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고발사주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손준성 검사 측이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고발사주 보도 직후 PC 25대를 포맷했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관련기사 ▶ 대검 수정관실, 고발사주 보도 당일 '증거인멸 야근' 정황)

그러나 "대검 수정관실이 교체 10여 일밖에 되지 않은 PC 25대를 포맷했다"는 수사보고서가 존재한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수사관은 재판에서 "20시가 넘은 시간에 검사가 PC를 분해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다"며 "전문가인 대검 정보통신과에 확인해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고발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이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발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이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 심리로 열린 고발사주 혐의 재판에서 손 검사 측 변호인은 지난달 19일 재판에서 서울중앙지검 A 수사관이 증인으로 나와 '대검 수정관실이 고발사주 사건 보도 직후 PC 25대를 포맷했다'고 증언한 것에 대해 반발했다. 

손 검사 측은 "A 증인이 수사정보정책관실 PC 25대가 2021년 9월 2일 고발사주 보도 후 포맷됐다고 증언한 부분이 있는데, A 증인 증언을 들여다봐도 수사정보정책관실이 포맷작업을 했다는 내용이 없다"며 "일부 언론이 9월 2일 고발사주 보도 이후에 PC 25대가 포맷됐다고 보도했는데 명백한 오보"라고 주장했다.

손 검사 측은 "2021년 8월 6일에 수정관실이 PC 25대 교체를 요청했고, 8월 20일 25대 교체 작업이 이뤄졌고, 9월 2일 고발사주 보도 후 김오수 당시 검찰총장이 기존 PC의 SSD를 감찰부에 제출하도록 지시하고, 임홍석 검사(당시 대검 수정관실 검사)는 이미 8월 20일 SSD를 포맷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SSD를 PC에 연결하면서 촬영한 것"이라면서 "증거관계를 통해서 이렇게 이해했다"고 말했다.

공수처 검사는 손 검사 측 주장에 대해 "임홍석 검사가 포맷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 (촬영을)했다는 그런 단서는 (수사기록)어디에도 나와있지 않다"며 "임홍석 검사의 진술서를 자세히 보면 다른 취지로 이해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2일 임 검사를 증거인멸·공용전자기록등손상, 손준성 검사와 성명불상자를 증거인멸 교사·공용전자기록등손상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손 검사 측은 "A 증인에 대해 증언 이후 언론보도, 정치권 논평을 통해 논란이 가중되고 일부 증언 관련 고발까지 됐다"고 말했다. 임홍석 검사도 지난 12일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에서 근무했던 제가 2021년 9월 2일 PC 25대를 포맷했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포맷 과정을 촬영했다는)동영상의 경우 대검 감찰을 앞두고 이미 과거에 포맷돼 별도 보관돼 있던 하드디스크에 들어있는 파일이 없다는 점을 소명하기 위해 직접 찍어 남긴 것으로 삭제한 일도 없다"고 손 검사 측과 같은 주장을 한 바 있다.

대검찰청 관련 사진(연합뉴스)
대검찰청 관련 사진(연합뉴스)

'PC 25대 포맷' 보고서 쓴 수사관 "대검 정보통신과에 확인"

그러나 지난 재판에서 나온 A 수사관의 증언에 비춰보면 손 검사 측 주장은 사실관계가 맞지 않아 보인다. A 수사관은 2021년 9월 2일 고발사주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당일 저녁 8시 16분부터 대검 수정관실 임홍석 검사가 수사관들과 함께 PC 25대를 포맷했다는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다. 

A 수사관이 작성한 수사보고서에는 "대검 수정관실이 2020년 8월 20일 PC에 장착된 SSD 저장장치를 교체한 지 10여 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또 포맷을 했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A 수사관은 임홍석 검사의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 분석 과정에서이 같은 정황을 확인했다. 임 검사의 휴대전화에서 대검 수정관실이 컴퓨터 25대의 하드디스크를 포맷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동영상·사진파일이 나온 것이다.

A 수사관은 지난달 19일 재판에서 "임홍석 검사 휴대전화를 포렌식하고 자료 분석을 나눠서 했는데, 제가 이 부분을 확인해 보니 (임홍석 검사가)PC를 분해해서 어떤 작업을 했던데 이건 드문 케이스였다"며 "검찰 정보통신과 직원들이 컴퓨터 작업을 해줬다. 이게 20시가 넘은 시간인데 그 시간에 검사가 PC를 분해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검사에게 말했고, 검사가 그 부분이 의심되니 수사보고서를 구체적으로 작성해달라고 해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공수처 검사가 "임홍석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니 수정관실 PC 저장장치 포맷 관련 사진이 발견됐다는 게 맞느냐"고 묻자, A 수사관은 "맞다"고 답했다. 공수처 검사가 "그 부분을 대검찰청 정보통신과에 문의했느냐"고 묻자, A 수사관은 "제가 전화해서 확인했다"고 답변했다.

공수처 검사가 "SSD 포맷 방식이 바로 포맷한 게 아니라 떼어내서 다른 PC와 연결해서 포맷했다는 내용이 있는데, 그런 사실을 확인해서 (수사보고서에)기재한 것이냐"고 묻자, A 수사관은 "네, 제가 컴퓨터에 지식이 없어서 정보통신과 직원에게 '이 사진은 어떤 거냐'고 물어보고 작성했다"며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전문가인 대검 정보통신과 직원에게 확인해서 작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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