 19분 1차 고발장을 조 씨에게 보냈다. 김 의원은 고발장을 전달한 직후인 2020년 4월 3일 오후 4시 25분 조 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공직선거법 급한데"
"제가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다'가 나오게 되는 거예요"
"차라리 그러니까 그거하고 전혀 다른 이미지를 가야죠. (중략) 검찰, 검찰색을 안 띠고"
"우리가 좀 어느 정도 초안을 잡아봤다, 이렇게 하시면서 이 정도 보내고 나면 검찰에서 알아서 수사해준다, 이렇게 하시면 돼요"
"방문할 거면 저기 그 공공범죄수사부 쪽이니까 옛날 공안부장 있죠? 그 사람 방문을 하는 걸로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월요일날 고발장, 만약 가신다고 그러면 그쪽에다가 이야기를 해 놓을게요"
"검찰이 받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받는 것처럼 하고"
"요 고발장 요 건 관련해가지고 저는 쏙 빠져야 되는데"

조성은 씨(가운데)가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고발사주 재판에 출석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성은 씨(가운데)가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고발사주 재판에 출석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왜 언론을 고발하는지 의문이었다"

손 검사가 미래통합당에 전달한 1차 고발장은 실제 접수되지는 않았다. 언론인들을 고발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는 게 조 씨의 증언이다. 공수처 검사가 "실제 1차 고발장이 접수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특정 언론사와 대척 관계를 만드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조 씨는 "MBC 기자, PD 이렇게 (피고발인으로)있기 때문에 아니, 언론이 좀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해야지 언론을 고발하고(의문이었다)"며 "(저는 언론이)모욕감을 느끼는 기사를 써도 제가 공보를 해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고소고발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2020년 4월 3일 김 의원이 조 씨에게 전달한 고발장에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최강욱·황희석 당시 열린민주당 국회의원 후보 등 당시 범여권 정치인 외에 MBC 기자 6명, PD 1명, 뉴스타파 기자 1명, PD 1명 등 9명의 언론인이 피고발인으로 명시됐다. 

고발장에 뉴스타파의 김건희 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보도, MBC의 검언유착 의혹 보도로 인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한동훈 당시 검사장, 김건희 씨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적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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