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채널A 사건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2020년 6월 부하검사에게 지시해 작성하도록 한 대검 검토 의견서에서 2020년 4월 고발사주 고발장에 첨부된 사진파일이 발견됐다. 고발사주 사건과 윤석열 대통령의 채널A 수사방해 의혹이 연관돼 있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 심리로 손준성 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손 검사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지난 2020년 4월 범여권 정치인들과 언론인들에 대한 고발장을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현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통해 미래통합당에 전달한 사실이 드러나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4월 3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송파 갑 국회의원 후보)과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가 나눈 텔레그램 대화 내용. 고발장과 실명 판결문, 증거자료로 사용할 페이스북 캡처 사진 위에 '전달된 메시지', '손준성 보냄'이라고 적혀있다. (사진=미디어스)
지난해 4월 3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송파 갑 국회의원 후보)과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가 나눈 텔레그램 대화 내용. 고발장과 실명 판결문, 증거자료로 사용할 페이스북 캡처 사진 위에 '전달된 메시지', '손준성 보냄'이라고 적혀있다. (사진=미디어스)

고발장 첨부 캡처파일, 윤석열 지시로 작성된 채널A 사건 무혐의 의견서에 등장

이날 고발사주 사건 수사·감찰에 참여했던 수사관들에 대한 증인신문 과정에서 손준성 검사가 2020년 4월 3일 최초 발송해 미래통합당 측으로 넘겨진 캡처파일들이 2개월 후인 2020년 6월 박영진 검사(당시 대검찰청 형사1과장·현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가 작성한 채널A 사건 관련 의견서에 활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박 검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채널A 사건은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검토의견서를 작성한 바 있다. 채널A 사건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과 공모해 사기 혐의로 수감 중인 이철 전 VIK 대표를 협박해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 혐의를 캐내려 했다는 의혹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5일 고발사주 사건 초기 수사를 진행했던 검찰 수사관에 대한 증인신문 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수사보고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공수처는 "증인은 피고인(손준성 검사)과 박영진 사이의 메신저 송수신 내역을 확인하고, 대검 형사부 1과 구성원 사이 메신저 내역도 확인했다. 피고인과 박영진, 형사부 구성원간의 내용을 확인한 이유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 수사관은 "지시를 받고 한 것 같다"고 답했다.

공수처는 "수사보고서 내용 뒤에 고발장과 함께 전달된 첨부자료 중에 지OO(채널A 사건 제보자) 페이스북 게시글 캡처사진과 동일한 사진이 (박영진 검사가 작성한)채널A 강요미수사건 검토의견서에 삽입된 사실을 확인한 것 같다"고 물었다. 이 수사관은 "네"라고 답변했다.

공수처는 "이 가운데 지씨의 필명이 나온 사진이 조성은이 김웅으로부터 텔레그램으로 전달받은 캡처와 동일하다는 취지로 보고서에 기재돼 있다"고 하자, 이 수사관은 "검사가 추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이 페이스북 사진들이 대검 형사부 의견서 외에도 지OO 씨가 업무방해 등 피의사건에 대해 중앙지검 조사를 받을 때에도 제시됐다"며 "이런 부분을 수사과정에서 확인한 것"이라고 했다.

박 검사 보고서 외에 채널A 사건 당시 채널A 법조팀장이었던 배 모 기자의 휴대전화 포렌식에서도 고발사주 고발장에 첨부된 지 모 씨의 페이스북 게시글 캡처 사진이 등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지OO 페이스북)게시글 캡처 사진이 배OO(채널A 사건 당시 채널A 법조팀장) 포렌식 결과에도 나온다"고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달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내각 발표하는 모습. 오른쪽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달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내각 발표하는 모습. 오른쪽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박영진 작성 보고서, 윤석열 '채널A 사건 수사방해' 징계 혐의 근거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찰총장)은 2020년 6월 18일 박 검사에게 채널A 사건 관련 검토의견서를 작성해 대검 부장회의에서 발표하라고 지시했고, 박 검사는 '채널A 사건은 혐의가 성립이 안 된다'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작성해 2020년 6월 19일 대검 부장회의에 보고했다.

당시는 윤 대통령이 최측근인 한 장관이 연루된 채널A 사건의 수사지휘권을 대검 부장회의에 넘긴 상태였다. 이 때문에 당시 중앙지검 수사팀은 윤 대통령이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해 12월 서울행정법원은 윤 대통령이 박 검사에게 채널A 사건 관련 의견서를 작성하게 한 것을 채널A 사건 수사를 방해한 근거 중 하나로 판단했다. 윤 대통령은 채널A 사건 수사·감찰 방해, 판사사찰문건 작성 지시 등 혐의로 검찰총장 시절 정직 2개월 징계를 받은 것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윤 대통령에게 한 장관과의 친분관계로 검찰 내·외부에서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려운 관계에 있기 때문에 채널A 사건 수사에 개입하지 않거나 개입을 자제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또 부장회의에 수사지휘권을 넘겼음에도 박 검사에게 의견서 작성 및 발표를 지시한 것은 수사지휘권 위임 취지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발사주 고발장 최초 전송자는 손준성…채널A 사건 수사기록 통해 확인

이날 재판에서 손준성 검사가 고발사주 고발장의 최초 전송자라는 것도 사실상 확정됐다. 그동안 손준성 검사 측은 "고발장을 보낸 사실 자체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손 검사가 고발사주 고발장의 최초 전송자라는 것을 확정하는 데는 채널A 사건 수사기록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손준성 보냄' 메시지의 '손준성' 텔레그램 내부ID 번호와 채널A 사건 수사기록에 등장하는 백 모 채널A 기자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확인된 손준성 검사의 텔레그램 내부ID 번호가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모바일 포렌식 보고서를 확인해 작성했던 검찰 수사보고서를 이 수사관에게 제시하면서 "원본 메시지 내부ID가 996******"이라며 "임홍석 검사(고발사주 사건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실 연구관) 포렌식 자료 텔레그램 연락처에도 같은 숫자 아이디가 기록돼 있다. (채널A 사건에서)채널A 기자 백OO 포렌식 자료에도 피고인(손준성 검사) 전화번호에 텔레그램 ID가 기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김웅이 조성은에게 '확인하면 방폭파' '페북이 좋죠' 메시지는 996******이 아닌 (국회의원 김웅)으로 확인됐다(고 수사보고서에 돼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가 '손준성 보냄' 메시지와 김웅 의원이 조성은씨에게 직접 보낸 메시지의 내부ID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해 최초 전송자가 손준성 검사라는 것을 특정한 것이다.

이 수사관은 "수사보고서가 제 명의이긴 하지만 검사님도 많이 관여를 해 기억이 잘 안 난다"면서도 "제가 작성을 했든 검사님이 수정하거나 추가 작성을 했든 사실대로 작성한 것 같다"고 말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