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채널A 검언유착 의혹' 관련 한동훈 검사(현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감찰개시 보고를 언론에 유출했다는 대검찰청 감찰부장의 증언이 나왔다. 윤 대통령이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감찰개시 사실을 언론에 누설, 독립적 감찰을 방해하려는 목적의 여론전을 펼쳤다는 검찰 고위 간부 진술이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한동훈 후보자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했다. 한 부장은 지난 2020년 4월 '검언유착 의혹' 사건 당시 감찰을 개시하려 하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극히 이례적인 몇 가지 행동을 보였다"며 감찰 방해에 해당하는 압박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참석해 선서하고 있다. (사진=KBS뉴스 유튜브 중계 화면 갈무리 )

한 부장은 2020년 4월 7일 휴가 중이던 윤 총장에게 '채널A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감찰, 즉 한동훈 검사에 대한 감찰에 착수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 같은 감찰개시 사실은 다음날인 4월 8일 조선일보를 통해 보도됐다. '문자 통보' '항명' 등의 표현으로 보도됐던 사안이다.

한 부장은 "(윤 총장이)병가를 내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부속실에 올라온 대로 문자로 보고하라 하셔서 사진과 보고서 문건을 첨부해 보내드렸다"며 "그런데 다음날 조선일보에 감찰개시 사실이 보도됐다. 윤 총장이 세계일보 김 모 기자를 통해서, 조선일보 박 모 기자에게 전달되었다는 사실을 제가 들었다"고 말했다.

한 부장은 "감찰개시 사실은 공무상 비밀에 해당된다. 저는 그때 페이스북 활동도 일체 안 하고 있었는데 '이런 중요한 정보가 왜 조선일보에 갔지'(의문이었다)"며 "그때부터 조국 전 장관, 우리법연구회 등의 부분으로 저의 정치적 중립성을 공격하는 아주 상투적인 수법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20년 4월 8일 <대검 간부, 윤석열에 "측근 감찰하겠다" 문자 통보>

조선일보는 4월 8일 기사 <대검 간부, 윤석열에 "측근 감찰하겠다" 문자 통보>에서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윤 총장은 이날 하루 휴가를 낸 상태였고, 한 본부장은 구두 보고 없이 문자메시지로 그 같은 내용을 일방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판사 출신인 한 본부장은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멤버였다"고 보도했다. 기사 제목의 '대검 간부' 문구 아래에 '조국때 임명된 한동수 검찰본부장'이라는 설명이 달렸다.

윤 총장은 8일 대검 감찰부의 감찰을 반려하고, 사건의 '조사'를 대검 인권부에 지시했다. 강제수사권이 있는 감찰부가 아닌 인권부에 조사를 맡긴 것이다. 조선일보는 9일 기사 <윤설열에 '측근 감찰' 문자 통보… 대검 감찰본부장 규정 위반 논란>에서 "검찰 내부에서는 이를 검찰총장에 대한 '항명'으로 규정하는 기류"라면서 "검찰에선 한 부장의 감찰 개시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했다.

한 부장은 앞서 4월 2일 윤 총장에게 '검언유착 의혹' 감찰개시 관련 내용을 직접보고 했으나 윤 총장이 격분하며 고압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증언했다. 한 부장은 '감찰 당시 윤 총장에게 어떻게 방해 당했느냐'는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4월 2일 감찰3과장과 미리 보고 간다고 연락하고 갔는데, (윤 총장이)못보던 모습을 보였다. 책상에 다리를 얹어놓고 스마트폰을 하면서 굵고 화난 목소리로 제 보고서를 좌측 구석에 '저리 놓고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왼쪽)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사진=연합뉴스)

한 부장은 "저는 감찰개시를 보고했어야 해서 말씀드렸다. 사건의 쟁점은 제보자 지 모 씨(일명 '제보자X')의 음성파일과 한동훈 검사 음성의 동일성 여부였다"며 "그것만 클리어되면 한 검사 혐의가 없는 것으로 소명돼 '임의제출 받고 안 되면 압수수색을 하겠다'고 하니까 (윤 총장이)'쇼하지 말라'고 격분했다. 그래서 '쇼라면 시작하지도 않았다' '객관적으로 조사하겠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한 부장은 또 윤 총장이 '검언유착 의혹' 관련 '대검이 부장회의를 통해 전문수사자문단을 열기로 했다'는 중앙일보의 오보를 대응하지 말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한 부장은 "(윤 총장이)박모 공보관에게 직접 전화해 '오보대응하지 마라', 굉장히 이례적이고 특별한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의 징계 사유 중 하나는 '채널A 사건 수사·감찰 방해'다. 지난해 10월 서울행정법원은 윤 총장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를 판결했다. 재판부는 윤 총장이 "채널A 사건에 대해 적법하게 개시된 감찰을 중단시키고 대검 인권부로 하여금 조사하게 했다"며 "수사지휘권 위임의 취지에 반해 소집요건을 갖추지 못한 전문수사자문단의 소집을 직접 지시했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및 대검 부장회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해 국가공무원법 제59조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0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에서 국군통수권 이양 및 북한 군사동향 등의 보고를 받으며 집무를 시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한 부장은 윤 총장 체제 검찰에서 불거진 검언유착-고발사주-판사사찰문건-윤석열 장모대응 문건 등의 의혹을 '검찰의 정치개입'사건이라고 규정했다. 한 부장은 "결국 보수언론 권력을 배경으로 야심있고 똑똑한 부하들과 함께 검찰권을 사유화 해 대권을 획득, 검찰의 이익과 권한을 영속화하고자 하는 일련의 행위였다"며 "이 사건들이 본질적으로 성격을 같이한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부장은 "공직자의 지휘·직무와 관련해 4·19 총선 전 공직선거법상 공범관계로 봐야 한다. 고발사주 사건 등을 보면서 이런 판단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들 사건은 2020년 2월~4월 대검에서 발생해 검찰권 사유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020년 2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은 주요사건 재판부 판사의 정치적 사건 판결 내용,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가족관계, 세평, 물의야기법관 해당 여부 등이 기재된 보고서를 작성했다. 2020년 3월 대검은 윤 총장 장모 최 모 씨의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 등에 대해 '최 씨는 무죄'라는 논리와 근거, 변호사 변론 요지 등을 종합한 이른바 '총장 장모 변호 문건'을 생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 3월 말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한동훈 검사와 공모해 수감 중인 전직 벨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이철 씨로부터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 혐의를 캐내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 4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은 범여권 정치인들과 윤 총장을 비판한 언론사 기자들에 대한 고발장을 김웅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에게 전달했다. 김 후보는 이를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조성은 씨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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