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수사는 제가 언급할 일도 아니고 또 처에 대한 일이니까 더더욱 그렇다. (검찰총장 시절) 조국 장관 내정자에 대한 수사가 개시된 이후에 몇 년이 넘도록 제 처와 처가에 대해서 전방위적으로 뭐라도 잡아내기 위해서 무슨 지휘권 배제라고 하는 식의 망신까지 줘가면서 수사를 진행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조선일보가 신년 인터뷰에서 '대통령 가족에 대한 수사가 미진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질문하자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검찰총장 자신과 가족, 측근을 방어하기 위해 검찰권을 사유화했다는 논란은 별개의 문제로 재조명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눈·귀' 역할을 하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이하 수정관실)이 <김어준의 뉴스공장>, <딴지방송국>, <가로세로연구소> 등 유튜브 채널을 모니터링하고 관련 보고서를 주기적으로 작성했다. 

지난 2019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왼쪽)과 배우자 김건희 씨.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9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왼쪽)과 배우자 김건희 씨. (사진=연합뉴스)

미디어스가 입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고발사주 윤 대통령 불기소 이유서에 대검 수정관실이 정치 유튜브 모니터링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적시됐다. 공수처는 대검 수정관실이 유튜브를 모니터링한 보고서 내용을 고발사주 고발장에 담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2020년 4월 3, 8일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준성 검사가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을 통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 당시 범여권 정치인들과 언론인들을 고발하는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두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검찰총장의 '눈·귀' 역할을 하는 자리인 만큼, 윤석열 대통령 연루 의혹이 불거졌지만, 공수처는 손준성 검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기소하고 윤 대통령은 불기소 처분했다.

공수처는 불기소 이유서에 "수사정보정책관실 수사관 A는 성상욱(당시 수정관실 수사정보2담당관)의 지시로 정치 유튜브 방송을 '보수·우파성향', '진보·좌파성향'으로 구분하고 1위부터 20위까지 정리하여 그 중 순위가 높은 보수·우파성향 유튜브 5개, 진보·좌파성향 유튜브 5개 등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해서 '유튜브 반응' 보고서를 작성한 다음, 이를 성상욱, 임홍석(당시 수정관실 검찰 연구관)에게 보고했다"고 적시했다.

대검 수정관실이 진보·좌파성향으로 분류해 모니터링한 유튜브 5개 채널은 <노무현재단 알릴레오>, <딴지방송국>, <김어준의 뉴스공장>, <팩트TV 뉴스>, <서울의소리>다. 보수·우파성향 유튜브 채널은 <신의 한수>, <OOO 방송>, <펜앤드마이크>, <가로세로연구소>, <OOO의 뉴스브리핑>이다.

당시 <서울의 소리>는 윤 대통령의 장모 최 모 씨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었다. 최 씨와 법정분쟁을 벌이다가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하는 정대택 씨가 <서울의 소리>에 수차례 출연했다. 

<서울의 소리> 유튜브 내용은 실제 고발사주 사건 고발장에 담기기도 했다. 2020년 4월 3일 전달된 고발장에는 "민병덕 스스로 2020. 3. 6. 인터넷 유투브 '서울의 소리' 방송 등에 출연하여 자신이 뉴스타파의 제보자X의 변호인이라고 설명함"이라고 적혀있다. 공수처는 "성상욱(당시 대검 수사정보2담당관)과 임홍석(당시 대검 수정관실 검사)이 평소 수집해 온 자료를 (고발사주 고발장에) 활용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노무현재단 알릴레오>는 윤 대통령의 측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당시 검사장)이 노무현재단 계좌를 추적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2019년 12월 <알릴레오>에서 "검찰이 노무현재단 은행 계좌를 들여다본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 장관이 유 전 이사장을 상대로 5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팩트TV 뉴스>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 당시인 2019년 말부터 서울 서초동 일대에서 벌어진 '윤석열 퇴진' 집회를 중계했다. 대검 수정관실은 방송인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김 씨가 운영하는 <딴지방송국> 유튜브 방송도 모니터링했다. 

대검찰청 (연합뉴스)
대검찰청 (연합뉴스)

신장식 변호사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검찰과 윤석열 총장 개인을 동일시한 것으로 공무원 조직이 할 수 있는 일을 벗어났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조직 수장의 평판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 수 있고 그런 범위에서 일정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이해하더라도, 범위를 넘어섰다"며 "검찰총장과 가족들, 측근이 얽힌 불리한 행위가 드러날 만한 시점에 모니터링하고 추후 고발사주로 이어지는 자료를 축적한 것이기 때문에 양해할 수 있는 선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가족 문건, 최소 15건 생산

대검 수정관실이 2020년 3월 윤 대통령의 가족이 얽힌 형·민사 사건과 관련된 문건 파일을 최소 15건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버스 보도에 따르면, 대검 수정관실이 만든 윤 대통령 가족 관련 문건은 ① 정대택 파일 4개 ② '가족 수정' 파일 ③ 가족관련 스탠스-1 ④ 백OO·정대택 파일 4개 ⑤ 안OO 파일 ⑥ 가족관련 스탠스 파일 ⑦ 장모 팩트체크3 파일 등이다. 문건명에 등장하는 정대택, 백OO, 안OO 등은 윤 대통령의 장모 최 씨와 법적 다툼을 벌였던 인사들이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손준성 검사는 2020년 3월 12일 '정대택 파일' 4개와 '가족 수정 파일', 3월 16일 '백OO·정대택 파일 4개'를 권순정 검사에게 전송했다. 손 검사는 2020년 3월 13일 '가족관련 스탠스-1'파일, 3월 17일 '안OO 파일'과 '가족관련 스탠스 파일'을 성상욱 검사에게 보냈다. 당시 권 검사는 대검 대변인으로 언론 대응을 담당했고, 성 검사는 손 검사 휘하에서 정보 수집을 담당하는 대검 수사정보2담당관이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공무원들이 부처장을 케어하는 관행이 있다는 점을 전제하더라도, 검찰총장은 수사를 지휘하는 기관의 장이라는 점에서 이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라며 "검찰은 범죄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를 다루는 수사기관이다. 범죄 옹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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